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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8. 2022

칼이냐 포크냐 이것이 문제로다, 돈가스의 추억.

내가 처음 돈가스를 먹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돈가스는 정말 아주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돈가스 먹자, 하면 뭔가 어색했다. 떡볶이를 먹으면 마음이 편한데 돈가스를 먹자 하면 경양식점을 가니까 뭔가를 갖춰서 가야 한다는 기분에 맘이 무거웠던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 집은 빌라였다. 꿀꿀이 슈퍼집 골목집에서 이사를 가고 빌라로 이사를 가고 아파트와는 다른 환경이었지만 난 그래도 좋았다. 이사는 이사였기에. 이사를 가고 아래층과 정말 가깝게 지냈다. 정숙이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셨다. 서울에서 남편 따라 시골로 이주를 하셨다. 그래서 낯선 환경에서 누구보다 친구가 필요로 하셨다. 엄마는 그런 정숙이 아주머니와 친구처럼 지내셨다. 그렇게 얼마나 지나셨을까, 정숙이 아주머니가 같이 밥을 먹자고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는 워낙 가까운 사이라 간단하게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큰 착오였다. 


정숙이 아주머니 남편분이 예약한 곳은 나름 동네에서 꽤 값이 나간다는 경양식 집을 예약하신 것이다. 우리는 다들 어리둥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자리에 앉고서 나온 칼과 포크를 보고서 일단 기가 죽었다.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었기에 어떤 예절이 필요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주문하고 처음 나온 수프를 맛보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때였다. 진희가 "우리는 수프 먹으려고 돈가스 먹어"라고 웃었다. 이런 난 수프도 귀해서 먹지를 못하는데 그런 진귀한 이야기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처한 상황을 이어가고 드디어 기다리던 돈가스가 나왔다. 돈가스에서 맛있는 향이 나오고 우리 자매는 어떻게 먹어야지 하고 고민하는데 엄마는 "우리도 먹자" 하시며 자신이 먼저 칼을 들었다. 일단 눈치껏 칼을 들어서 고기를 잘랐다. 그런데 정숙이 아주머니와 정반대였다. 속으로 '아 틀렸다'라는 직감이 들었다. 난 엄마에게 귀속말로 '엄마 우리 틀렸어, 반대야' 엄마는 어쩔 줄 몰라하시며 "이거 칼이 오른쪽인가?" 정숙이 아주머니는 "난 왼손잡이" 하시며 "어느 쪽으로 먹어도 상관없지" 하시며 우리들의 걱정을 덜어주셨다. 그제야 우리는 칼과 포크에서 자유를 찾아 고기를 먹었고 태어나서 그렇게 먹은 돈가스는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자신감을 찾아 엄마가 가끔 해주시는 돈가스를 먹을 때면 웃으면서 "엄마 우리 칼은 없는데 포크는 있어야 하잖아?"라고 집에서 안 쓰는 포크를 쓰며 웃으며 먹었다.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 돈가스를 먹는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 먹는 건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가볍게 즐기며 먹었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학교 식당에서 가끔 먹었다.



역시 밥은 엄마 밥이 최고다. 엄마는 두툼한 고기를 좋아하셔서 돈가스를 해주셨는데 소스가 없어도 빵가루를 직접 만들어서 해주셔서 난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가끔 집에 가면 해달라고 한다. 그럼 엄마는 "또 먹어?" 하시지만 싫지 않으신지 급하게 정육 코너에서 매의 눈길로 고기를 가져오셔서 해주신다.

그럼 따끈한 고기를 맛보며 잠시 그 추억에 잠긴다.

칼이냐 포크냐 그것이 문제로다, 웃긴다. 하지만 그 추억이 있어서 지금 더 맛있게 먹는다.by- 몽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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