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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01. 2022

대기업을 그만뒀다.

난 대기업을 6년 다니고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오래 다닐 생각이었다. 대기업 시험 준비는 친구 따라 시작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 이후 박사과정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시기에 친구는 어차피 교수를 할 수 없다면 그냥 대기업을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줘서 같이 준비를 했다. 물론 친구도 석사까지 하고 연구원직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나와 함께 노량진으로 갔다. 



열심히 파이팅, 컵밥 먹어가며 우리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스터디 그룹을 하면서 재수 삼수를 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슬쩍, "야 우리는 재수 아니야!!" 하면서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우리는 운 좋게 합격을 했다. 합격을 하고 친구와 나는 미뤘던 치맥을 먹으며 자축파티를 하며 앞날을 기대하며 우리는 성공했다며, 앞으로의 케리어 우먼을 꿈꾸며 살았다.

우리는 둘 다 타지방 출신이다. 서울에 집이 없어서 결국 투룸을 구해서 같이 움직였다. 발령은 서로 달랐지만 공감을 하면서 서로 응원을 하면서 달렸다.



친구는 외향적인 성격이고 난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두고도 친구는 웃으며 털어낸다는 식이고 난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내가 다 가져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난 고비가 3년 때 왔다. 그 고비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냥 나의 잘못이다. 내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매일 헤매고 죄송합니다를 언제 끝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난 이제 그만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슬쩍 꺼내는데 친구는 "아직! 아직은 아니야"라고 말렸다. 그렇게 그 사표는 내 책상에서 3년을 더 머물며 틈만 나면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난 결정타를 맞았다.



신입이 들어왔다. 사수는 내게 신입 교육을 맡겼다. 똘똘한 신입이었다. 이미 신입은 다른 대기업을 경험하고 이직을 한 신입이었다. 그래서 특별하게 내가 가르쳐 줄 뭔가가 없었다. 웃으며 난 이야기를 했고 잘 지냈다. 그게 문제였다. 점심을 먹고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 신입이 같은 동기들과 내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아니 글쎄, 뭐는 어디에 뭐는 어디에 이야기하는데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웃기지? 그리고 회사 다니면서 맨 얼굴은 뭐냐? 정말 예의가 너무 없어" 옆에 있던 사람은 "하긴 네 사수는 좀 편하기는 한데 옆에 있으면 배울 건 없어 보이더라" 이런 내 이야기를 마구마구 늘여 놓은걸 막상 들으니 난 화가 났다.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마음은 두근거리고 내 욕을 얼마나 했을까 싶어서 슬쩍 신입의 얼굴을 봤는데 웃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난 그때부터 사람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난 못된 시어머니로 남아야 하는가? 고민을 했다. 그날 저녁 룸메와 밥을 먹으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룸메는 한참 조용하게 있더니 "그럼 내일 이야기해서 사실 확인해"라고 이야기했다. 난 "아니 뭐하러 일만 커지지" 그렇게 난 그 사건을 묻고서 누가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했다. 



신입 교육도 끝나가고 회식이 마련이 되었다. 난 속에 있는 말을 했다. 저 "사표 좀 낼게요"

내 사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또 왜?"

난 "또 왜가 아니라 진짜로.."

그때 사수는 " 잠깐.."


그렇게 사수에게 그간의 내 맘고생을 이야기했고 난 이미 떠날 맘으로 3년을 버텼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회식이 끝나고 사수는 일주일을 더 줄 테니 생각을 고려하라고 했다. 하지만 내 결론은 같았다.

정확히 2주 뒤 내 사표는 받아들여지고 난 사표를 쓰고 가장 먼저 늦잠을 잤다.

후회는 없었다. 기업이라는 문화가 나에게 맞지 않았고 내가 못 견뎌낸 거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럼 된 거다. 그래서 난 결국 다시 이직을 위해서 컵밥을 먹으러 노량진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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