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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y 30. 2022

보아라 마셔라, 오이냉국

요즘 갑자기 더워진 날씨, 음료를 먹게 되어서 살이 찌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난 음식 아닌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예전 엄마 음식이 생각이 나서 일기장을 폈는데 엄마는 이 무렵에 오이냉국을 하셨던 것으로 기록으로 남았다.


아, 나는 늘 기록을 한다. 음식이든 과자든 아주 작은 내용이라도 그래야 다음을 기억하고 추억을 소환하니 이만한 호사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냉장고에 없는 오이를 사러 중앙시장을 갔다.


이미 오이지가 나왔고 나는 나에게 맞는 오이를 사기 위해 장을 둘러보는데 눈요기는 본능적으로 먹방으로 이끌었고 결국은 다이어트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고 떡볶이를 먹고서야 오이를 살 수 있었다. 자주 해 먹었을 때는 익숙한 레시피였는데 먹고 노니 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엄마"어 딸. 잘 쉬고 있지?"

나"응"


엄마"그런데 집은 왜 안 와?"

나" 그냥 여기가 편해"

엄마"언제는 서울이 싫다고 싫다고 하더니"

나"쉴 때는 서울이 편하고 아예 내가 쉬려면 고향이 좋겠지?"

엄마"그래 밥은?"

나"그래서 전화를 했지.ㅋㅋㅋ"


엄마"응 그래? 무슨 내용?"

나"엄마, 오이냉국 말이야 , 어떻게 하는 거지?"

엄마" 놀긴 많이 놀았나 보네, 딸. 그런 걸 물어보고"

나"그러게"


엄마"글쎄 , 그건 취향에 따라 다른데 설탕과 식초에 따라 다르지"

나"그런가..."

하고 난 레시피를 대충 봤다.

나"오케이 알겠어"

엄마"벌써?"


나"아니 대충 보고는 있었거든"

엄마는 "아이고 알았어, 그리고 집에 좀 와"

나"응"


그렇게 전화를 마무리하고 난 나만의 오이냉국을 했다.

뚝딱하고 만들겠지 했는데 이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오이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이렇게 먹으니 별미다. 아 얼음에 동동 띄워서 거의 마셨다.

음료수는 저리 가라 , 그렇게 한 그릇을 사발째 마시고는 다시 책을 보면서 잠깐 잠이 들었다.






오이는 호불호가 있다. 예전 기억에 외가를 가면 오이는 늘 사촌오빠의 코팩에 있었다. 공부도 잘했지만 외모관리도 신경을 쓴 오빠는 "야 이거 먹는걸 얼굴에 양보한 거야, 신경을 쓰는 거지" 난 그럼 "어차피 그 얼굴이 그 얼굴인데 신경 쓰면 뭐해" 하면 3살 차이 나는 오빠는 "야!" 하면서 웃었다. 그렇게 나도 따라서 누워서 오이팩을 하고 누우면 오빠는 나를 놀렸고 난 오빠를 놀리며 그렇게 한 시간은 족히 있었던 듯하다. 오빠는 다 하고 나면 거울을 보면서 "어때 좀 다르지?" 난 "아니 똑같은데" 하면 "너 다음에 하지 마!!ㅋㅋㅋ" 하면서 웃었다. 엄마는 그 아까운걸 얼굴에 한다고 요즘 애들은 그렇다고 혀를 차셨고 그런 외숙모는 잔소리 만랩을 하셨다. 어쩌겠는가, 사춘기 오빠의 인생인 것을. 그렇게 우리는 남은 오이를 가지고 그냥 돌아다니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이는 과자처럼 먹었던 것 같다.


집 주변 샐러드 가게가 많이 생겼다. 요즘 같은 분위기는 샐러드가 대세인가 보다. 하지만 난 사 먹지는 않았다. 대충 집에서 과일과 채소 챙겨 먹음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다. 오이냉국 한 사발 먹고 나니 거기에 면 풀어서 먹어야지 하고 냉큼 가서 다시 면도 사 왔다.



인도는 하루에 40도가 넘나 드는 고열이라는데 난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아서 이 여름의 시작이 두렵다.

그래, 오이냉국 먹고 속 차리자. 그런데 예쁘게 만들어야지. 엄마의 지론은 그렇다.

음식은 눈으로 향으로 맛으로 세 번을 먹는다는데 난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일단 눈으로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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