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그런지 일이 많아서 그런지 어째 기분이 다운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꿀꿀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끊었던 밀가루를 먹으면서 얼굴에 보이지 않던 알레르기 반응을 보면서 다시 끊어야 하나를 생각했지만 떡볶이에는 손이 갔다. 늘 가던 노점상 떡볶이를 먹으면 잠깐 딴생각을 한다. 그러다 "맵다"라고 하면서 괜히 물을 삼킨다. 예전에도 매웠나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아주머니는 "아니 아가씨는 볼 때마다 살이 빠져 보여" 라며 환한 미소를 보이시지만 살이 빠져 보이는 게 아니라 옷이 그렇게 보일뿐 나는 그냥 유지어터이다. 여름에 너무 더워서 거의 운동을 못했고 아니 안 했고 이제는 날이 선선해서 걸어 볼 요량이다. 남들은 뛴다는데 나는 뛰는 게 너무 싫어서 그냥 살방살방 걸어 다니려고 한다. 주말에는 작정하고 걸어서 어디까지 걸을 수 있는지 가늠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실천이라 내 몸과 마음이 따라 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방을 벗어나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이 마음은 충분하다.
몸무게 유지를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래서 삶의 재미가 없다고 주변에서는 운동하고 맛난 거 먹고사는 게 사는 거지 사는 거 별거 없다고 너무 의미 두고 살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시는 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도 감사하다고 말씀을 전했다. 늘 솔직하고 단명한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분은 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하지만 언제나 깔끔한 마무리를 이렇게 정석으로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직장에 있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내 월급에 포함이니 참아야 하고 칼 퇴근을 눈치 보지 않고 가는 것은 용감함에 포함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과 무게를 저울질하다 보니 누군가 이야기 한 내용이 생각이 난다.
'당신이 걱정하는 많은 내용 중 9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에 걱정을 미리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디지털 디톡스를 할까도 생각 중이다. 너무 많은 걸 보고 살았나 싶어서 다시 cd플레어를 꺼내 들어서 들고 다닐까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기 전에 잠시 명상의 시간에 대나무 소리를 듣는다.
그래 떡볶이, 나는 엄마가 해주시는 떡볶이가 가장 맛있다. 어릴 때 먹었던 떡볶이는 그리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적당한 당도의 떡볶이에 어묵이 큼직하게 들어간 요리에 가까웠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라면사리에 치즈가 들어가면 그날은 정말 대박이라고 말하며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떡볶이를 해 주시던 날은 내가 모의고사 점수가 떨어져서 실쭉한 날이거나 아니면 이렇게 일교차가 있어서 감기기운이 있을 때 그도 아니면 딸이 기분이 다운이라 말이 없을 때 슬쩍 그릇에 무심코 내어 놓으시곤 했다.
귀신같은 엄마는 내 감정을 아시고 "딸, 원래 삶은 다양해. 그러니까 감정을 내 버려둬" 어릴 때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내버려둬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지금은 살짝 알 것 같아서 그렇구나 한다.
오늘도 귀가 길은 떡볶이와 함께 하려고 한다.
삶은 그리 많은 걸 내게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작은 것에 감동하고 좋아하는 걸 원하는 듯하다.
그래 살이 쪄도 어쩔 수 없다.
내 소울 푸드를 오늘도 가방에 슬쩍 넣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