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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27. 2022

난생처음으로 엄마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주변 동네 한복집에서 이불솜을 타는 일을 간혹 하셨고 동정을 단다거나 한복을 만드는 일을 하셨다. 손재주가 많아서 늘 주변의 이목을 받으셨는데 엄마는 그런 손재주가 자신의 일을 만든다고 싫어하셨다. 없는 형편에 엄마는 참 많은 일을 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형제 중 마지막 작은 아버지의 큰 아들이 결혼하던 날이었다. 날짜가 잡히고 상견례는 빠졌지만 결혼식은 가야 했다. 엄마는 "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요즘은 어떤 한복을 입지?" 난 "엄마 집에 한복 많지 않아?" 엄마는 "다 옛날이지" 그런가 하고 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데 어딘가에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난 엄마에게 "엄마 왜?" 엄마는 "아니 대여비도 비싸네" 엄마는 한숨을 꺼져라 내쉬셨다. 그냥 사면되는데 단번에 결정하지 못하는 엄마 난 엄마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난 고민 끝에 할 수 없이 친구 찬스를 쓰기로 했다. 초등학교 친구 중에 한복집 아들이 있다.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 크게 장사를 하시고 솜씨도 좋아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난 냉큼 전화해서 "어이 친구, 우리 엄마 한복 할게" 친구는 "갑자기?" 난 "갑자기이긴 한데 친척 결혼식" 친구는 "야 코로나로 우리 집 힘든데 완전 땡큐다" 난 "야 좀 깎아줘" 친구는 "야 친구끼리 깎는 거 아니야" 난 "그래도 좀.." 친구는 "알겠다, 내가 엄마에게 이야기해 놓을게"


결국 난 고향으로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엄마는 너무 놀라시며 "무슨 일이야?" 난 "그냥"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엄마 한복은?" 엄마는 "안 그래도 걱정이네, 요즘 누가 한복을 입니. 한 번 하면 몇 번 입지도 않을 것 같아서 하기도 그렇고 안 하자니 자리가 그렇고" 난 모른 척하고 "엄마 밥 다 먹으면 우리 데이트할까?" 엄마는 "갑자기 무슨 데이트?" 난 "그냥 " 엄마는 웃으시며 "좋지" 그렇게 엄마를 속일 요량으로 같이 한복집을 갔다.



이미 다 알고 계시는 친구 어머니는 "아이고 왔구나" 난 인사를 드리며 "어떻게 준비는.."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몇 개를 준비를 했는데 입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지" 하시며 엄마에게 권하셨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간 엄마는 "아니.." 하시며 얼떨결에 한복을 보시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고 자태가 곱다" 하시며 금방 눈에서 꿀이 떨어졌다. 난 마음에 드는 한복이 있었다. 친구 어머니는 커피믹스를 내오시며 "천천히 고르세요, 한 번 사면 끝까지 입는 거니까" 엄마는 "아니 어떻게 아시고" 아주머니는 "효녀가" 하시며 눈을 찡긋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엄마는 결국 나에게 그냥 가자고 하셨지만 난 내가 선물을 할 테니 사시라고 권했다. 몇 번의 실랑이가 있을법했지만 엄마는 "그럼 우리 같이 고르자" 하시고 나와 엄마는 서로 지목한 것으로 하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떨리는 순간. 역시 모전여전이다. 우리는 같은 한복을 선택했다.




엄마는 "아니 난 첫눈에 이게 들어왔어" 난 "그랬구나" 아주머니는 "눈이 높으시네, 제일 비싼 거 하셨어" 웃으시며 엄마에게 한 번 다시 입어 보시라고 하셨고 엄마는 정말 고우셨다. 저고리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어 저고리 하나를 더 골랐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 고와서 하나는 더 사고 싶었다. 맘 고우신 사장님께서 깎아 주셨다. 엄마는 말씀으로는 괜찮다 하셨지만 정말 좋아하셨다.

이렇게 어렵게 구입을 하고 우리는 커피숍에 들러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딸 힌트를 좀 주지" 난 "그럼 바로 사셨고?"

엄마는 "고맙다"

눈물을 훔치시는 엄마. 난 "엄마 그동안 한복이 없었잖아.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한복 하나. "

엄마는 "그렇지.." 하시며 허공을 보셨다. 외할머니는 엄마 약혼식에 두벌의 한복을 주셨다. 하나는 당신이 아끼시던 한복, 하나는 엄마를 위해 직접 만든 한복이었다. 엄마는 그 한복으로 중요한 일이 있으면  차려입으시고 늘 외할머니를 생각하셨다.

난 엄마에게 엄마 좋아?라고 물었고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자식들 키우시느라 거칠어진 엄마손을 잡으며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했고

엄마는 "고마워 딸, 그리고 안 잊을게"

난 엄마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내 생애 최초로 엄마에게 한복을 선물해 드렸다.

옷을 사드린 적은 많았는데 한복을 사드릴 줄이야, 엄마가 환하게 웃으셔서 좋았다. 이게 자식이지 싶다.


추신: 이 글을 보고 있을 엄마에게

평생 남의 옷만 예쁘게 만드셔서 엄마는 예뻐도 못 입으셨지.

난 그럴 때마다 맘이 아팠어.

엄마 이제야 한 벌 해드렸네.

엄마 브런치 작가 되었다고 참으로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늘 곁에서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된 거야.

그리고 한복 정말 어울리셔, 우리는 늘 그랬듯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할 거야.

사랑하는 엄마, 언제나 늘 곁에서 엄마와 함께 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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