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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14. 2022

봄을 마시는 쑥국.

엄마가 오랜만에 서울에 오셨다. 오랜만에 간편하게 올라오셨다.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아서 목소리 많이 쉬었다. 엄마는 큰 걱정을 하시며 도착하자마자 내 냉장고를 열어 보시며 한숨을 쉬셨다. 알만하다. 그리고 냅다 시장으로 가셨다. 그리고 엄마는 쑥을 많이 사 오셨다. 수족냉증인데 감기까지 있으니 딸에 대한 걱정이 한 포대이다.



난 엄마에게 쉬라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쉬냐고 화를 내셨다. 그리고 아침을 급하게 차리셨다.

봄내음이다. 

늘 이무렵에는 쑥 잔치를 하셨는데, 여전하시다.


며칠 전에도 동네에서 쑥을 뜯으러 가셨단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들이 있으시니 거기서 뭔가를 해 드시기 그러셔서 캐기만 하고 집으로 바로 헤어지셨단다. 단체 사진만 남기고 들어가니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고 나이엔 장사가 없다고 하시며 꿀꿀이 슈퍼집 아주머니가 디스크 수술을 받는 다시며 엄마는 속상해하셨다.


그리고는 집에는 없는 재료를 사러 나가셨다. 내가 사는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중앙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엄마는 내가 사는 지역이 서울 같지 않아서 좋아하신다. 나름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서 그나마 서울 오는 재미가 있다고 늘 말씀하신다.



정수 슈퍼집 딸은 강남에 사는데 한 번은 정수 슈퍼집 딸내미 집에 놀러를 갔는데 정신과가 너무 많아서 엄마는 놀라셨다고 하셨다. 난 어딜 가나 있는 게 병원인데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다. 강남이면 성형수술 병원도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안 그래도 두 발짝 건너면 병원이라 신기하다고 하셨다. 뉴욕처럼 큰 대형 화면은 아니더라도 나름 치열한 곳이 강남이라, 그나마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엄마는 그렇게 준비된 쑥과 무를 준비하셔서, 이번엔 이걸 먹고 감기를 나아보자고 이야기하셨다.

봄이라 그런가 어제는 추웠다. 그래서 옷을 괜히 얇게 입고 나왔다고 투덜거렸다.

엄마는 봄은 하루에 열두 번도 바뀌는 게 봄이라고 하셨다.


난 창문을 응시하고 잠시 생각하는데 쑥 내음에 침이 고였다.

엄마는 "자 먹자"

그렇다. 쑥국이다.

오랜만에 밥 다운 밥을 먹는 거다.



반찬이야 없어도 된다. 고슬고슬한 밥에 쑥을 먹으니 이만한 봄이 어디 있겠는가.

난 "고맙습니다"

나이 마흔에도 이렇게 밥상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다.

한 입에 봄이 들어왔다.


쓱 하고 가버릴 것 같은 봄을 내가 품고 있으니 이런 따뜻함이란 여지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와 난 말없이 쑥국을 먹으며 "엄마 봄이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더니 엄마는 "봄이 별거냐 이렇게 한 그릇 먹으면 되는 거지"라고 시크하게 말씀하신 엄마, 난 "맞아 이렇게 한 그릇 먹는 거지"

쑥을 남겨놨다. 다시 끓여 먹으려고 돌돌 말았놨다.

엄마는 내게 당부를 하시며 봄은 쉬이 가니 쑥국을 끓여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여전한 자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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