요즘 대세는 미니멀 라이프다. 나는 강제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 뻔하다.
늘 그만 사야지 그만 사야지 하는 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모시고 살고 있다. 물론 다른 것들도 사고 있다.
어제는 집을 정리한다고 물건들을 보니 이렇다.
1. 식기. 나는 도자기를 좋아한다. 이건 엄마의 영향이 크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계절에 따라 다른 식기를 사용하고 그림과 문양에 맞는 걸 사용해라. 혼자 먹어도 절대로 허술하게 먹지 말아라. 덕분에 나는 돈을 모으면서 식기들은 모으기 시작했고 실제로 혼자 살지만 난 잘 차려 먹는다. 도자기도 사계절로 준비해서 분기별로 변화를 준다.
다기까지 있어서 꽉 찬다. 한동안 차에 관심이 있어서 차를 배우러 다녔었다. 그때 사 놓은 다기들이 또 한 칸을 차지 해서 이것도 만만하지 않다. 이렇게 저렇게 세트를 사고 하다 보니 꽉 찬다.
혼술을 해도 도자기에 식당에 온 것처럼 해서 먹는다. 엄마는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시며 당신은 그렇게 먹었던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시며 절대로 그렇게 살면 안 된다 하시며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계절을 즐기고 계신다.
2. 신발이다. 어릴 때 신발이 없었다. 운동화 2개로 버텼다. 그것도 이름 없는 운동화 이거나 어린이용 짝퉁으로. 동네에서 신발가게라 해 봤자 손에 꼽는데 엄마는 아시면서도 시장을 돌고 돌아서 거의 3시간은 눈으로 보시고 만져 보시고 해서 그렇게 제일 저렴한 운동화를 사주시면서 "엄마가 내년에는 밍키 운동화 사줄게" 하셨지만 그 내년에도 밍키는 없었다. 내가 다닐 때는 움직이면 불이 번쩍하고 나오는 운동화가 유행이었는데 나는 결국 손에 넣어 보지 못하고 졸업했고 대학을 들어갈 때 아빠가 생애 처음으로 아디다스 운동화를 사주셨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신발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예쁜 신발 그리고 나이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게 욕심이 있어서 해마다 신발을 산다. 많이는 아니고 두 켤레 정도 사는데 이것도 세월이 쌓이니까 꽤 된다. 한 번은 정리한다고 30켤레를 버린 적도 있다. 닳고 닳아서 못 신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폐기 처분했고 그 브랜드는 이제 없다.
3. 책이다.
나 같은 경우는 책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데 대학 때는 필사를 정말 많이 했다. 필사를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으면 복사를 했는데 전체를 복사를 하면 위반이니까 나눠 가며 복사를 했고 필사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에 대한 소유욕이 정말 많아서 어지간하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정말 사고 싶은 책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샀었다. 엄마나 아빠는 정말 읽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사고 싶어서 사는 건지 물어보신 적도 있는데 나는 읽어보고 3번을 두고두고 읽을 것 같으면 산다.
물론 대여도 좋아한다. 그런데 대여를 하면 시간에 쫓겨서 전체 내용을 읽는데 나로서는 좀 힘들어서 일단 대여를 하고 읽어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사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이다.
옷이 없다. 옷은 정말 간단해서 지인들이 놀랄 정도이다. 아주 깔끔하다. 사실 옷은 그다지 뭐 관심도 없거니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나이에 맞게 살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산다. 그다음이 나머지 액세서리 정도이다. 집은 좁은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나는 멕시밀러로 살고 싶다.
책을 다 놓을 수 없어서 구겨 넣고 살고 있다. 그래서 책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서 다음 이사는 정말 거실 넓은 곳이 로망인데 서울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
나는 미니멀이 싫다.
가난하게 살 때도 미니멀로 살았고 대학 때는 기숙사로 미니멀로 사회 초년생 때는 잠시 고시원으로 미니멀 지금은 방이 있어도 책이다 뭐다 잡다하게 미니멀로 맥시멀리스트로 살고 싶다.
나이가 들면 흔들의자에서 책을 보며 지는 석양에 커피 한 잔 마시며 살려고 지금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그렇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나이가 들면 그때는 반드시 맥시멀로 살려고 한다.
답답하다.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