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Apr 20. 2022

어쩌다 마흔

나이를 먹는다,라고 하는데 왜 먹는다라고 할까. 배도 부르지 않는데. 난 이 논란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밥을 먹고 세상을 살아서 먹는다, 라는 용어를 쓴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쩌다 난 마흔이 되었을까.


10대 시절에는 나이가 빨리 들고 싶었다. 아빠의 너그러운 빚보증으로 늘 가난하게 살아야 했으므로 난 포기가 빨랐고 어른으로 살아야 했다. 그래야 난 마음이 편했으니 난 피터팬으로 살 수 없었다. 아니 팅커벨로 살 수 없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살았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공부였으니 그것만이라도 해야지 하고 한 게 공부였다. 그렇게 하고 내가 결론을 내린 건 나이가 들면 편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10대 때 누구나 생각하는 친구관계 그리고 성적 이 둘은 나를 찰떡같이 괴롭혔고 하지만 난 어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르는 물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십 대, 이십 대에는 많은 걸 보고 배웠다. 남들은 이십 대 하면 꾸미고 뭔가에 빠지고 한다지만 난 여전히 시험과의 전쟁이었다. 집에서는 대학원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학원이라면 부모님은 교수가 될 수 없다면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냥 교양과목으로 있는 강연을 들으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지금은 작고 하신 나의 은사님은 내게 "넌 공부를 계속해야 하고 아마 공부를 그만 두면 힘들어질 거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계속 도전해라"라고 예언처럼 말씀을 하셨다.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담임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문학을 가르쳐 주셨는데 틀에 박힌 수업이 아닌 확장된 수업을 해주셨다. 예를 들면 작가가 왜 이 주인공을 선택해서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등등 그래서 호불호가 갈렸다. 선생님의 수업으로는 수능을 치르기 힘들었다.



 난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문과 수업에 최전선 수업이라 1학년 개론 수업에서는 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게 따로 수업을 해 주셨다. 그렇게 이십 대는 시험만 2번을 봤다. 대기업 공채와 지금의 연구원 시험. 난 인생이 남들처럼 쉽게 안 가냐고 힘들어했지만 어쨌든 합격이라는 다행스러움을 안고 삼십 대를 맞이했고 거짓말처럼 삼십에는 나이를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빨리 갔다. 



서른부터는 계란 한 판이라더니 프로젝트 하나 맞으면 일 년 그렇게 몇 년은 쓱 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서른여섯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서도 나에 대한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난 내 인연 타령을 하면서 결사 방어를 했지만 집에서는 그놈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고서도 정신을 못 차렸냐고 뭐라 하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지금의 마흔. 사람들은 마흔이 제일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공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난 그 나잇값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마흔이 되었다. 어쩌다 후루룩 라면 먹듯이 나이를 먹으니 방어가 안된다.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증상들이 내게 보이고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고 나도 모르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좀 더 깊게 생각을 하고 뭐든 다르다. 사람이 철이 든다는 게 숫자로만 말하지 않는다는데 이제 철이 좀 들어야 하는데 , 난 아직 멀었다. 뭐든 준비 없으면 오늘을 살아야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준비 없이 뭔가를 하는 거다. 난 여행을 해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대학 때도 조별발표를 할 때도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나와 같이 하는 조원들이 힘들어했다. 알면서도 난 철저히 완벽주의자이다. 그런데 이 나이만큼은 완벽주의가 안된다. 어쩌다 마흔이다. 불가에 이런 말이 있다. 어제 본 사람 그다음 날 아침에 안 보이네. 인생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김밥 권하는 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