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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수능문제를 푼다.

by 몽접

마흔이 넘었다. 그렇지만 나는 매해 수능을 푼다. 웃기지만 나는 수학을 못한다. 결정적으로 내가 수학을 잘했다면 어쩌면 내 인생이 조금은 아니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중학교까지는 수학을 나름 잘했다. 적어도 즐기면서 풀었다. 답지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서 수학 선생님께서 나름 수학에 길이 보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수많은 함수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국어나 영어는 매일 정해진 문제수를 풀어서 무난하게 점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지만 수학은 국어 영어 공부의 4배의 시간을 투자를 해도 점수는 오히려 더 못 나오고 그에 상응하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했다.


고등학교는 수학을 a/b반으로 나눴는데 왜 자꾸 나를 a반으로 배정을 하셨는지 나는 못하니까 b반으로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담임 선생님은 자리가 없다며 그냥 원래 반으로 꾸준히 가라고 하셨다. 나는 이해도 잘 안 되고 연관고리가 없어서 답지에 의존하며 거의 암기 과목이 되어서 수학을 풀어야 했다.


내 친구는 정말 수학을 잘했다. 눈으로 문제를 푸는 친구였다. 한 번은 친구에게 문제를 풀어 달라고 했더니 정말 눈으로 풀고서는 알아야 할 이론 몇 가지를 딱 짚어 내더니 정답을 바로 알려주었다.

너무 신기해서 "너는 어떻게 아니?"라고 물었고 그때 돌아오는 답은 "수학은 기초야 , 너 무너졌어" 그렇다. 나도 푼다고는 했지만 손을 놓았고 그러다 보니 수학이 싫어졌다. 하지만 수능은 봐야 하니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다.

끝까지 제일 많이 쏟은 시간은 수학이었다. 하지만 수능에서 가장 점수가 안 나온 건 수학이었다.


자 이제 왜 나는 매해 수능을 푸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재미가 있다. 매해 언어영역을 푸는 재미는 일단 문학을 풀어 본다는 재미로 푸는 것이고 다른 기타 사회 문화 과목은 그간 읽었던 독서력에 의존해서 풀어 보는 것이고 나머지 수학은 정말 간신히 생각해서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영어는 매해 풀어보는데 늘 느끼지만 3점 문제는 왜 3점인지는 알겠는데 정말 절대평가를 해서 그런지 문제의 난이도가 펄럭인다.

그래서 다 풀고 점수를 내면 대충 평균을 보고서 웃고 넘긴다.


사람들은 "아니 철 지난 수능을 또 풀어?"라고 물어본다.

그럼 "네"라고 하는데 솔직히 내가 학생이었으면 안 풀었을 거다. 그런데 나는 학생도 아니고 풀어야 할 사람도 아니니까 마음 비우고 푸니까 푸는 거다. 무슨 일이든 자신과 연관이 되어있고 그 일이 원인과 결과가 되어서 뭔가 도출이 되어야 한다면 얼마나 부담이 될까., 그래서 마음 비우고 커피 마시며 푸는 수능은 그야말로 재미로 푸는 수능이다. 나라고 뭐 많이 맞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매해 수능을 보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공부를 해서 어떤 목적이 있어서 수능을 봐야 한다면 이렇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 내가 아는 사람은 정말 수능을 보려고 학원을 수강하고 있다. 문과인데 수학과 과학을 해서 이공계로 가려고 수강하고 있다. 회사는 그만두기 어려우니 연차를 쓰고 있고 집에 가서 인강을 들으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대단하다고 했더니 인생에 공짜는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평생직장을 가지려면 이길 밖에 없다며 힘주어 말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점수는 얼마나 나오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아마도 약대나 의대를 가려로 하는 것 같았다. 우리 나이에 그곳을 가려면 최대한의 장비를 마련하고 가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생각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이 나와서 응원은 열심히 했다.


내가 수능이었을 때는 한파였다. 안에 옷을 두 겹을 입고 검은 패딩을 입고 갔다. 엄마는 속이 편하라고 죽을 점심으로 주셨고 수능을 치른다고 학교 들어갈 때 후배들이 북을 치며 응원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매우 추웠는데 수능한파가 괜히 한파가 아니라며 선생님은 모두 시험 합격을 기원한다시며 사비로 떡을 사주셨다. 그해 정말 떡을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것은 수능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자랐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자라지 않는 이상 신분상승의 시작은 수능이라고 모든 노력은 수능에서 시작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시큰둥하게 들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치를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요즘 같이 사교육이 극과 극인 세상에는 또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고3이었을 때는 수능을 준비한다고 아침 7시까지 학교를 가고 밤 12시까지 야근 자율학습을 했다. 눈을 감으면 바로 아침이 되는 기적을 체험했다. 정말 30분 잔 것 같은데 바로 아침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 잠 좀 잤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하고 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수능은 11월 13일이다.

모든 수험생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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