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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y 19. 2022

더덕을 굽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더덕,  어렸을 때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날 잡아서 산에서 더덕을 캐오셨다.



그날은 동네잔치였다. 꿀꿀이 슈퍼집 마루에 다 모여 각자 캔 나물들 꺼내 튀기고 양념해서 애들부터 먹인다고 애들부터 먹이자고 이야기하시는 슈퍼집 아주머니는 손이 크셨다.  그날은 과자도 음료수도 술도 공짜였다.



지금 생각하면 없이 사는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음식은 가내 수공업으로 해 먹는 음식이었다.

당신들이 캐내고 만들어 웃음과 진한 농담으로 저녁으로 가는 시간은 정말 지금은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더덕을 튀겨서 간장이나 소금에 찍어먹으면 바삭해서 맛은 있지만 난 연탄불에 앞뒤로 뒤집어 굽는 더덕구이를 좋아했다.



부채바람에 연기를 피해 가며 석쇠에 손목에 힘을 주고 시간과 싸워야 하는 연기는 맛은 보장했지만 굽는 사람은 눈물을 쏟아야 했다.



난 조용히 있다가 엄마가 밥을 주시면 고양이처럼 옆에 앉아 더덕구이를 받아 하나씩 찢어 먹으면 구이 향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양념이 진짜 중요했는데 양념은 늘 엄마가 하셨다. 엄마는 동네에서 음식 솜씨 좋은 사람으로 이미 인정받아 뭐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아빠는 힘을 주셨고 아빠는 더덕구이에 막걸리를 드시며 동네 아저씨들과 덕담을 하셨다.



그렇게 해가 거뭇거뭇 해지면 난 못내 더 먹고 싶어 근처를 가면 엄마는 몰래 구이 몇 조각을 더 주셨다.

난 아끼고 아껴서 그다음 날 조미김에 같이 먹었다.



그때의 기억으로 오늘 더덕구이를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중앙시장이 있다.

더덕을 사고 마법의 레시피는 엄마에게 여쭤보고 석쇠는 아니지만 최대한 열을 낮춰 구웠다.







최근 휴직으로 밥다운 밥을 먹지 않았는데 역시 맛은 좋았다.

음식은 추억을 이겨낼 수 없다.



갑자기 그때가 생각난 건 왜일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 꿀꿀이 슈퍼집 아주머니가 편찮으시면서 당분간 슈퍼를 닫는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게는 꿀꿀이 슈퍼집은 애증이다.

돈이 없어서 과자가 먹고 싶은 데 갈 수  없었던 나와는 거리가 먼 희망의 나라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 공간 이러니 참 애증의 기억이다.


다들 봄 하면 먹는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난 이 더덕이 내게는 봄에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랬나, 무엇을 먹어도 먹지 않은 느낌. 숙제를 해도 숙제를 하지 않은 느낌으로 살았던 것 같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추억과 향수가 있듯이 내게는 이 더덕이 어린날 어른의 입맛으로 봄을 맞이 해주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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