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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0. 2022

김밥 권하는 사회

요즘 정말 김밥집이 많다. 처음에는 김밥 먹으면 천국을 간다, 라는 프랜차이즈점이 한 골목에 하나씩 생기더니 이제는 이 집도 물가 상승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저렴하지 않다. 그래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무거워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김밥 전문점인데 한 줄 가격에 6000원인 김밥이 있다. 난 별명으로 '황금 김밥'이라고 한다. 한 줄에 6천 원이면 적지 않은 가격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다. 사람들은 왜 김밥을 많이 먹을까?

사실 김밥이라고 하면 특별한 날 많이 먹는 음식이었다.



나 같은 경우 생일. 소풍. 기념일. 딱 이 기준에서 보면 귀한 음식이었는데 경제 위기가 오고 사람들에게 어느 사이에 침투해 온 빨리빨리 문화와 가볍고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귀한 음식과의 콜라보로 김밥만 한 게 없는 거다.




처음에는 김밥으로 천국 간다는 없는 메뉴가 없었다. 나도 처음 들어갔을 때 저 많은 메뉴를 주방에서 다 한다고, 메뉴로 천국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이들처럼 빨리 먹고 나오는 김밥을 먹었다. 하지만 난 요즘 잘 가지 않는다. 너무 질렸다. 그리고 점점 사람들은 김밥을 더 가까이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지하철 입구에서다. 지하철 입구에서 집밥이라고 써 붙이고 김밥을 파는 행상 아주머니들이 늘면서 차별화를 시작하며 김밥은 더 이상 귀한 음식이 되지 못했다.

그저 빠르고 급하게 그리고 한 끼를 때울 음식으로 나락했다.



김밥의 속재료 들은 뻔하다. 그저 한두 개의 차이를 둘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먹고 있고 전문점들은 차별화를 두면서 가격을 상승하고 있다.

가격을 들으면 헉, 하는 소리를 하지만 막상 먹으면 그럴만하네, 라는 소리를 스스로 한다.

그래서 이제는 김밥으로 장사를 한다는 건 재료의 승부수를 두고 하는 거라 더 이상 빨리와한 끼의 개념이 달라진 경우라고 봐야 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햄버거 한 개에 14만 원 한 유명 세프의 버거에 누군가는 비싸다 누군가는 이름값이다라고 하는데 난 사실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은 없지만 그렇게 한 사람이 햄버거 값을 올리면 수제 버거를 파는 다른 이들은 세프의 이름만으로 로열티를 받아서 파는 그 구조에 어떤 생각을 할까?

여하튼 음식은 날로 대중화되고 비싸지고 구조는 치밀하며 광고는 매우 현란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김밥을 먹는다.

어제 내가 간 김밥으로 천국을 간다에도 보니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김밥을 먹고 있었다.

단 문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재료비 인상으로 김밥 값이 올랐습니다. 포장에는 한 줄에 4천 원>

처음 김밥 값은 1천 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4천 원이다. 물론 재료 인상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점점 올라가는 가격에도 김밥을 권하는 이 사회가 정상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차별화되는 김밥집은 되려 세트메뉴에 김밥을 끼워 팔기도 한다.

주객전도를 하는 경우도 봤다.

김밥을 권하는 사회는 언제까지 될까?


난 궁금하다.

소풍을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흙먼지를 막아가며 먹었던 꿀맛이던 김밥은 이제 꿀맛은 아니다. 그저 배고픔에 아우성치는 내 위를 달래 줄 뿐이다. 김밥을 권하는 사회,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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