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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에 순서 있어도 퇴사에는 순서 없다.

by 몽접

나와 같이 입사한 동기들과 밥을 먹었다. 하반기 막바지 작업으로 너무 바빠서 계단에서 만나면 우리 밥 먹자라는 이야기를 스무 번은 넘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키는 게 힘들어서 이러다 그냥 날리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정말 강제로 밥을 먹어야지라며 웃으며 만났는데 처음 입사할 때는 12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8명이다. 이래저래 쉬는 동기도 있지만 그래봐야 한 명, 이 한 명은 육아에 시달려서 쉬고 있다.

밥을 먹으며 처음 입사했을 때를 이야기했다.


나와 같이 면접을 본 t는 "우리 그때 같이 앉아 있었는데 너 그때 되게 떨었잖아. 나는 그때 이 친구는 뭐지? 했어. 아니 딱 봐도 중고인데 왜? 그런데 누가 봐도 문과야.ㅋㅋ"

나는 "야 그런 너는 이과야? 그리고 너는 불안하게 왜 그렇게 다리를 떨었는지 나는 더 떨었잖아. 이제야 이야기지만 우리 둘이 들어가서 진짜 답 없는 면접 봤지 그렇지?"

우리 둘은 파안대소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 다른 부서에 있던 r은 "그렇게 따지면 그만둔 우리 동기 m은 지금 뭐 하려나, 결혼하고 생각 많아지고 그래서 우리가 꽉 잡으려고 했는데 다른 곳으로 훅 가시고 나는 몽접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살살 이야기했는데 탈락해서 지금도 박박 긁고 있는데"

s는 " 각자 위치에서 지금 우리 그래도 많이 컸다. 처음 신입에 깨질 때 다들 울면서 일했는데 지금은 뭐 날지, 우리 후배들 보면 귀엽잖아. 우리 때를 보는 것 같아서 짠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지. 그네들도 우리 즈음 연차가 차면 아마 이렇게 이야기를 할 것이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동기 K는 "그러고 보면 입사는 순서가 있어도 퇴사에는 순서가 없다. 그렇지? 나는 그런 거 우리 동기들 첫 모임 때 으쌰 으쌰 하면서 끝까지 가자 하고 쏘맥 말아서 마시면서 웃었는데 지금은 뭐야 퇴사하고 그 퇴사도 한참 선배들보다 일찍 하니 이건 뭐 회사 생활이 다 그렇지만 쉬운 게 아닌 건 사실이고 그래서 그런가, 나는 그래 얇고 가늘게 버티는 게 최고인 것 같아. 우리는 지금 최선을 다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하긴 우리 할머니는 건강을 이야기하실 때 늘 이야기하신다. 죽는 데는 순서 없다시며 늘 건강을 강조하시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


밥을 다 먹고 티타임을 가지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먹는 밥도 좋다고 의무적으로 먹자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 우리는 요즘 신입은 안 뽑고 중고신입만 뽑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자리가 비어서 인원충원을 요구했더니 요즘은 신입을 뽑기가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럼 20대 신입은 뭐가 되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신문을 봐도 중고신입을 채용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르지 않음은 요즘 트렌트인가 싶어서 좋지 않은 기분에 마음이 씁쓸했다.

얼마 전 그만둔 동료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서로 우리 그만두기 전에 미리 서로 이야기하자, 그리고 의논해서 그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다닐 수 있게 하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 동기사랑이 좋았다.

하늘은 겨울을 가고 있었다.

쉬고 있는 동기에게 전화를 하니 역시 육아에 지쳐서 밥 먹기는 힘들고 차를 마시기로 약속을 했고 나는 자리로 돌아와 화기애애했던 순간을 잠시나마 회상하며 웃으며 일을 시작했다.

고마운 동기들, 앞으로도 웃으며 아니 울더라도 함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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