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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9. 2022

볶는 것도  순서가 있어.

김치볶음밥

헛헛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을 했다. 무얼 먹을까 하고 냉장고를 여니 있는 건 김치밖에 없었다. 늘 그렇지. 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난 순간 또 유혹에 휩싸였다. 편의점이다. 난 사실 고향에 살면서 편의점을 보면서 살지 않았다. 



서울 상경해서 충격을 받은 건 사람들이 물을 사 먹는다는 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멀쩡하게 틀면 나오는 물을 왜 사 먹지?' 그런데 나도 대학을 다니면서 제일 많이 사 먹은 게 물이다. 그렇게 문화적인 충격을 받고 접한 편의점은 정말 신세계였다.



 엄마와 매일 마트를 갔지만 없는 게 없는 편의점에서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먹고 싶은 건 많았고 돈이 많으면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겠다 싶었다. 난 그렇게 편의점에 익숙해져 지금은 아예 내 식단을 편의점에 맡기고 있다.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다양하다. 밥부터 술까지. 나도 다르지 않다. 간단하게 빵부터 어떨 땐 술까지. 어제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냥 편의점 밥으로 때울까 하다가 집으로 배달된 엄마손 김치가 벌써 푹 익어서 버리기에는 엄마의 정성을 버리는 것 같아서 직접 해 먹기로 했다. 내게는 도전이었다. 


결국 난 김치에 참기름을 두르고 팬을 달구어, 파를 넣고 김가루를 뿌려 밥을 비볐다. 밥은 늘 있는 햇반으로. 그런데 맘처럼 비벼지지 않았다. 이건 무슨 일일까?. 결국은 불을 중불로 하고 다시 김치를 맨 위로 놓고 밥을 아래로 깔고 비볐다. 








기름에 달구어진 팬에서는 참기름 냄새가 났고 그제야 모양이 제법 갖춰졌다. 뭐든 순서가 있다더니,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어떤 음식이든 시간이 필요하고 순서가 있다고. 그러고 보니 계란이 없었다. 난 김치볶음밥에는 늘 반숙을 해서 먹는다. 나갈려니 귀찮아서 참아야지 했는데 기왕 먹게 된 거 해서 먹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편의점에 들려 한 알을 샀다. 그리고 다시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숙을 했다.


얼추 30분은 한 것 같다. 집안은 아수라장의 냄새로 나를 덮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난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으로 넣으며 '그래 이게 맛이지'하며 먹었다.



생각해보니 엄마도 이렇게 김치볶음밥을 해주셨던 것 같다. 엄마가 볶음밥을 할 때는 마치 새 모이를 먹듯이 우리가 줄을 지어 있었다. 아빠도 예외일 순 없었다. 아빠는 아예 한 술 더 얹어서 "여보 야채를 더 넣을까?" 하며 엄마의 볶음밥 행에 힘을 더 넣게 했다. 그럼 엄마는 "당신이 이 볶음밥에 기술을 알아?" 하시며 힘들다 하셨으면서도 아빠의 말씀에 또 야채를 두루두루 넣어서 풍성하게 먹었다.


달구어진 팬에다 참기름으로 침이 고이게 두르고 김치를 듬성듬성 잘라서 살살 볶으면 엄마는 항상 "밥은 고슬고슬하게 해야 한다" 하시며 어린아이 달래듯 그렇게 밥을 볶으셨고 마지막에는 손목이 나가기 직전에 구운 김을 봉지에서 가루로 만들어 뿌려 대미를 장식하셨다. 



우리상에 올려지면 아빠는 "이거 뭐 색깔로도 졌다, 졌어" 하시면서 맛있게 드셨고 우리는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게 먹은 우리는 그날 하루 배부르게 먹고도 또 먹고 싶어서 그다음 날도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김치는 어느 집이나 다 있다 그래서 기본만 해도 되는 김치는 알고 보면 전문가를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 있는 녀석이다.



어제 밥을 먹을 먹으면서 예전 생각에 세상 쉬운 게 없네라는 생각에 , 갑자기 엄마가 해주시던 생각이 났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데 그건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고 결국은 난 다 먹지 못하고 덮었다.


하지만 푸근한 한 끼를 때우고 책을 보며 뭐든 순서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나이도 순서 세상살이도 순서, 참 쉬운 게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김치볶음밥 누가 쉽다고 했지?. 제대로 하려면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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