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다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풍경이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 생각하면 11월이니 이상하지 않는 것도 맞다 생각하여 기분이 묘했다.
지하철 역을 나서면 김이 난다. 붕어빵집.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붕어빵을 먹었다.
그런데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판매를 하시는 아주머니는 알아서 돈을 넣어주세요라는 말을 앞판에 달아 놓으시고 기계처럼 바쁘시게 구우셨고 판 두 개에 오른쪽에는 잉어빵을 그 옆에는 붕어빵을 구우신다. 솔직히 나는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를 모르기에 일단 팥과 슈크림만 차이를 알뿐이다. 나는 팥을 좋아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넉넉잡아 내 앞에만 8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은 계좌이체도 가능하니 그것도 편하다고 앞사람이 이야기를 하는데 주인은 요즘 세상에 안 되는 것이 어디 있겠냐며 웃으며 장사를 하셨다.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춥지는 않았다.
하지만 붕어빵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고 나에게는 자꾸 '집으로 가자' '아니야 그냥 사 먹어' 이렇게 두 생각이 자꾸 겹쳤다. 하지만 내 발은 자꾸 붕어빵 가게 앞에 머물렀다.
붕어빵 가격이 많이 올랐다. 작년 이곳에서는 내가 붕어빵을 3마리에 2000원을 거래했는데 오늘은 갔더니 2마리에 3천 원이다. 일단 너무 놀랐다. 지폐 없이 살아서 일단 돈을 확인하니 다행히 돈은 있었는데 물가가 올라서 대충 예상은 했으나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생각에 역시 살짝 발을 뒤로 물릴까도 생각했지만 이것도 못 먹으면 무슨 재미인가 싶어서 그냥 오기로 있다가 그렇게 먹었다. 다른 가게가 없는가 알아보니 집으로 오는 길에 붕어빵 노점상이 있었는데 다음 주부터 한다는 머리글이 적혀 있었다. 조금은 저렴하려나 하는 생각에 기대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또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접었다.
이번에 먹은 붕어빵은 맛은 좋았으나 씁쓸한 맛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교 때 붕어빵은 5마리에 1천 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보다 싼 집은 훨씬 많았다. 동네 장사라 비싸게 부르면 장사도 안된다고 엄마는 싼 집을 가셨는데 생각해 보면 저렴해도 맛은 좋았다. 뜨끈한 붕어빵을 눈이 내리는 밤에 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았다. 어떨 땐 아빠가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면 자전거를 모시고는 붕어빵을 종이에 담아 오셨는데 우리는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는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한겨울에 주신 동치미에 군고구마가 백 점짜리 간식이라고 하셨고 엄마는 이를 놓치지 않으시고는 그다음 주에 그렇게 주셨는데 그러면 꼭 주시는 게 동치미에 김치도 주셔서 정말 맛있었다.
이번 붕어빵은 내 동심파괴이다. 맛으로 먹는 붕어빵에 추억은 여전해서 비싸서 손이 가긴 가는데 안 사 먹자니 허전하기는 한데 너무 올라서 이것도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다이어트를 핑계로 한 달에 한 번 사 먹는 걸로 스스로 약속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붕어빵에는 분명 나와 같은 추억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 올 겨울은 3천 원의 겨울이다. 더는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동생은 아껴서 먹겠다고 와플기계를 샀다. 와플기계에 팥을 넣어서 먹으면 비슷하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해볼까 하는데 꽝손이 나에게는 어림없다. 그냥 3천 원의 겨울로 살려고 한다.
그래 한 달에 한 번 가는 붕어빵집. 겨울이 외롭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