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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05. 2022

전 서울에 사는 유목민입니다.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누가 고향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경상도요"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덧 나이가 마흔이다 보니 "서울"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누가 그걸 모르는가, 그래서 난 할머니에게 "할머니 서울 살면 엄청 답답해, 이 공기가 달라" 할머니는 "시골이야 좋지, 아무래도 다르지" 하시면서 무심하게 내온 된장찌개와 밥 김치인데 그렇게 맛있을 수 없어서 허겁지겁 먹으면 할머니는 " 굶었냐? " 하시며 이것저것 꺼내 주신다.



 난 "맛난다" 하면서 허공을 보면서 머리를 해드뱅하면서 이게 맛이지, 하면서 난 먹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할머니 나 그냥 시골에서 장사할까?" 할머니는 돋보기를 올리시며 "무슨 장사?" 난 "그냥 아무거나" 등짝 스매싱이 날아온다. "장사 뭐 아무나 하냐!! 요 앞집 용식이 아저씨 알지? 잘 벌다가 괜히 들어와서 망혔어.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그렇게 욕들을 해. 장가는 못 갔지 나이는 있지. 엄마가 눈을 감을 수 있겠냐고!!" 난 이내 "알았어 알았어" 

할머니가 사는 동네는 정말 뷰도 좋고 공기도 좋다.



저녁이 되어서 할머니와 엄마 나 이렇게 세 명이서 간단한 다과를 먹었다.

할머니는 "서울이 힘들어?" 

난"그냥.. 집도 없고 사는 게 힘들어서"

할머니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창업도 많이들 하던데 너는 그런 거 안 될까?"

난 웃음이 팡 터졌다.

"할머니 나 고등학교 끝으로 수학을 놨어"

할머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참어 참는 자에게 복 있다" 하시면서 나에게 힘을 주셨다.

그렇게 충전을 하고 난 서울로 왔다.


갑갑한 지하철을 뚫고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싸 준 반찬을 넣는데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난 행복한가? 누가 들으면 복에 겨운 이야기라고 하겠지?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을 때 즈음 생수를 마시고 서울에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 부유한 기분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이미 고향으로 갔다. 내가 아는 친구만 3명은 고향으로 갔다. 그런데 하던 직장을 버리고 공무원 시험을 쳐서 시청 동사무소에 있다. 난 좋으냐고 물었다. 친구들의 반응은 "고향만큼 좋은 곳이 어딨냐?" 라며 차를 내주는데 난 부러웠다.

그리고 내게 "그러지 말고 시험 쳐"라는 그 말에 "이 나이에 붙겠냐?"

그렇다 그 친구는 39세에 붙었다. 친구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

라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며 "서울 좋냐. 야 나는 다시 살라고 하면 절대 안 간다"

라며 양손으로 엑스를 그었다.


나는 "그래?"

친구는 "버티는 거지, 서울은 버티는 곳이야. 사는 곳이 아니라"

친구는 집에서 따스운 밥을 해주는 엄마 밑에서 먹고 사니 살이 붙었다며 뱃살을 빼야겠다며 은근히 자랑을 했다. 난 "자랑할 게 없어서 뱃살을 자랑하냐?"

친구는 "그렇게 된 건가?"

원 없이 웃는 친구는 "서울이 너랑 안 맞아"

난 "왜?"

친구는 "그냥 대학 때도 그랬고 옆에 보는 친구들 다 그렇게 생각했지. 제 저러다 사고 친다"

난 "사고는 무슨.."

친구는 "하긴.. 그러기엔 이젠 늦었다."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난 생각했다, 난 서울에 살지만 서울에 살지 않는다.

마음은 고향에 있으니 부유한 유목민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아.. 떠나고 싶다. 고향으로. 언젠가 갈 수 있겠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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