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서 오세요, 여기는 편의점입니다.

by 몽접

대학을 입학하고 가장 큰 문제는 학비였다. 처음 학비는 엄마가 내어 주셨지만 물가만큼이나 비싼 게 학비였다. 난 공대생이다. 그래서 문과보다 더 비싼 학비를 감당해야 했다. 처음 학비를 보고서 너무 놀래서 입학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엄마는 괜찮다 하시며 선뜻 내어주셨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교 시장 함바집에서 일을 할까 생각에 전화를 했더니 그 함바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건물을 짓고 나면 없어질 함바집인데 나는 너무 순진했다. 친구들은 과외를 한다고 했고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친구가 같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했다.

학교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학교 앞이라 수업 후 가면 입지 접근성이 뛰어나 언제든 상시 채용이라고 뜬다. 나도 다르지 않게 그날 뛰어가서 간단하게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무경험자라 될까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연락이 왔다. 면접이다.


"띵동" 편의점 문이 열렸다.

사장님이 계셨다.

"아 어서 와요"

환하게 웃으시는 사장님이 마음에 든다.

"저 지원자입니다."

사장님은 "알죠, 자 여기 앉을까요"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경험 있어요?"

"아뇨"

"경험이 없다.. 그럼 알바라고 한 경험은?"

"저 함바집 식자재 공급한다고 새벽에 일한 경험은 있습니다"

사장님은 "어 그래요? 새벽부터 쉽지 않은데.. 아 인사가 늦었네요. 나 노용래요."

나는 "네 전 김민철입니다"

노상장은 "우리는 사실 경험자를 채용하기는 한데 그런 경험이 있으면 성실하다고 증명은 됐고 같이 하는 파트너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5년 차라 배우면서 하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래요, 같이 해 봅시다"

뜻밖의 결과에 나는 놀라 "아 감사합니다"

노 사장님은 "그런데 시간은 언제 어떻게.."

나는 "원하시는 시간은?"

노사장님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요"

나는 "네 가능합니다. 제가 수업 마치고 와서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노 사장님은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새벽이 넘어가면 야근수당도 있으니 기대하시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드셔도 되니 허기 채우세요"

자리를 뜨는 노사장님은 악수를 청하셨다.

그렇게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나는 같이 하는 파트너를 그다음 날 만나게 되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달려간 편의점 "띵동"

"어서 오세요"

나는 "저기 저 일하러.."

"안녕하세요, 사장님께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저같이 일하는 파트너 전민기입니다"

"아 네 저 김민철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바코드 인식과 일하기 좋은 팁을 공유하며 빠르게 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민기는 나보다 2살이 어렸지만 매우 의젓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즈음이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어이 여기 앞에 인형 뽑기 누구 거야?"

술이 취한 50대 남성이 물었다.

난 최대한 친절하게 "모르겠습니다"

술 취한 남성은 "아니 내 돈을 다 가져갔어"

나는 당황스러워서 "그러세요, 그럼 다시 해 보시겠습니까. 저희 편의점과는 무관합니다"

그렇게 대응을 하니 나가셨다.

그런데 다시 들어오셨다. "아니 내 돈을 또 가져갔네. 여기 사장 나오라고 해"

이때 물건을 정리하던 민기가 왔다.

"손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술 취한 남성은 "아니 내가 이 앞에 인형 뽑기 했거든 , 돈을 2만 원을 썼는데 안 되는 거야. 이거 사장이 돈 먹으라고 가져다 놓은 거잖아. 사장 나오라고 그래!!"

민기는 "아니 사장님 그 인형 뽑기는 저희 가게와 무관합니다. 술이 많이 되신 거 같은데 귀가하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술 취한 남성은 이제 시비다. "아니 이것들이 쌍으로 나에게 덤비네?"

나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데 민기는 "사장님 그러면 저희가 지금 저희 사장님과 전화 연결 시켜 드릴 테니 전화해 보시겠습니까?"

그러니 화난 남자는 "어 그래 좋겠다"

그렇게 전화 연결을 하고 똑같은 대답을 들은 남성은 화가 났는지 "야 너희 3명 똑같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두고 봐 내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는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민기와 이야기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잊고 있던 그 만취의 남자가 들어왔다.

"나 너무 배고파. 라면이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라면을 먹나 싶어서 밖을 봤더니 파라솔에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기는 "저런 분들 많습니다. 걱정 마세요. 형"

나는 안심을 하며 다음 손님들을 대응하며 새벽 1시를 보내고 있었다.

"다음 손님" 하며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에잇, 이거나 받아라" 하며 갑자기 쏟아지는 뜨거운 국물.

그렇다. 그 인형 뽑기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이었던 남성이 우리에게 라면 국물 테러를 했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어머 어머" 하며 소리를 질렀고 나와 민기는 얼굴과 온몸에 라면과 국물이 튀어서 어찌할 줄 몰랐다. 술 취한 남성은 "야 내가 만만하냐? 잘 됐다. 나 간다. 많이 팔아라" 하며 뒷모습으로 손을 흔드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민기는 경찰을 호출했고 나머지 손님들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결국은 편의점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분을 고소하셨다. 업무 방해죄이다.


그날 이후로 그 남자를 볼 수 없었다. 노사장님은 그분에게는 가혹한 심사가 들어가야 한다며 두고두고 말씀하셨고 경찰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편의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온다. 그리고 많은 진상들이 있다.

