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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01. 2022

대출금 갚으려고 컵밥 먹어요.

대기업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을 좀 썼다. 그리고 난 어디로 가서 밥을 먹고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집에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 말로는 역적이라고 했지만 난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엄마는 그냥 내가 힘들어서 그만둔 거라면 잘했다 하시며 집밥 먹으러 오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하지만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목에 걸렸다. 말로는 가겠다고 여러 번 말로 때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내려가니 아빠와 엄마는 마을 어귀에 서 계셨다. 그리고 엄마는 큰 팔을 펼치시고 "어휴 딸 왔어"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는 "그렇게 힘들면 그냥 때려치우지, 뭐하러 6년이나 살았어?" 하시며 내 등을 쓰다듬어 주셨다.



대충 이야기를 하고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난 다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돈을 쓰다 보니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난 큰 결심을 했다. 엄마에게 약간의 손을 빌리기로. 그리고 돈을 갚겠다고 하고 결국은 내 은행은 엄마가 되었다. 죄송했다. 1년을 벼르고 공부를 해야 했다. 많이 뽑아야 2-3명을 뽑는 연구직을 가기 위해서 난 솔직히 막막했다.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다들 갓 석사를 따면 가는 곳인데 난 나이도 있고 갈 수 있을까?를 수없이 의문을 가지고 살다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렇다. 



이 친구는 멀쩡하게 동사무소에서 잘 지내고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무원이 하기 싫다고 연락이 왔다. 공무원 하겠다고 1년을 숨어 지내다가 갑자기 합격했다고 방긋 웃던 친구였는데 친구의 얼굴은 많이 어두웠다. 알고 보니 친구는 사내에서 왕따가 되어있었다. 



우리는 결국 연구직에 도전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컵밥을 먹기 시작했다. 컵밥 처음 먹으면 먹을 만하다. 하지만 하루 두 끼를 먹다 보면 질린다. 그래서 난 하나를 사서 세끼를 나눠 먹고 대신 음료수를 다른 걸로 마시면서 속을 달랬다. 나와 같은 직군은 아니지만 같은 공무원의 다른 연구원직을 선택한 친구와 난 그렇게 시험을 치고 우리는 1년을 다시 노량진으로 집으로 해서 살았다.



우리는 가끔 이야기를 했다. "장수생들은 어떻게 하지? 와 진짜 대단하다." 그렇다. 난 거기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봤다. 늘 가면 그 자리에서 맥도널드를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칸트 같은 사람이었다. 

한 번은 궁금해서 무슨 공부를 하는가 보니 임용고시를 보는 사람인 듯했다. 

난 속으로 '진짜 힘들겠다' 하긴 쉬운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면 다들 컵밥에 공부에 자신을 던지고 살아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결국 우리는 1년을 바짝 공부를 했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다시는 컵밥을 먹지 않기로.



난 출근을 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엄마에게 빌린 대출금을 갚았다. 엄마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데 그 돈을 냉큼 모른 척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드렸다. 그리고 감사의 편지를 써서 드렸다.

결국은 컵밥은 내 인생의 대출금을 갚느라 먹은셈이다. 그리고 지금은 저금을 하면서 가끔 노량진을 가면 그때의 추억에 맘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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