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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1. 2022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만날 수 있는 이웃.

얼마 전 난 아주 난감한 일을 겪어야 했다. 도어록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도어록은 건전지가 있으면 열리는 시스템인데 교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난 아무 생각 없이 근처 편의점을 들려서 물건을 사고 들어온다는 생각에 지갑만 덜렁 들고나갔었다. 몇 번의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집은 열리지 않았다. 이런 당혹스러움이야 뭐라 표현이 안됐다. 그래서 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때 옆집에서 남자가 나왔다.


그렇다. 그 옆집 남자는 평소 나와 말 한마디 없는 남자였다. 여자 혼자 사는 내가 누구와 이야기한다는 게 요즘 세상에 꺼려져서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하고 그렇게 대면 대면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 옆집 남자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무슨 문제 있으세요?"

난 놀라서 말을 해야 하나 말을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인데 "저기 도어록이 안 열리네요"

남자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하면서 문을 닫고 들어갔다.


난 속으로 '다시 들어가네' 하고 어쩌지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다시 옆집 남자가 나왔다.

폰으로 전화를 하더니 나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네 고맙습니다" 하고 나에게 편의점에 가서 큰 배터리를 사 오라고 초록색창으로 검색을 해서 같은 모양의 배터리를 보여줬다.

난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얼른 냅다 뛰었다.

그리 가뿐 숨을 내쉬며 "여기요"


옆집 남자는 "이게 잠깐 충격을 주면 열리거든요"

그런데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남자도 난감한지 여러 번 해도 되지 않자. "안 되겠어요, 주인에게 고쳐달라고 해야지"

난 "저 폰이 방에 있어서요"

남자는 "제가 폰이 있으니 전화를 대신해드릴게요"

난"감사합니다"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가가 왔다.

알고 보니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아예 그 도어록이 고장이 났었단다. 난 한숨을 쉬며 "얼마인가요?"

그때 옆집 남자는 "이건 주인이 물어줘야죠"

다시 옆집 남자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비용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대략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난 "저기 어떻게..."

고쳐주신 분은 "네, 계좌를 받았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옆집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편의점에 가서 간단한 음료를 사서 선물을 했다.

옆집 남자는 이웃인데 뭘 이렇게까지 하냐며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난 아니다며 고마웠다고 진심을 전했다.



사실 살면서 옆집 남자를 봤었다. 그런데 인상이 무서웠다. 여자가 혼자 살고 그러니 난 조심해야지 하면서 나 스스로 문을 닫고 마음을 닫고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도움을 받고 나니 내가 괜히 편견을 가지고 살았다는 생각과 오해를 했다는 생각에 더 죄송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뵈면 인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함과 서울살이에 대한 오해가 한 꺼풀 풀어지는 느낌이라 난 감사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더니 참, 옆집 이웃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알게 모르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죄송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찍 나오는 길 마주했다. 그래서 인사를 먼저 했다.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만날 수 있는 이웃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하고 있다.

각박하다고 하는 서울살이에 이만한 이웃이 또 있을까 싶다. 감사하다.

늘 겸손하게 살아야 함을 또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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