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먹는 라면.

by 몽접

요즘 약간 습관 비슷해서 버리고 싶은 그러나 위안이 되고 있는 루틴은 퇴근하고 먹는 라면이다. 나는 밀가루를 너무 좋아해서 다이어트가 안된다. 오늘 아침에도 정확히 50킬로를 찍고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아서 한숨을 지었다. 그러면 뭐 하나 아침부터 무인가게에서 산 과자를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근, 그리고 직장에서 사탕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다시 각성을.


이렇게 먹는데 다이어트가 될 수 없다. 태어나길 빵을 좋아해서 요즘 안 그래도 베이글에 빠져서 어지간하면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이러다 51킬로를 볼지 몰라서 나 자신에게 뭐라고 한다. '몽접아 정신 차리자'

그러면 뭐 하나 집에 들어가는 길, 유혹을 하는 양대 산맥에 편의점. 그래서 나는 작은 컵라면을 사고 집에 도착을 하면 버릴 것들은 다 버리고 이불을 정리하고 음악을 틀고 독서대를 일으키고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주전자에 라면을 생각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라면을 먹을 생각에 룰루랄라, 그렇게 한 숟가락을 들면 솔직히 두 번째 까지는 맛있는데 그다음은 맛이 없다. 왜냐면 아는 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면 종류에 변화를 줄까도 생각했지만 성격상 모험을 그리 즐기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냥 늘 먹는 라면을 먹는다. 매운 건 못 먹는 맵찔이라서 신라면이 마지노선이다. 결국 먹는 라면 먹고 있다.


흰 연기가 나고 라면을 들어 올리면 하루에 있었던 스트레스를 국물에 말아버린다. 그리고 그 국물에 김치를 돌아말아서 훌훌 하고 넘기면 칼칼한 맛에 목이 뜨끔한다.

이렇게 추운 날에 먹는 라면은 진짜 특별하다. 그리고 순간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나는 몸을 웅크리고 한가닥을 올린다. 어느 순간 먹어버린 라면, 그리고 남은 국물은 버린다.

다음날 부을 얼굴은 잠시 미뤄둔다.


어렸을 때 라면을 정말 많이 먹고 자랐다. 혼분식을 했다. 말이 혼분식이지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라면이 싫었다. 친구들은 라면을 먹는 내가 부럽다고 놀러를 왔지만 그건 그들의 시선일 뿐이다. 나는 그때 생각을 했다. 가난하면 라면을 먹어야 하는구나, 아빠는 어쩌다 이렇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도 못하는 계약을 하셔서 정말 화가 났지만 어린 나의 시선에서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건 어른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때 즈음이면 김장철의 김치를 꺼내 오셔서 라면과 함께 했는데 김치가 없었다면 정말 질려서 먹기 어려웠을 거다.

쭉 쭉 찢어 먹는 김치는 내게 호사였다. 그래서 엄마가 얹어 주시는 김치와 먹는 라면은 그나마 좋았다. 계란, 그래 계란은 엄마가 아끼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그때 반숙란을 좋아해서 엄마가 엄청 신경 써주셨다.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둘러앉아서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었던 라면은 낭만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고구마를 같이 주셨는데 겨울이면 정말 엄청 먹었다. 5일장이 열리는 우리 동네에서는 빠지지 않고 귤도 주셨는데 라면 먹고 귤을 먹는 호사를 누리는 날은 잠도 달았다. 어릴 때 먹었던 그 라면 맛은 잊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가 추억으로 먹었던 라면은 향으로 기억한다.


날은 깊고 차다. 겨울이니 밤은 깊고 빨리 온다. 그래서 그런가 더 라면이 맛있다. 그러나 내 몸무게는 증량이 되겠지 한다. 하지만 포기가 안 되는 걸 보니 나도 사람은 사람인가 보다 하며 웃는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내일은 라면 먹지 말아야지'

바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내 손엔 이미 라면이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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