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가 편한 사람입니다.

by 몽접

나는 늘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듣기에는 편할 수 있지만 내 안에는 화와 분노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정말 괜찮을 수 있다. 이게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어렸을 때였는지도 모른다. 가난하게 살아온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냥 엄마가 제안한 것 중 나은 것 그리고 안될 땐 그저 "엄마 괜찮아"라고 말하는 거, 그래서 일찍 어른아이가 되는 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5일장이 열리는 내 고향에서는 아침에 학교를 갔다가 오후에 집으로 오는 길은 없는 게 없는 장이 열린다. 내가 늘 매의 눈으로 봤던 건 찹쌀 도넛이었다. 4개에 2천 원이었다. 저렴하지 않은가, 생각할 수 있는데 내 중학교 용돈이 일주일에 1천 원이었다. 그걸 먹으려면 2주일 단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살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걷고 걸어서 2천 원을 모으면 난 도넛을 사서 가족과 먹었다. 늘 아쉬웠다. 한 개를 먹으려고 2주를 굶어서 사는 삶이 좋을 리 없지 않은가. 엄마는 나에게 "괜찮아?"라고 늘 물어보시면 난 "괜찮아 엄마"라고 했다. 하지만 여동생은 정반대였다.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야 하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엄마 주머니를 털었다. 처음에는 동생이니 하고 넘어갔지만 나중에는 엄마는 여동생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주고 나에게는 묻지도 않아서 나는 어린 마음에 많이 섭섭했다. 나도 똑같은 자식인데 나에게는 왜 묻지도 않은지에 대해서 섭섭해서 "엄마 나도 딸이야, 맏이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잖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이후 충격을 받으셨는지 말씀을 줄이시고 나에게 물으셨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후도 나의 태도는 그냥 괜찮아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가 있고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부탁이 내가 할 수 없을 때가 있고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럼 나는 거절을 잘하지 못해서 일단 상황을 들어보고 시간이 되는지 파악을 했어야 했는데 사회생활 초기에는 무조건 괜찮다고 말을 하고서는 뒷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그리고 중반을 흘러가면서 나름 요령이 생겨서 죄송하다는 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여서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사실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나의 업무가 이번 주 수요일까지가 마감기한이라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완성도가 떨어지니 죄송하지만 다음에 부탁을 하신다면 그 또한 시간이 허락을 한다면 언제든지 수고로움을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그럼 들은 사람도 알겠다고 하고 웃으며 헤어진다.


나이가 들고 보니 거절을 하는 것도 타이밍이고 어떻게 거절을 하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매번 같을 수 없고 매번 상황은 다이내믹 하니 늙어감에 삶의 태도가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늘 달고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나에게 무조건 예스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주변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건 아니지만 어떨 때는 내가 잘못한 건가라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다듬어서 거절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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