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마다 뜨개질을 하신다. 뭐 당신은 낙이라고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손목을 혹사시키는 최고의 방법을 하시는 것 같다. 뜨개질을 하다가 너무 아프시면 한의원에 가서 침과 기타 치료를 받으시고 그것도 안되면 양방을 찾아가신다. 포기할 수 없는 뜨개질 사랑에 아빠도 손을 놓으셨다.
그렇게 얼마나 걸렸을까, 사실 엄마는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가족들을 다 불러 모으신다. 그리고는 올 수 있는 인원을 체크하셔서 줄자를 이용하여 각자 취향에 맞는 것들을 고르라고 한다. 여동생은 목도리를 아빠는 손장갑을 나는 스웨터를 그래서 엄마는 꼼꼼하게 분석을 하셔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주신다.
처음에는 좋아서 "엄마 사랑해"라고 했지만 지금은 "엄마 그냥 사"라고 한다.
당연히 건강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점점 손목이나 관절에 문제가 있어서 아빠도 걱정에 한숨이 느셔서 이제 그만하라고 하시지만 엄마는 "무슨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하시며 되려 아빠에게도 배워보라고 큰소리를 치셔서 덕분에 아빠는 엄마와 함께 뜨개질을 하고 계신다.
지난주에 갔더니 무슨 실이 그렇게 많은지 엄마에게 "엄마 털이 많아"
라고 했더니 엄마는 "무슨 , 이게 다 정성인데 그리고 너 그거 아니? 이렇게 받다가 못 받으면 그거 다 추억이라 나중에 슬프다. 엄마가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을 가면 얼마나 울려고" 하시며 웃으시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하늘을 보는데 "가을이네, 엄마 그런데 그거 알아? 엄마가 아파서 뜬 옷이며 목도리는 잘 못하겠어. 아까워서" 갑자기 뜨개질하던 손을 놓으시며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그럼 박스에 보관을 해. 음식도 아니라 썩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늘어나는 것도 줄어들 것도 아닌데 무슨" 물러서지 않는 엄마의 말에 두 손 두 발을 들고서 서울에 오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결국 엄마는 손목에 무리가 와서 병원행을 하셨고 병원에서는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들었다고 하셨다. 엄마는 시간이 안 간다고 하셨지만 몰래몰래 뜨개질을 하셨다.
그렇게 한 뜨개질이 이제는 중반을 달리는데 엄마 말씀이 생각이 났다.
"몽접아 이게 다 얼마게?"
나는 "글쎄"
엄마는 "백만 원"
나는 웃으며 "이 털들이 백만 원이라고?"
엄마는 "아니 이 실이야 그렇게 안 하지. 무슨 금이 붙은 것도 아닌데"
엄마는 "아니 내가 병원을 갔는데 입원을 하라나 어쩌라나 그 조건이 자꾸 내가 이렇게 만드니까 병원에 있으면 덜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나는 안 하겠습니다 하고 왔지. 그리고 약을 이 만큼 주사를 3일에 한 번씩 가서 맞거든 , 주사는 너무 싫은데 이걸 하려고 하면 너무 좋아. 그래서 이걸 가치를 얼마나 줄까? 생각을 했는데 엄마가 어렸을 때는 야 우리 내기하자 백만 원 걸개, 했거든 지금이야 100억을 걸어야 하지만. 엄마는 이걸 백만 원짜리로 걸었다. 호호호"
나는 피식 나오는 웃음으로 "참 엄마는 긍정적이셔"
엄마는 "어때? 그럴 듯 하지?"'
나는 웃으며 "그렇네, 우리 때는 일억. 그래서 무슨 내기하면 일억 걸자?"
엄마는 "우리 집 가난하고 다 아는데 친구들이 믿었어?"
나는 "아니 그냥 싸우면 이성은 없는 거지"
엄마는 "나 때는 백만 원 하면 굉장히 많은 거라 와 돈 많구나 했거든 그래서 내기에서 백만 원 걸기 했지. 지금 이 스웨터며 목도리는 각 백만 원. 내기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나 자신과 싸우며 만들고 있지. 엄마도 아파서 그만하고 싶지. 그런데 이것도 정성이고 추억이라 안 하면 아니 못하면 우울해. 그래서 하는 거니 우리 딸이 이해해 줬으면 하지."
나는 "응 그런데 무리는 말고"
엄마는 "알겠어"
그렇게 그 백만 원짜리 스웨터는 지금도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화로 이야기를 주셨다.
나는 솔직히 엄마의 고집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엄마가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 참으로 곱다는 것 , 외할머니도 그렇게 뜨개질을 하셨다.
겨울이 되면 손자 손녀 목도리를 어김없이 해주셨는데 엄마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주신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고 내게 남은 것은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목도리와 장갑들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해마다 주시는 거라 올해는 색깔이 바뀌었네 정도였다.
하지만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아 이런 모양이 있었구나' 하고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엄마도 그걸 아시고 이렇게 하시는 거 아닐까 싶다.
엄마는 내게 말씀하셨다.
"몽접아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 엄마는 많은 사랑을 남기고 싶다"라고 하셨다.
나는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 당신은 이미 많은 사랑을 남기셨어요. 감사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