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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30. 2022

너 빵집 딸이니?

난 빵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산 고향에는 태극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 가게 주변을 지나가면 빵 냄새가 나서 침을 삼켰다. 엄마도 빵 마니아다. 그래서 엄마는 제빵 자격증을 따셨다. 별로 없는 재료이지만 늘 집에서 술빵을 쪄서 우리에게 주셨는데 없는 살림에 그게 어딘가, 그날은 잔치였다. 



술빵을 찌면 엄마는 맛을 보시고 "응 맛있다" 하시며 우리에게 권하셨는데 난 술빵이라고 해서 "엄마 이거 먹고 취하면 어떡해?"라고 말을 했다. 엄마는 깔깔 웃으시며 "다 날아갔지" 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역시 친절한 엄마다. 엄마는 태극당 빵을 참 좋아하셔서 아빠의 월급날에는 꼭 가서 소보르빵을 사 오셨다. 가장 저렴해서 살 수 있는 빵이었다. 그날은 빵 하나를 두고 칼로 절반을 나눠서 동생과 나눠 먹으며 맛있다고 먹었는데 지금도 난 빵은 밥 대신 먹을 수 있다.



지난달 보르쉐를 먹기 위해서 이태원에 갔었다. 그런데 옆집에 터키 빵집이 있었다. 아, 그래 여기다!! 난 들어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것저것 막 쓸어 담았다. 그랬더니 주인이 영어로 "당신이 아는 빵은 이야기들이 있다"라고 하는데 난 또 얼렁뚱땅 영어로 "네"라고 하고 "말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쓸어 담은 빵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다시 주인에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빵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몇 개를 추천해주셨다. 다 담고 집에서 먹어보니 효모빵이었다. 먹을만했고 맛은 담백했다.

입 호강을 하니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엄마" 엄마는 뭔가를 만드시는 것 같았다. "엄마 터키 빵 보내드릴까?" 엄마는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며 "아니"라고 하셨다. 난 그때부터 내가 먹은 빵에 대한 이야기를 늘여 놓았다. 엄마는 "그래.. 한 번 먹어는 보고 싶네"라고 하셨다. 이때다 싶어서 "그래 그럼 내가 보내 드릴게" 엄마는 "고마워"라고 말씀하시고 난 다시 이태원 그 가게를 가서 빵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빵에 대한 이런저런 내용을 찾아보다가 내가 모르는 빵이 너무 많은 걸 알고서 갑자기 욕심이 났다. 대전에 유명한 빵집을 들려보고 싶었다. 친구에게 전화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다. 결혼하고 애도 낳고 전업주부다. 벨이 울리더니 금방 받았다.



 "친구" "응 어쩐 일이야?" 난 "나 그 빵집 가 보려고" 친구는 깔깔 웃으며 "혼자 사니 참 별일 다 한다" 난 "진심이거든 난 빵에 대한 사랑이 커" 친구는 "너 빵집 딸인 줄 알겠어" 난 "그러게 , 내가 어렸을 때 못 먹은 빵에 대한 욕심을 이제 풀려나 봐" 친구는 "그래?" 난 :응"

친구는 "서울에 3대 명인 제과는 갔고?" 난 "당연하지" 그렇다. 난 이미 다 들려서 몇 번을 맛을 봤기에 대전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친구는 "그래 그럼 놀러 와, 내가 마중을 가드리지"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빵에 대한 아픈 추억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면 우유와 빵을 반에 돌리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내심 내가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지 않았음 하셨다. 그거야 뭐 뻔하다. 없는 살림에 여유가 없어서였다. 



아빠는 "무조건 해!!"라고 하셨지만 막상 반장선거 철이 되면 부모님은 말씀이 없으셨다. 5학년 때 난 어이없게 반장이 되었다. 축하를 받고 집에다 "엄마 나 반장인데.."라고 했더니 엄마는 "그렇구나, 걱정이네 빵을 돌려야 하는데.." 하시며 축하보다는 빵을 돌리는 문화에 더 걱정을 하셨다. 



결국 부반장인 친구 어머니와 상의를 하셔서 반반의 돈을 내는 것으로 하고 우여곡절로 넘겼다. 그때 알았다. 난 반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6학년 때는 반장 후보에 올라서 선생님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난 그 문화가 싫었다. 빵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라면 이게 전부이다. 



 난 빵집을 갈 생각에 맘이 싱숭생숭했다. 잠깐 그런데 친구 선물을 뭘 사야 할지 몰라 고민이었다. 친구는 향수를 좋아하니 미리 백화점에 들러 향수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수다와 빵이라면 인생을 사는 재미에 이 정도는 팁이다.

친구는 끝까지 나에게 "너 빵집 딸이니?"라고 놀렸다. 난 결국"그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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