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초등학교 4학년 우리 동네는 자전거 바람이 불었다. 누구나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자전거를 가진 친구옆에서 하나씩 자리를 잡아 보겠다고 기다렸다. 그럼 그 친구는 친한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며 꽁으로 받은 간식을 먹으며 "야 한 번씩이야" 하며 괜히 왕관을 쓴 공주처럼 앉아 우리를 지긋히 보며 웃음을 보였다.
나도 내심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나도 한 번만"이라는 말을 하며 두어 번 얻어 탔다. 그날이었다. 그날도 나도 다르지 않게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자전거를 탔는데 쉽게 탈 수 없는 자전거에 몇 번의 페달을 밟지 못하고 넘어져서 다리가 엉망이 되었다. 피는 말할 것도 없고 다니기 민망할 정도로 바지까지 찢어져서 나는 엉엉 울며 집에 도착했고 엄마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시며 "딸이 타기가 어려웠나 보다" 하시며 약을 발라 주시며 "다음에는 엄마가 자전거 사 줄 테니 직접 배워라" 하셨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우리 집에서 자전거는 무리였다. 믿지 않았다. 솔직히.
한 달이 지났을까, 도착한 집에 엄마는 계란말이를 내어 놓으시며 자매인 우리에게 "딸들 오늘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 뭘까?" 우리는 서로 몰라서 "글쎄.. 책?"
엄마가 책을 사주는 일은 너무 흔했기에 우리는 별 기대 없이 이야기했는데 엄마는 "아니 너무 좋아하는 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우리는 말없이 있었는데 아빠는 갑자기 옷을 여미시며 "다 먹었으면 나가자" 하시며 길을 앞으로 나서셨고 창고에서 뭔가를 꺼내셨는데 세상에 그건 자전거 그것도 새 자전거였다.
우리는 "언니 자전거야"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도 "엄마 사랑해"라고 엄마에게 뽀뽀를 했다.
엄마는 "아빠에게 배워"라고 하시며 일을 하셨고 나와 아빠 여동생 이렇게 자전거를 들고서 동네를 나갔다.
뭔지 모르게 부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자였다. 문제는 두 발자전거였다. 친구 자전거는 세발자전거라 그나마 균형을 잡기 쉬웠는데 두 발자전거는 확실히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자매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 보겠다고 돌아가며 탔고 동생은 균형감각이 나보다 좋아서 금방 적응을 했지만 나는 번번이 실패를 해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얼마나 돌았을까, 아빠는 "몽접이는 안 되겠다. 아빠가 뒤를 잡아 줄 테니 서서히 가라" 하시며 뒤를 잡아 주셨다. 나는 "아빠 진짜 꽉 잡아"라고 하며 페달을 밟았는데 신기하게 잘 나갔다. 나는 "아빠, 아빠가 잡아서 그런지 안전해" 하면서 가는데 말이 없다. 뒤를 슬쩍 보니 아빠가 없다.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데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브레이크를 꽉 잡고서 겨우 설 수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다시 집으로 왔을 때 나는 "아빠, 거짓말하면 어떻게. 나는 놀랐잖아"라고 하니 아빠는 웃으시며 "자전거는 그렇게 배우는 거야. 그게 밸런스. 그러니까 어디에도 치우 지지 않는 그런 거지. 아빠도 자전거를 형에게 배웠는데 누가 뒤에 있겠지 하면 마음이 편해서 잘 타지거든, 그런데 매번 누군가가 나를 잡아 줄 수 없으니 몽접이는 자전거 탈 때마다 이 아빠가 잡아 주고 있구나 하고 타거라.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힘들면 이 자전거를 생각해. 아빠나 엄마가 그 중심에서 밸런스를 잡고 있으니 결코 떨어지지 않을 테니. 혹여나 떨어지게 되면 엄마 아빠가 확 잡아서 올려 줄 테니까 생체기가 나도 걱정하지 말고. "
뾰로통하게 있는 나에게 엄마는 웃으시며 "딸 자전거는 그렇게 다들 배워. 엄마도 오빠 그러니까 외삼촌에게 그렇게 배웠고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독립이라는 단어를 배운 것 같은데? 우리 딸도 독립하게 되면 언젠가는 살면서 밸런스 게임을 하지 않을까? "
나는 "벨런스 게임?"이라고 물었고 엄마는 "응, 그러니까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힘든 거지. 그때 이 자전거를 배웠던걸 기억하렴. 그럼, 우리 딸은 정확하게 몸이 기억을 하니까 잘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후로는 두 손을 놓고 탈 만큼 자전거를 탔고 중학교를 다닐 때도 주말에는 자전거를 팄고 고등학교 때는 바빠서 못 탔고 대학교 때는 방학에 가면 아빠가 항상 바퀴에 공기를 주입해주셨고 지금은 접는 자전거가 있어서 한강에 갈 때 타고 있다. 자전거는 매력이 많다. 뭐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지만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가끔 마음이 밖을 서성일 때는 자전거를 생각한다.
일찍이 나에게 벨런스 게임을 알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인생이 어찌 마냥 좋겠는가, 그러니 나는 늘 지난 과거의 말씀들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감사드린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벨런스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