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by 몽접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다.

"자 다들 눈을 감고 선생님이 말하면 손을 들어요"

"자, 텔레비전 있는 사람?"

그러면 누군가가 손을 들었을까?

그리고 "자 그럼 집에 비디오가 있는 사람?"

이렇게 질문이 20개 정도 되면 선생님께서는 자 다들 엎드린 자세에서 "수고했습니다" 하시고 가셨다.

우리는 그랬다.

"야 너 눈 뜨고 봤지?"

꽤 흥이 넘치는 남자아이에게 장난처럼 물었다.

그럼 그 친구는 "아니거든, 우리 집은 냉장고도 없는데 무슨.." 하며 괜히 책상을 치고 나갔다.

우리는 멀뚱이 그 친구를 보면서 "냉장고 없으면 밥은 어떻게 먹어?"

그때 한 친구가 "그냥 먹는 거지 뭐"

하고 지나가는 말을 했는데 난 그때 이런 조사를 왜 하는지 몰라서 엄마에게 여쭤봤다.

"엄마 오늘도 학교에서 조사를 했거든 , 우리 집은 없는 게 너무 많아"

낯빛이 어두워지는 엄마는 "괜찮아 , 다 있어야 행복한 것도 아니고 지금 우리가 사는 게 행복하면 행복한 거지, 옛날에 엄마가 동화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이렇게 있었어. 쌀이 백가마니 있는 사람과 천가 마니 있는 사람이 있었지. 그런데 우리가 보면 와, 부자다 해서 행복할 것 같잖아, 아니 절대로 각자 이 쌀을 어떻게 오래 두고 살지 하고 걱정을 하고 사는 거지. 그래서 쌀이 더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고 살아. 엄마는 그 동화책을 보고서 결정을 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이해를 다 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 마흔에 요즘 내 주변에서는 금융치료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역시 돈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그렇지는 않다. 물론 돈이 많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기는 하겠지만 돈이 있어서 내 행복을 살 수는 없다.


얼핏 봤던 기사가 있었다. 영화배우 고현정은 오늘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그게 가장 행복이다,라는 기사를 봤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일들과 분초를 지나치는 일들에서 하루 무탈하게 지나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생활만 봐도 내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오해를 받거나 혹은 실수가 있으면 그날 오후는 망치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행복이 깨졌다는 큰 틀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이라는 게 꼭 돈은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나 자신에게 질문하여 오늘 하루 뿌듯하게 보냈는가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된 거 아닌가 싶다.


20대에는 뭔가 큰 것을 찾아 헤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갈증이 있었고 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고서는 살짝 내가 외각에서 나를 보기 시작했고 그래도 그때도 역시 내가 중심인 자리에서 나를 보니 나를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놓치고 사는 삶에서 나는 동사도 명사도 많이 놓치고 살았다.


그러다 마흔이 되면서 이제는 아예 밖에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차가운 표현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에게 매우 까다롭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버릇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한 땀 한 땀 뭔가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완벽주의에서 나를 벗길 수 없으니 나 스스로 힘든 길을 가기는 하나 뭔가 비어있으면 스스로 불안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가 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게 낫기도 싶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무너뜨린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누가 행복이 뭔가요 하면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묻는다. 그럼 대답에서 "네"라고 하면 "행복하시네요"라고 나는 말한다.

그래 행복은 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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