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동네를 뛴다.

by 몽접

결국 나도 뛰기를 선택했다. 주말에는 집 근처 초등학교가 열어서 운동장을 뛰었더니 얼마나 숨이 가쁜지 이 저질 체력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박했다. 헬스클럽에 가기는 정말 싫고 결국은 오래전에 사두었던 레깅스를 입고 대충 어색하지 않게 뛰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색했다. 다들 뛰니까 나도 뛴다는 개념이 있어서 뭐랄까 내가 왜 뛰어야 하나?라는 물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 모든 화와 짜증을 달리기에서 풀어 버린다. 살면서 매일매일 다가오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건 이제는 아닌 것 같아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거창한 것이 아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다. 머리에 띠를 매고 뛰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레깅스를 입고서 뛰는 사람, 아니면 그냥 정말 롱 패딩을 입고 뛰는 사람 정말 많다. 아니 내 주변에 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는가, 를 생각했다. 달리기가 유행인 건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뛰는지는 몰랐다.

어쨌든 나는 뛰어야 하는 이유가 많다.


1. 체중감량.

2킬로 감량이 필요하다. 지금 약간 1킬로 정도 증량이 되었는데 이 참에 아예 더 많이 빼버려서 그냥 3킬로 감량을 해서 앞자리 4자로 바꿔 버리고 싶다.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뱃살도 많고 지구력도 없고 근력도 없는 모습은 아닌 것 같고 필라테스를 다닐까도 생각을 했는데 아직은 내가 유산소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 뛰어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뛰니까 막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아서 가열차게 해 볼 생각이고 식단조절을 위해서 곤약쌀을 준비했다.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3킬로 감량을 해서 아예 앞자리 4자리를 할 예정이다.


2. 일기로는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나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글을 쓴다. 일기를 많이 쓴다. 그런데 그게 안될 때는 빨리 걷기를 하는데 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뛰어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그냥 인정하는 경우라, 누가 뭐라고 하면 네,라고 하는 경우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는 거의 일기에 썼는데 이제는 한계인 듯해서 그냥 뛰기로 했다.


3. 생각 없이 살아보기.

난 생각이 너무 많다. 단순하게 살아 보고 싶다. 뛰는 순간만큼은 뛰는 것에 집중해서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단순하게 살아보고 싶다.

눈 뜨면 그때부터 하루 일과 정리를 하고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또 쓰레기 정리부터 집안일하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건 좋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뛰는 한 시간을 그냥 나에게 모두 집중하고 싶다.


가장 많이 뛰어 본 시기는 대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살을 빼겠다고 오후 2시에 나는 미친 듯이 뛰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쓰러져서 아주 착한 분에게 자동차에 실려서 집에 겨우 갈 수 있었고 흔히 말하는 여름병에 걸렸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미친 듯이 뛰었고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뛰니 어떤 분은 차를 멈추시고 "학생 타요, 목적지에 내려 줄게요" 하시는 분이 여럿 있으셨다. 그렇게 나는 미친 듯이 두 달을 뛰고 10킬로를 감량했다. 물론 밥은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도 반끼였다. 배고프면 물을 마시고 열심히 빼서 정상인으로 살겠다고 완주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방학을 마치고 대학을 갔을 때는 친구들이 비법을 물어봤지만 비법은 운동과 식단이었다. 젊으니 더 잘빠진 거였고 지금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더 노력을 해야지 한다.

가열차게 뛰어서 나도 복근을 봐야겠다.

아무래도 나 자신과의 싸움은 그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유혹은 많지만 이번만은 절대 협상하지 않고 뛰리라라 마음먹고 있다.

빵을 먹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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