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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5. 2022

엄마 김밥은 금밥.

엄마는 김밥의 달인이다. 앞선 브런치에도 적었지만 바빠서 우리에게 식사 대신 싸 주신 게 김밥이었다. 질리게 먹었고 한동안 쉬었었다. 하지만 난 허기가 지면 김밥을 먹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김밥 한 줄을 앞두고 한숨을 쉬며 하루를 위로한다. 요즘 번아웃으로 다른 어느 때보다 힘들다. 그래서일까? 입맛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를 먹지만 배고프다는 생각은 안 든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일부러 해야 하는데 좋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결혼 6년 차, 아이가 생겼고 아이의 재롱에 녹아나는 친구는 빨리 커서 아기와 자기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소풍을 가면 김밥을 싸주고 싶다며 벌써부터 엄마 역할에 푹 빠져 있었다. 하긴 그럴만하다. 한 번의 유산으로 아픈 경험 끝에 아이를 놓고 그만큼의 아픔을 딛고 아이를 낳고 남들보다 더 격한 마음은 이해한다. 난 "김밥 은근히 힘들어"라고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알아" 친구는 우리의 초등학교 소풍 추억을 소환했다. "우리 소풍 때 진짜 들어가는 건  없었는데 맛있었지? 너희 엄마 진짜 최고였다" 다 지난 기억이었다. "우리 집 가난해서 김밥 속재료 3가지였어" 실쭉해진 난 "그리고 인기 없었거든" 친구는 "아니야 , 너 잘 기억해봐 우리 보물찾기 이후에 점심시간이었는데 너 김밥 애들이 먹고 바꿔 먹자고 했잖아"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가물거리는 기억에 친구가 "야 그때 진짜 맛있었는데 여전하시지?" 난"응" 친구는"나도 부탁드리고 싶다, 그 고소운 참기름에 별 것 없는 재료로 어떻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하시는지" 친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김밥 전도자가 되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난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엄마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어딜 가면 늘 김밥을 싸주셨는데 늘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아빠도 김밥을 좋아하셔서 거짓말처럼 7시가 되면 자전거 소리를 내시면서 "오늘은 몇 줄이야?" 하시면서 웃으셨고 엄마는 "몇 줄을 물가가 올라서.." 하시면서 최대한 많이 싼  그해 김밥은 20줄이었다. 아껴 먹어 그다음 날 먹어야 되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처럼 되면 어린아이가 아니다. 아빠부터가 "아 이거 참 침이 고이네" 하시면서 이야기를 하셨고 , 우리는 "엄마 한 줄만 먼저 먹으면 안 될까?"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럼 엄마는 "그래 알았다. 오늘만 오픈하자!!" 하시며 큼직큼직하게 썰어내셨다. 누구랄 것 없이 그렇게 먹은 김밥은 그다음 날도 먹고 저녁까지 먹으면 정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금의 엄마는 조카들을 위해 김밥을 싸신다. 조카 브로가 엄마 김밥을 엄청 좋아한다. 이 귀여운 악당은 "할머니 나 김밥" 하면서 몸이 아프면 귀신같이 전화해서 "할머니 김밥 먹으면 나을 것 같아"하면서 애교를 피운다. 그리고 말한다. "할머니 김밥은 금밥이야" 엄마는 귀를 의심하시고는 "뭐라고?" 다시 물으면 다시 브로는 "할머니 김밥은 금밥이야" 하고 깔깔 웃는다. 엄마도 싫지 않으신지 웃으시고 난 물었다. 브로에게 "브로 왜 금밥이야?" "할머니는 할머니가 싸고 싶을 때만 싸시니까 금이지, 당연한 걸 물어" 어쩐지 너무 빨리 크는 브로에게 난 "응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요즘 입맛이 없는데 엄마에게 금밥을 싸 달라고 해야겠다. 엄마는 그럼 이러시겠지?

"그 금밥?, 먹고 싶은가요?"라고. 그럼 난 냉큼 이야기해야지"네"라고

당장 전화기가 눈에 띈다.by-몽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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