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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y 31. 2022

말아라 썰어라, 아보카도 김밥.

며칠 전 아는 지인이 선물이라며 과일을 보냈다. 이런 다 좋은데 고루 있는 과일에 치명적인 과일이 있었다. 그건 아보카도. 난 아보카도와 그리 친한 스타일이 아니다. 속으로 '아 그냥 딸기나 배나 이런 거 주지'라는 퉁을 속으로 하면서 하나하나 열어보는데 이런 아보카도 풍년이다.                                                         



도착과 함께 온 지인의 전화. "자기 잘 받았지?" 난 속으로 '아보카도는 전 아닌데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찌 그러겠는가?' 난"네 너무 좋아요, 이렇게 비싼 걸 주시고.." 지인은 "쉬는데 비타민 챙겨야지, 과일이 비타민 최고야" 난 고마움에 "제가 다시 돌아가면 맛있는 거 쏠게요" 지인은 "아니야 그냥 보낸 거야" 난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과일을?" 



지인은"아니 우리 집에도 살 겸 해서 하나 더 산거야" 고마움에 "그럼 저도 하나 보낼게요" 지인은 "뭘 아니야"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결국 그렇게 마무리된 이야기에 난 저 아보카도를 어떻게 먹지?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날은 좋고 바람은 불고 읽을 책은 주문과 동시에 도착을 했고 이런 신선이 없다 하고 음악을 듣는데, '그래 김밥으로 말아버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아는 지인과 봉 초밥 집에 갔는데 고등어 초밥에 아보카도가 있어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났다. 그때 아마 지인은 내게 '못 먹는다 하더니 잘만 먹는구먼..' 하면서 내게 이야기한 게 기억이 난 거다.



난 빠르게 다시 중앙시장으로 갔다. 슈퍼에는 아예 김밥용 시리즈가 묶음으로 팔았다. 속으로 앗싸를 외치며 나오는 길에는 맞은편 집에서 파는 수제 핫바를 먹으며 집에 도착했다.



바람이 살랑이는데 밥을 하고 난 김밥을 말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쓴다고 했던 돗자리를 찾았다. 집 근처 공원에 가서 호사를 누릴 준비를 했다.



솔솔 나는 연기에 밥은 다 되었고 참기름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간을 한 다음 똑같은 방식으로 난 썰었고 문제의 아보카도는 최대한 얇게 하고 여러 장을 겹쳐 넣었다. 그리고 피날레는 계란지단을 했다. 색감도 있고 무엇보다 없다는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후뜨르 마뚜르 말았더니 대충 10줄은 나왔다. 



음악을 들으며 쌌던 터라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놀면서 참 별것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도 나오고 누구와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멀쩡이 일하는 사람 쉬어다가 앉혀 놓을 수 없는 것을. 결국 난 돗자리를 챙겨서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많았다. 야외에서는 실내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 나도 살짝 벗고 들어 누워 하늘을 봤다. 아 하늘을 보고 산지가 얼마나 되었지. 생각해보니 하늘보다는 땅을 보고 살았던 것 같다.



중학교까지는 그래도 하늘을 봤다.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하늘은 그냥 시계였다. 컴컴해지고 별이면 아 오늘 공부 끝! 뭐 이 정도의 기능이었는데 하늘을 보니 내 마음도 구름 같은 솜사탕 마냥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늦게 간 터라 김밥 통을 열어서 김밥을 먹었다. 생수에 이것저것 싼 터라 다소 무거웠는데 가벼워진 통을 보면서 가끔씩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나 자신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 나는 카레를 못 먹었다. 카레 특유의 한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엄마는 "이 맛있는걸 왜 못 먹어?" 하시면서 의문을 가지셨는데 그래도 자식들에게는 먹이셔야겠고 고심 끝에 내리신 게 카레향을 줄이시고 고기와 감자를 많이 넣어서 수프처럼 주셨는데 우리들에게는 카레라고 하지 않으시고 감자 수프라고 하셨다.                                                                                                                                         



맛은 분명히 카레의 향이 나는데 아니라고 우기시니 어쩔 도리 없이 먹긴 먹었다. 참 신기한 건 또 그렇게 먹으니 먹혔다. 싹싹 한 그릇 비우고 잠이 오니 자려고 누우니 엄마가 "맛이 있던?" 하고 물어보셨다.



난 "응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카레랑 비슷해" 엄마는 웃으시며"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지, 일찍 자" 하고 그날은 넘어갔다. 그렇게 야금야금 먹은 게 감자 수프라고 속고 먹은 게 3년이다. 결국은 카레였다.



나와 여동생은 속았다고 엄마에게 왜 속였냐고 했지만 엄마는 강황은 몸에 좋으거라시며 카레를 그렇게 끓이셨다. 결국 우리는 그 한약 냄새나는 카레를 지금은 커리라는 곳에서 잘만 먹고 다닌다. 난과 함께 올려서.

엄마는 그 모습을 보시고는 "언제는 무슨 맛에 먹는 거 아니라고 하더니.." 하시고는 퉁을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웃으며 "엄마 그때는 진짜 심했어"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알았어" 하시며 웃으셨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지금 내 생활과 내 입맛에도 영향을 미쳐서 내가 회사생활에 힘들 때도 

지금 내가 힘든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 '그래 바꿔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이고 상대가 나라고 생각하는 역지사지인 상황인 거다. 그래도 답이 같다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상황에서 여지라는 글자가 있다면 난 좀 더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엄마의 말에 난 이제 이렇게 내 상황판단의 기준을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아보카도도 짐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뜨루 마뚜르 김밥 안에서 고소한 기름 역할을 한 덕택에 잘 먹었고

이물감 없이 맛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니 늘 깨어있어야 한다. 늘 작은 것에도 지혜가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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