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도박을 했다.

by 몽접

난 사기성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은 로또를 주기적으로 산다고 하는데 아, 나도 한때는 로또를 사기도 했다. 가령 네이버 운세에 내 생년월일을 넣어서 재물운세를 보고서 사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더 이상 로또를 주기적으로 사지 않고 그냥 가다가 그냥 사볼까 하면 산다. 내 주변에는 로또를 커피 마시듯 사는 사람이 있다. 확률이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그렇게 로또를 사느냐고, 그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일주일을 보내는데 가장 큰 도박이지만 법에는 걸리지 않는 짜릿함이라고 했다. 웃으며 말하는데 정말 로또에는 진심인 것 같았다.


자 그럼 나에게 올해 가장 큰 도박은 봉선화 물들이기이다. 보통 작년까지는 그렇게 살았다. 손에 매니큐어를 하기는 하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무언가를 치장하는 게 불편하다. 매니큐어가 조금이라도 지워지거나 흠집이 나면 신경이 계속 쓰여서 일에도 지장이 생겨서 지워 버린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내내 손톱을 뜯는 습관이 생겨서 늘 손톱에 신경을 쓴다.


올해 나는 봉선화 물을 들였다.

이유는 아주 오래전 그 돌고 도는 이야기 말이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선화 물이 그대로 있으면 첫사랑과 이루어진다는 그 이야기, 첫눈까지는 그대로 버티었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어째 연락은?" 하면 나는 웃으며 "그 이야기 뻥인가?" 하며 웃었다. 그리고 왠지 허전한 이 느낌은 뭐지 라는 생각에 괜히 물을 들였나 생각에 그런 이야기 시작은 뭐지?라는 생각에 괜히 눈물도 나고 웃기도 하고 나 스스로에게 정신 차려라 , 하면서 노래를 들었다.


하긴 내 첫사랑은 이미 나는 그 사람과 만나고 헤어졌다. 첫사랑은 다 실패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내 친구는 첫사랑과 만나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나는 가끔 궁금해서 " 후회는 없어?"라고 물으면 그 친구는 "너도 알잖아. 우리 동갑에 알고 지낸 지 오래, 그래서 결혼으로 골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그런가, 딱히 결혼해서 두근두근 그런 거 없고, 안정된 느낌?" 나도 일정 부분 인정을 했다.

나도 첫사랑과는 13년을 친구로 지냈고 2년을 연애하고 헤어졌다. 13년을 친구로 지낼 때가 더 기억이 많이 남는다. 제도권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중2병 고 3병 하나 없이 모범생으로 살다가 대학을 다니면서 호환마마 보다 무섭다는 중 2병이 걸리면서 마구마구 세상을 비난하며 살다 보니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친구들은 내 삐딱선을 그저 나이 들어 철없는 겉멋이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나는 니체를 좋아했지만 일부는 그 니체도 결국은 네 발목을 잡아서 사는 게 힘들 거라고 이야기하니 결국은 나 혼자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리라 뚝심 있게 살았다.


그러다 이 친구가 내게 연인으로 다가와서 연애라는 걸 하면서도 사실 딱히 떨리거나 그런 게 없었던 게 친구로 너무 오래 지냈어서 나는 사실 처음 연애이자 마지막 연애였다. 그리고 이후 나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이상도 없거니와 연애 대한 욕망도 없고 기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나부터가 부족한데 누굴 만난다는 게 힘들다. 연애라는 게 인간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인데 힘들다.


그런데 왜 봉선화 물을 들였냐고 다시 묻는다면 , 그 첫사랑과는 딱 한 번은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웃으며 헤어지고 싶다.

헤어질 때 전쟁처럼 헤어져서 이제는 마무리가 아름답게 이미 10년도 더 된 이야기라 웃으며 차를 마시며

그때 그랬지 하면서 말이다. 세월의 여유를 두고서 웃으며 잘 살아라, 하면서 웃으며 헤어지고 싶다.

이게 전부이다.

그래서 나는 봉선화 물을 들였다.

내 인생 올해 최고의 도박이다.

엄마는 말씀하셨는데, 도박하지 말라고. 엄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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