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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2. 2022

1000원의 행복.

일상 행복 1000원

오늘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병원행. 늘 보는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일. 날은 춥고 옷은 여전히 두껍다. 늘 병원에서 공짜로 커피를 마셨는데 코로나로 음료가 금지가 되었다. 앞사람과 뒷사람의 간격이 있으면 책을 보며 기다린다. 시간이 걸리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정신과 상담은 늘 나를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집을 나서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단 게 먹고 싶었다. 지나간 초콜릿 데이를 의식했는지 아직도 밖에는 초콜릿이 있었다. 큰 것을 사서 나눠 드리기에는 선생님과 나머지 환자분들과의 관계가 아직은 그렇다. 난 결국 작은 사탕을 선택했다. 그건 춥파춥스. 어릴 때 참 많이 먹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눈깔사탕을 먹었다. 5일장이 있는 내 고향에서는 엿장수도 있었지만 수제 과자집에서 파는 눈깔사탕이 인기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오시면 같이 장에 갔었는데 외할머니는 꼭 그걸 사셔서 우리에게 주셨다. 어린 입에는 들어가기 힘든 그 사탕이 얼마나 맛나는지 자기 전에 꼭 개수를 확인하고 잤었다. 그럼 외할머니는 웃으시며 "다음 장에도 사주마 "하시며 등을 토닥여 주셨다. 그렇게 유년의 시절이 지나고 학교를 들어가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가끔 뽑기를 하면 사탕을 그렇게 줬었다. 




일명 100원 뽑기다. 그럼 두장을 뽑을 수 있는데 꽝이 나오면 아저씨는 땅콩 맛 캔디를 주셨다. 작은 알사탕이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아저씨는 자주 보는 학생들의 이름도 외우셔서 "응 오늘 민철이구나, 그래 오늘은 얼마냐?" 하시고 민철이는 "아저씨 오늘은 200원요" 하면 "오늘은 꽤 크구나" 하셨다. 민철이가 뽑기를 하면 다들 모여서 뽑기 결과에 아저씨가 종이를 펴실 때마다 한숨에 함성이 스쳤고 꽝이 나오면 원래 한 장에 한 개를 주는 사탕을 마구 주셨다. 민철이는 그래서 "괜찮아 , 나 사탕 부자야" 하면서 나름 위안을 찾았다. 



그렇게 먹은 사탕은 어느덧 춥파춥스의 인기로 옮겨졌다. 선생님이 "자 여러분 오늘 숙제 다 해오면 하나씩 줄 건데 이게 사탕입니다, 아주 맛있어요. "하면서 주신 사탕이 춥파춥스였다. 큰 통에 담긴 사탕이었는데 처음 먹었을 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아주 고급진 맛이었다. 난 특별히 오렌지 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늘 고를 기회가 있으면 오렌지를 고른다. 오늘 병원 가는 길 딱 1000원 치의 춥파춥스를 들고 갔다. 오렌지 맛으로 , 간호사 선생님들 두 분과 의사 선생님을 드리고 내 것  그리고 하나가 남아서 옆분에게 드렸다. 간호사 선생님은 "어머 얼마만이야" 환하게 웃으셨고 옆분 간호사 선생님도 "이거 진짜 오랜만이다"하시며 고마움을 전하셨다. 난 그렇게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 때 의사 선생님께 전달해 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단 것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시며 역시 직업병이라며 미소를 띠셨다. 


주머니에 천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냥 단 게 먹고 싶었다. 그리고 산 사탕으로 아침을 즐겁게 보냈다. 정신과를 다닌지도 벌써 6년째다. 아무도 내가 정신과를 다니는지 모른다. 처음 다니게 된 건 광장 공포증이었는데 나중에는 불면증 때문에 다니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약이 한 알이라도 빠지면 잠을 잘 수 없다. 심한 편이라 약을 줄여 보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약을 줄이는 건 더 힘들어서 지금은 유지 중이다. 전 대기업을 다닐 때 난 가면 우울증 진단을 받고 그만두었다. 회사에서는 웃고 집에서는 울고 그렇게 나를 견디며 버티며 살다가 얻은 병으로 난 지금도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후회는 없다. 다만 열심히 다니며 약이 줄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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