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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7. 2022

건물주는 못되어도 집주인은 되고 싶다.

서울 온 지 벌써 20년 차 난 아직도 전세에 살고 있다. 눈만 뜨면 오르는 집값으론 청약통장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그건 거의 로또의 기회라 난 늘 로또를 생각한다. 하지만 로또는 정말 로또  안된다. 남들의 말처럼 신들의 성지 위에 건물주라는데 난 건물주는 못해도 집주인은 되고 싶다. 전세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평균 3년마다 바뀌는 빌라 주인과 계약에 야금야금 올라가는 전셋값을 내기 위해 주 5일 근무를 하는 나는 사표를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최근 난 "왜 난 회사를 다니는가?"에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맘 같아서는 강원도 허름한 집을 개축해서 살고 싶다는 오랜 로망을 실천하고자 알아보려고 이리저리 눈 구경을 했었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내 한 몸 눕자고 다니는 거다. 의. 식. 주, 서울에서 살려면 이 세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 지방이라면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높아지는 집값에 지방은 그나마 좀 덜하다. 서울은 턱없이 불러서 건물주가 아니면 집주인으로 살기 어려워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가진 재산으로는 집주인이 되기 힘들다. 



친구들은 결혼해서 결혼자금 대출 명목으로 이자를 내고 아파트를 마련했다. 집들이를 한다고 놀러를 갔을 때 난 내심 부러워서 "좋겠다, 집이 있어서.."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부부는 "그럼 뭐해 , 다 이자인데"라는 말을 쏟아냈다. 난 "갚으면.." 하는데 연이어 나오는 말은 "이자 얼마나 높은 줄 알아?"라는 말로 내 입을 막았다. 그래 알았다는 표정을 하고 내 온 음식들을 먹으며 그렇게 그 집을 나오면서 그렇게라도 마련한 집이 부러웠다. 최근 난 집에 관심이 많아서 어떻게 집을 샀는가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있다. 



깨알 팁부터 내 집 마련까지 20 대에 눈을 떠서 돈이라는 개념과 정의를 남들과 다르게 내리면서 바짝 모았다는 일명 '왕소금'이라는 사람은 어디까지 씀씀이를 줄여봤다부터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자산가에 건물주라며 웃으며 인터뷰를 하는데 난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뒤늦은 자책이 들었다.

난 소탈하게 그냥 먹고살만하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마흔이 되고 보니 내 집이라는 공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바짝 들어 전세는 불안하다.

누군가는 건물주는 할아버지의 재력에 아버지의 능력에 엄마의 실력이라는데 난 그런 게 없다. 타고난 가난한 집 딸 , 그래서 손을 벌려서 마련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 능력과 노력으로 집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남들은 마흔에 집이 없어?라고 묻는 사람도 있고,  없을 수 있지 라는 사람도 있다. 내 잘못인가? 한참 고민하다가 명품 브랜드 하나 없는 내가 과소비하는 습관도 없는데 억울한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났다. 


버스를 타고 지하보도를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수많은 아파트를 보면서 '저기에 많은 아파트는 다 집주인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다시 전세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빨리 돈을 더 모아 집을 사야겠다 생각했지만 당장은 어렵고 또 몇 년은 바짝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때는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대학교 때는 기숙사에 옥탑방에 고시원에, 회사원 시절에는 원룸에 전세에 지금 연구원 시절에 전세에 그러고 보니 변화는 있었다. 평수가 넓어지고 좀 더 뷰가 좋은 곳으로 하지만 내 집이 아니다. 그러니 난 집주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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