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직원이 이직을 결심하는 과정.

by 몽접

우리 팀에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처음부터 에이스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우리 팀이 아니었다. 다른 팀에 있다가 우리 팀에 합류한 건 약 2년 전이다. 내성적 성격이지만 꼼꼼하기로 소문이 났기에 우리는 환영식을 하고서 점심을 먹는데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하는 직원을 보고서 나는 속으로 내실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그만 질문하세요. 너무 힘들겠어요" 라며 웃으며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고 팀장님에게 혼도 났지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을 하며 배우겠다며 밤낮없이 일을 하던 팀원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이런 팀원 없다며 우리 팀은 전생에 무슨 복을 많이 받아서 이런 팀원이 들어왔냐며 팀장은 잊을만하면 커피를 쏘고 우리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서로의 일을 챙겨 가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일 년의 절반이 흘렀을 때 일을 잘하는 직원은 몸이 안 좋다며 연차를 썼고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많은걸 갑자기 습득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우리는 말을 했지만 동료는 그게 오히려 독이라며 자기 페이스를 지키겠다며 독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서 일을 하는 독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이 어쩌면 독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연구원장님이 우리 팀에 배정도 되었고 시간이 흘렀다고 백업을 지시하시면서 팀장을 대신해서 한 번 팀을 이끌어 보라고 이 직원에게 묵직한 짐을 주셨다. 그때도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걱정을 했다.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여태껏 보았던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완벽주의 성격이 있어서 일도 집에 가서 하고 온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기에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한 프로젝트를 끝내고서는 결국 병원행을 하고 수액을 맞고서야 다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스몰토크도 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냥 할 말이 없겠지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어디 아픈가 봐"라고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점심을 먹고 자리에 오면 동료는 쪽잠을 자고 있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자리를 유지하며 점심을 보내고 다시 일을 하고 이렇게 반복하며 약 2년을 보내며 같이 술을 먹거나 밥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다.


그리고 결국 지난주 동료는 사표를 썼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고 했다. 처음 우리 팀에서 인사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서 석사 과정을 정말 빨리 마쳤고 여기 입사가 꿈이라서 자기는 죽어도 원이 없다고 했던 동료였다. 그런데 갑자기 사직이라니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 옆자리 동료는 "그러니까 우리와 이야기도 없고 밥도 안 먹었던 게.. 결국.." 하며 말을 잇지 못했고 나도 많은 감정들이 지나쳤다.


이후 많은 말들이 지나갔지만 알고 보니 그 동료는 이미 많은 생각을 하고 이직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이 생각한 곳과 많이 다른 이곳에서 자신의 꿈과는 상충되는 일들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불면증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고민이 많았고 실망이 많았으므로 나이가 있음에도 사직을 한 것은 이해가 된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서 직장이라는 곳은 즐길 수 있는 곳인가 아니면 밥벌이 수단인가라는 해묵은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옆자리에 앉았던 의자는 덩그러니 있고 사람은 없으니 누군가로 다시 채워질 것이다. 다만 이렇게 사람이 사라지는 게 마음에 묵직한 돌하나 가지고 사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힘이 든다. 내 친구는 피아노를 정말 좋아해서 피아노를 전공을 했다. 지금은 피아노 강사를 하는데 피아노를 아주 어릴 때 좋아했던 사람처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열정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마음인지 다는 알지 못하겠으나 생업이 달린 문제는 또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겠지 한다.


이직한 동료가 잘 살길 바란다. 여기서도 잘했다. 어디서든 인정받으며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와 배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