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꽤 되었다. 처음 브런치 1기 때에는 마구마구 써 버려서 진짜 그냥 합격했다는 기분에 지금도 휘발성 글을 날리지만 그때는 더 심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는 브런치를 하지 않겠다고 탈출을 하고 계정을 삭제했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단어가 다시 머리에 떠올라 재시험을 보고 들어왔다.
문득 요즘 내게 드는 생각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는 왜 글을 읽는가, 인데 이것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글이 좋으니까.
여기에 사족을 붙이자면 정말 탐내고 싶은 문체와 상상할 수 없는 상상 그 이상의 조합된 단어들 그리고 깊은 내면의 글자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은 국어국문과 출신이셨는데 정말 해박하셨다. 그래서 난 딱 한 가지 선생님의 머리에 든 그 많은 이론과 지식을 내 머리에 넣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도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내 욕망이었다. 막상 국문과를 들어가니 또 재미있게 공부를 했지만 리포트를 쓰면 쓸수록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숨 막히는 나 자신에 한계를 알고서는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문예창작과 학생이 쓴 글과 국문과가 감상문을 쓴 글을 완연히 달랐다. 그래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각설하고 요즘 브런치를 하면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을 아직 얻지 못했다.
아, 작가.
그래 작가가 되고 싶다.
글밥을 먹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너무 힘든 일이라서 눈을 감는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타협을 하면 좀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끝내 내가 수락하지 못하는 것은 재능도 없고 노력도 안 하는 내가 너무 싫어진다.
가끔 이런 생각은 한다. 글을 잘 쓰게 해주는 곳에 가서 수강을 할까? 그런데 나는 이건 반신반의다. 대학교 교수님께서 글은 노력이 80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강렬해서 문체 같은 경우는 손가락에 있는 지문 같아서 자신만이 쓸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배운다고 다니는 건 앞뒤가 다른 이야기다.
글을 얼마나 써야 잘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밥을 먹으면서 쓰는 작가로 살 수 있는 작가는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은 생각을 하면서 지금 작가로 살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면서 마냥 부럽다는 마음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나 자신에 물어본다.
'넌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답은 매우 복잡하다. 첫 번째는 독서에 대한 대답 두 번째는 일기에 대한 보상 세 번째는 오랫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로망 그 이상에 대한 욕망이다.
하지만 내 글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 자괴감 마저 들고 있어서 또 글을 날리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언어를 삼키고 토한다.
머리에 들어간 단어들이 내 혀로 나오는 단어들에게 나는 오늘도 안부를 묻는다.
고마운 단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