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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배추 전

by 몽접

이 맘 때가 되면 가장 많이 먹었던 전은 김치전과 배추 전이었다. 양대산맥이었다. 엄마는 전을 잘하셨다. 그래서 아빠는 저녁이 되면 막걸리에 전을 안주로 해서 드셨는데 자매는 옆에서 엄마가 구워 주시는 전을 기본으로 해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집에 TV가 없어서 늘 책을 보며 자랐기에 당연한 수순이지만 가끔 친구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따라가지 못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보고 오면 우리 집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을 몇 번 꺼낸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독서가 더 좋았다.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고 편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 집은 책이 너무 많이 있었고 그 가치를 알리 없는 우리 자매는 일상이 책이라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 엄마는 "딸들 오늘은 배추 전 어때?" 우리는 "좋지" 하고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면 아빠는 "그럼 오늘은 막걸리?" 하면 엄마는 "자기는 술을 좀 줄여" 하시면 아빠는 "자기도 좀 마셔"라고 하셔서 결국은 꿀꿀이 슈퍼집에서 구입을 하셔서 엄마가 구워주시는 배추 전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생각을 해보니 우리 할머니도 배추 전을 많이 해주셨다.

날이 쌀쌀하면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을 걱정하시며 방문을 하셨는데 그때 할머니는 자작자작한 배추 전을 구우시며 "우리 손녀들 할머니가 구운 전을 봐라, 색이 좋지?"

하시는데 나는 늘 먹던 거라 "할머니 우리 엄마도 해"라고 하면 등짝을 내리치시며 "이건 할머니가 더 잘해. 아무리 그래도 부엌살림은 할머니가 연차가 더 있지" 하시며 웃으셨다. 그럼 엄마는 "그럼요 어머니"라고 하시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하시며 다 같이 먹었다.


대학교 다닐 때 엄마는 가끔 학교를 오셨었다. 나를 보기 위해 서울에 오신 게 아니라 친척 결혼식이나 일 때문에 오셨는데 그냥 가기 그러시니 학교를 오셨는데 그럼 꼭 이 전을 해서 오셨다. 바리바리 싸 오셔서 나는 "아니 엄마 그냥 빈손으로 오셔" 하면 엄마는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거 다 싸왔다" 하시며 정말 무거울 정도로 싸 오셨다. 그럼 엄마와 학교 근처에서 밥을 먹고 엄마 정성은 기숙사 친구들과 나눔을 했는데 가장 반응이 핫 했던 음식은 배추 전이었다.

친구들 중 몇은 배 추전을 처음 먹어본다고 신기해했다. 내가 제주도 친구가 귤을 구워 먹는다고 해서 신기해했던 경험과 같다고 보면 된다. 제주도 친구가 귤을 한 박스씩 기숙사로 오면 친구들에게 귤을 나눔 했는데 제주도에서는 귤을 구워 먹는다고 그냥 먹으면 맛이 없다며 그저 그런 표정으로 먹었는데 구워 먹는다는 말에 신기해서 책을 찾아볼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다. 밍밍하다는 표현을 하던 친구들이 맛있다며 나중에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비법은 없었다. 그냥 뒤집으면 된다.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많이 해 먹는다. 엄마가 나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주신 전도 배추전이다. 그냥 밍밍하게 보여도 잘 구우면 고소하다. 기름을 너무 많이 두루면 느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말 맛있다.

눈감고 먹어도 맛있다.


집으로 가는 길, 전을 전문으로 하는 노점상이 있다. 큰 글씨로 배추 전이라는 글씨를 보고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먹고 싶어서. 하지만 그냥 참았다.

지난번 갔을 때 엄마가 해주신 배추 전을 생각하며 찍어 둔 사진으로 대신했다.

늘 그렇듯 손이 많이 가는 음식. 그러나 엄마가 해주신 전이 제일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고향 가서 엄마 전을 먹을 요량으로.

이런 날씨에는 배추전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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