한 번은 이런 진상이 있었다.

여자분이었다. 나이는 마흔을 넘긴 것 같은데 저녁을 훨씬 넘겼다.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기다리는데 "어머 여기는 왜 이렇게 후졌어"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데 "저기 여기 뭐 그런 스타킹 없어?"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어떤 걸.."

그 여자분은 "그러니까 비칠 듯 안 비치는데 스타킹"

나는 알 수 없어서 민기를 부르니 민기는 "그 스타킹은 저희 취급 안 해요"라고 정리를 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아니 편의점이면 다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기본이 없네. 그런데 왜 편의점을 해?"

따지기 시작을 하는데 일일이 대응을 하면 문제이겠다 싶어서 우리는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은 " 아니 죄송합니다가 아니야, 가져다 놓겠습니다"야

반말을 하시더니 그렇게 한 20여분을 편의점을 돌고 도시다가 나가셨다.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사장님이셨다.

"민철아 우리 물건이 좀 없어졌거든. 여자분이신데 cctv로는 과자 2개 껌 1" 기억하니?

"사장님 혹시 마흔이 좀 넘으시고 윗옷은 코트에 밑에 치마 입으시고..."

사장님은 "응 맞아 맞아"

나는 그때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화를 내시며 "아니 편의점 탓을 하면서 스리슬쩍 했단 말이야!!"

나는 "그리고 그날 엄청 화를 내셨어요. 민기 씨가 아주 나이스하게 안내를 했는데.."

사장님은 결국 그 영상화면을 편의점 앞에 붙이셨고 경고문을 쓰셨다.

'망신당하기 전에 알아서 가져다 놓으세요'라고


편의점은 활극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온다.


나는 학교가 방학을 할 때마다 편의점을 그냥 꾸준히 하게 되었다. 민기 씨와의 호흡도 잘 맞았고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좋게 봐주신 덕분에 나도 조금씩 일이 손에 맞았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아갔다.

편의점은 새벽 2시가 되면 삼각김밥을 비롯해서 모든 음식들이 체인지가 된다. 그때부터는 물량을 다 조사하고 바꿔야 하고 음료수는 냉동창고에 가서 바꿔야 한다. 이런 바쁜 시간대는 더 상대와의 호흡이 필요하다. 전수조사는 내가 빨라서 하고 물건을 옮기는 일은 민기 씨가 빨라서 그동안의 손님 응대는 내가 한다.

새벽이 되면 주로 오는 손님은 취객이거나 회사원이다. 그래서 팔리는 종목은 딱 두 종목이다. 담배와 라면이다. 가끔 과자도 있는데 흔하지 않다. 그렇게 나와 민기 씨는 열심히 일을 했고 덕분에 사장님도 고맙다며 우리 시급을 더 올려주셨다. 나는 엄마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몸에 맞다고 말을 하고 걱정을 덜어드렸다.


학교 공부는 짬짬이 하면서 하니 더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늘 재미있을 수 없는 편의점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건 내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들때다. 군대를 가기 전이라서 더 열심히 할 때였다. 그날은 너무 더워서 편의점 밖은 지옥이었다.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손님을 응대하며 인사를 했다. 그날따라 학생들이 많았다. 민기 씨는 근처에 학원이 생기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매우 좋아했다. 생각을 해보니 없던 학원이 두 곳이 생겨서 마치면 중학교 친구들이 라면 매출을 많이 늘려줬다. 덕분에 우리는 일이 늘었지만 사장님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그렇게 여름을 열심히 보내고 있던 중 , 남녀 4명의 학생들이 와서 편의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다르지 않게 책을 보고 있는데 한 학생이 "야 뭐야 , 없어"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남학생은 "그냥 가자"라는 말을 한 듯하다. 그때 다른 여학생의 목소리에는 "그냥 쓸어"라는 말을 했다. 나는 뭔가 싶어서 보는데 그냥 평범하다. 그냥 가겠거니 하고 싶어서 서 있는데 갑자기 후다닥 하고 뛰어 나갔다. 내 생각에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 주인아저씨의 전화였다.

"민철 씨 나야"

주인아저씨는 한숨을 쉬셨다.

"네 사장님 , 어제 학생들 갔었지."

늘 있는 일이다.

"네"

사장님은 "아니 내가 평소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 좀 보라고 했는데..."

싸하다.

"무슨 일이신지"

사장님은 "어제 민기 씨가 아파서 혼자서 일해서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어제 남학생 여학생애들 우리 물건 많이 가져갔어"

갑자기 머리가 띵하다.

"네?"

사장님은 "내가 갈게"

얼마나 지났을까 오셨다.

사장님이 지목한 곳에 정말 물건이 없다. 이런 cctv를 보니 여학생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남학생이 과자를 여러 봉 훔쳐갔다.

"이러면 못 잡아. 아이고"

나는 죄송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오면 지켜보겠습니다"

사장님은 "그래 좀 부탁해"

그렇게 나는 편의점의 헬모드를 지나고 있었다.

영장이 나오고 군입대를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누르고 일하는 나에게 이건 최악이었다.

정말 이렇게 영악한 아이들이 있었나 싶었다. 나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이런 사건은 없었다.

빵셔틀은 있어도 이런 건 없었다.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글쎄 모르겠다.

어쨌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오면 그냥 삥 둘러서 감시를 했다.

일은 두배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그렇게 내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끝이 났다. 점주님과 인사를 하고서 마지막 날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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