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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12. 2022

뜨겁고 묵직한 순대국밥의 응원가!!

일주일에 두 번은 간다. 순대국밥집을. 물어본다. 왜 그렇게 가냐고, 그럼 그냥, 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일종의 루틴 같은 거다. 만만한 국밥을 먹고 싶을 때 가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이 집을 들어갔을 때 난 혼자였다. 여자 혼자 국밥을 시켜 먹기 그래서 다 된 밥에 용기에 담아서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었다. 맛이 꽤 담백했다. 그리고 몇 번의 용기를 내서 하루를 마치며 술과 함께 먹는 순대국밥집 문을 여는데 여자라곤 나 혼자였다. 


사장님은 조용히 내게 "혼자 셔?" 난 소극적인 대답으로 "네" 사장님은 "어떤 걸로 드릴까?"난 "저기 국밥 하나" 그렇다. 이렇게 시작을 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혼밥을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때는 코로나 시국도 아니었고 시간이 9시가 넘으니 24시간 국밥집에 남자들이 대부분 술과 함께 하니 여자는 나 혼자 덜렁 있으니 괜히 위축이 되었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그다음부터 난 쉽게 어느 자리나 앉아서 국밥을 먹었다.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아서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지만 괜히 그런 날, 밥이라고 떠먹어야 할 때가 있는 날 그럴 때 국밥집을 간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날, 마지막 이런 날은 꼭 간다. 마음이 허한 날. 그래서 뭐라도 먹자라고 할 때 간다. 이 집은 사람들이 많다. 어떤 날은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서야 한다. 

며칠 전 갔다.


코로나 여파로 원래 일하시던 아주머니 세분이 한꺼번에 일하지 않으시고 돌아가면서 당번제로 나오신단다.

아무리 유명해도 피하지 못하는 코로나의 여파로 그동안 사장님만 세 번이 바뀌었다고 하신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여태 먹어왔던 그대로의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난 국밥 앞에서 숙연해졌다.

뜨겁고 묵직한 국밥, 언제나 똑같은 맛이지만 이렇게 질리지 않고 먹는 음식이 몇이나 될까 생각을 해보니 입이 짧은 나로서는 별로 없는 듯하다.

난 순대와 고기 중 순대만 먹고 고기는 별로 먹지 않는다. 평소에도 고기를 즐기지 않아서 거의 남긴다.



국밥을 보면 뜨겁고 치열한 삶을 생각한다. 인생은 치열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쉬운 삶은 없다. 그리고 그 쉬운 삶에 숟가락을 얹히려면 그건 보너스라 언젠가는 쉽게 쓰고 버려진다. 그래서 난 원래 인생은 어려운 거라 숨이 턱 하고 막힐 때면 그 자리에서 후~하고 괜히 숨을 쉬어본다. 뜨거워서 한 입에 들어가기 힘들어 차근차근 먹어야 하는 국밥이 삶과 다르지 않다.



 온기가 있어서 내 몸에 도는 피 같아서 시간을 기다린다. 밥 한 숟가락에 국물 한 모금, 그렇게 먹다 보면 배가 찬다. 난 생각한다. 국밥이 내게 응원하는구나. 이 뜨겁고 치열한 국밥이 이 모진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지치지 말고 나처럼 이 뜨겁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아니면 이 뜨거움을 받아서 차가워지려는 너의 시선을 만져주겠노라고, 국밥은 내게 단순하지 않다.



어제도 먹은 국밥, 힘찬 응원을 받으며 난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간헐적으로 먹는 국밥이 나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내고 있음을, 그리고 세상을 살아감에 뜨겁게 살아감을.

국밥의 응원으로 또 내 발걸음은 삶이라는 단어에 적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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