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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02. 2022

매운거에 쫄지마! , 쫄면

난 아주 맵기에 초보자, 하지만 쫄면을 정말 좋아한다. 비빔국수도 좋아하지만 쫄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면의 쫄깃함 때문에 두 번 먹게 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내 입맛에 뭔가 새콤하면서 화끈한 게 먹고 싶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한동안 뭔가를 먹지 못해서 허전함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한 게 쫄면이었다.



당연히 집에는 쫄면의 면사리는 없다. 중앙시장을 갔다. 마트에 가니 면발 종류가 많았다. 먹고 노느라 정신없는 요즘 돈 쓰기 좋은 계절이다. 결국 난 쫄면 면발을 사고 오이와 기타 양파와 당근과 과일을 사고 집에 왔다.



약 3초의 유혹이 있었다. '귀. 찮. 다' 그렇다. 나의 귀찮다는 동사가 찰떡같이 붙어서 귀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최근 이러다 내 돈 바닥이겠다 싶어서 직접 해 먹기로 했다.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쫄면에 면을 끓여서 삶으면 되고 기타 채소는 정리를 하면 끝, 문제는 양념장인데 내가 엄마가 하는 방법으로 하자면 사과나 배를 갈고 거기에 설탕과 꿀을 넣어서 만들어야 한다. 항상 양념장이 문제다.                                                                                                                                      



다시 검색을 했더니 따로 판다. 또 갈등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만들기에 돌입.

집에는 저울 접시가 없어서 대충 숟가락으로 가늠하고 중간중간 내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가며 장맛 맛보는데 배부르겠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충 다 초장을 하고 면을 슬슬 비비면서 중간에 반숙을 한다는 걸 깜빡해서 이건 정말 귀찮아서 편의점으로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편의점은 내 지갑을 열게 했고 난 두 알을 사서 반숙의 상태에서 알뜰하게 호로록 먹기 좋게 플레이팅을 하고 밥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마무리는 참기름, 룰루랄라. 그래 이럴 때는 노래가 필요해라는 생각에 집에 있는 lp로 오랜만에 들국화 앨범을 들었다. 음식과 궁합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기분은 그랬다.





이제 첫입 시작! 막상 첫 입은 잘 몰랐다. 아뿔싸. 내 고추장에서 내가 잘못한 게 있었다. 난 고추장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청양고추장이고 하나는 일반 고추장이다. 이런 난 전자를 써서 했다.



첫입부터가 얼얼하다. 속으로 '어쩌지'라고 젓가락을 놓을까 말까 하는데 노래는 "돌고 돌고" 하는데 내 머리가 돌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난 쓱쓱 먹으며 '그래 쫄지 말고 가는 거야' 하면서 코로 먹는 건지 입으로 먹는 건지 모르게 콧물 눈물을 닦으며 먹었다.



그렇게 한 번의 lp가 끝나고 뒤집어질 때 즈음 내 쫄면도 절반은 먹었다. "휴" 하는데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미친 듯이 마시고서는 "쫄면 별 것 없네" 하면서 나머지는 어쩌지 하는데 마무리는 무리겠지?라는 생각에 난 그냥 나머지는 버렸다.


하지만 다음에는 좀 약하게, 라는 생각에 양념장은 버리지 않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쫄면을 엄청 해주셨다. 우리 고향에는 유명한 쫄면 집이 있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도 찍어가고 해서 이름이 유명한 쫄면 집인데 거기서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한다. 내게 단점이라면 맵다, 그래서 난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고 꽤 비쌌지만 어떻게 먹는 건데, 라는 생각에 눈물 콧물 참아가며 먹었다.



엄마는 집에서 가까운 국수공장에 가서 면을 직접 사 오셨는데 원가가 싸니 당연히 밥보다 많이 하셨지만 질리게 먹지는 않았다. 엄마의 솜씨 덕분에 즐기며 먹었다. 아빠도 가끔 뭔가 헛헛하시면 "면 요리 어때?" 라시며 엄마의 숙제를 풀어주셨다.



쫄면에 달걀을 풀어서 먹는 그 맛이란 정말 황금비율이다. 인생도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생은 이렇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운이라는 단어가 좋은가보다. 인생은 다양한 색감이고 다양한 식감이다. 어떤 이들은 너무 당연해서 그 맛을 모르고  어떤 이들은 너무 예민해서 병을 얻기도 한다.



 난 어떤 사람일까? 난 후자인 것 같다. 너무 예민해서 조금만 달라져도 생각이 많은 사람 쪽에 속한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억측을 했고 전 회사의 트라우마를 깨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내게 스스로 병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냥 굴러 가는 게 인생이라고 했지만 난 속으로 '그건 맘 편한 사람이 생각하는 거죠'라고 생각을 했다.                                                                                                                 



갑자기 쫄면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난 하나를 들으면 열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 나의 사수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 웃어"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래서 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휴직을 결정하고 연구원장님께 갈 때도 청심환 먹고 갔다. 혹시 안된다고 해도 '그래 괜찮다고 웃자' 사실 그냥 버티고 "전 할 겁니다" 하면 되는 건데 그렇게 까지 하는 건 오버 아닌가 싶었는데 덜컥 "그래 해"라는 말을 들으니 '아 뭐지 , 내 행동이 또 오버였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쫄면이 먹고 싶었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휴직이라는 평화에 돌 하나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온한 일상에 매운 거 하나 먹고 또다시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라면 말이 될까?

그랬다. 그래서 난 이 쫄면에 점수는 주지 않기로 했다. 그냥 맛있는 거 먹었다, 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쫄지않고 넘어서자!라는 마인드로 오늘도 도착한 책을 보며 하루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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