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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y 01. 2022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김치 두 포기

사건의 시작은 아주 간단했으며 그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어제 오랜만에 할인마트에 갔다.



일주일에 먹을 과일을 사러 갔다. 사람들로 붐비는 그 사이를 헤집고 난 딸기와 망고를 사들고 또 뭘 살게 없나 하고 주변을 서성이는데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다, 철물점 아저씨네 가족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난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아가씨 여기 어쩐 일이야?" 아주 반가워하시며 웃으셨다. "저 여기 과일을.." 아주머니는 "그렇지 과일이 좋지, 우리는 여행 가려고 " 난 "좋으시겠다, 어디로 가세요?" 아주머니는 "멀리는 못 가고 인천?"

난"잘 다녀오세요"


철물점과 우리 빌라까지는 10여분 오며 가며 눈인사를 하는 사이라 아주 모르는 사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난 내 물건을 바코드에 찍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 카페에 들려 음료를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주머니를 또 만났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 있으신지 몇 발짝 가시다가 쉬시고 몇 발짝 가다가 쉬시고 난 속으로 물건이 많아서 그러시겠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난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니까 거리에 그냥 쪼그려 앉으셨다.



난 급히 뛰어가,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주머니는 "갑자기 통증, " 난 "119 부를까요?" 아주머니는 손으로 그러지 말라고 허공에 손을 엑스자를 그으시더니 "아니야 아니야 "하시며 나에게 "잠시만 잠시만" 하시더니 정말 대략 5분 정도 흘렀을까 "나 가끔 다리에 쥐도 나고 가슴에 협심증도 있어. 약도 복용하고 오늘따라 심하네" 난 "그러시구나, 제가 이 짐 들어 들어드릴게요" 아주머니는 "미안한데 신세를 좀 져도 될까?" 난 "그럼요" 난 빨리 내 짐을 집으로 가져다 놓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아주머니 짐을 다시 들었다. "아니 미안해" 난 "어차피 제 집 방향이랑 같은 거 아시잖아요" 아주머니는 영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난 괜찮다고 우리 엄마였다 생각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하긴 그래 그렇지?" 난 웃으며 "네"라고 말을 하고 도착을 했다.



아주머니는 "자기 자기 집에 냉장고에 뭐 있어?" 난 "네 있죠. 사람 사는 곳인데" 아주머니는 "잠깐만 있어봐" 난 물을 내어 주시겠지 했다. 그런데  " 이거 내가 어제 한 김치야,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네" 난 손으로 사양을 하며 "아니에요, 저 그냥.."


아주머니는 "아니야, 그냥도 봤으면 줬을 거야. 그런데 이렇게 신세를 졌는데 그리고 음식 먹고 싶은 거 있음 이야기해 나도 딸이 있어. 그 마음 , 그러니까 엄마 맘을 알지. 그러니 받아줬으면 해." 난 잠시 생각을 하고 "네 잘 먹겠습니다" 하고 받았다. 그리고 "저희 엄마께도 말씀드릴게요, 받았다고" 아주머니는 "에이 그럴 필요까지.." 난 아니에요, 받은 건 받은 거니까.." 아주머니는 "고마웠어요, 진짜로" 두 눈에 윙크를 날리시며 정말 가쁜한 몸을 움직이시며 내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셨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김치 두 포기를 냉장고에 넣으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응, 딸"

난 "엄마, 나 오늘 김치 선물 받았어"


엄마는" 선물?"

난"응"

엄마는 "어디서?"

난"아니 길을 가는데 이웃분이 힘드셔서 잠깐 도와 드렸는데 배추 두 포기를 주셨어"

엄마는 "서울에서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복이다"

난 "그러게"


엄마는 "맛은?"

난"아직 "

엄마는"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주고받고 그러는 건데 참 우리 그렇게 살기 힘들다 그렇지?"

난"그러게"

엄마는 "잘 뒀다 아껴 먹어"

난 "응, 나 서울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엄마는"그러게 , 쉽지 않지. 우리 딸이 처음으로 받은 선물 아니야?'


난 "아니야, 나 편의점 아저씨가 잘해주셔"

엄마는 "그래?"

난 "응, 그리고 어지간하면 손해 보려고 살려고 노력하지"

엄마는 "딸 많이 컸네"

난"엄마 나도 나이가 있어 ㅋㅋ"

엄마는 "그래 그래"

엄마" 딸 그 김치 두 포기가 아마 그냥 두 포기는 아닐 테고 정성 백배 두 포기일 테니 버리지 말고 먹어"

나"응"



이렇게 전화를 끊고 다시 김치를 보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내게는 그냥 정을 나눈 것 같아서 말이다.

서울에서 처음 느껴 본 정 말이다. 초코파이에만 정이 있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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