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빠진 음식은 라면이다. 혼자 살면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라면 라면이라고 하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난 혼자 살기 시작한 게 엄연하게 따지면 회사를 다니면서라고 해야 하지만 그 전으로 올라가자면 대학 2학년 옥탑방 생활을 치자면 20년은 된다. 그렇다. 혼자 살면서 뭐가 먹고 싶겠나, 그냥 귀찮아서 물 올리고 뜨거운 방에서 그냥 냄비 가져가서 뷰랍시고 나무젓가락에 혼을 실어서 먹었던 그 라면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내가 옥탑방을 구한 건 당연히 돈이 없었다. 그래서 구할 수 있는 최대치였고 그때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로 옥탑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옥탑에 살면서 화분도 사고 여러 가지 로망을 실현하려고 했으나 로망은 개뿔, 더울 때는 한증막이 따로 없고 추울 때는 남극에 갈 필요 없는 지옥의 환경에서 살아내느라 난 정말 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8개월을 버텼다.
내게 딱 좋은 계절은 9월에서 11월까지인데 이때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딱 좋아서 옥탑방의 로망을 즐겼다. 그러나 그건 정말 딱 그 3달의 로망이었고 마치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에서 즐기는 페스티벌 같은 그런 경험이라 소중해서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따뜻한 기억이다.
엄마는 내가 혼자 사니 반찬과 몇 가지를 올려 보내주시곤 했지만 다 먹지도 못했고 냉장고의 기능이 그리 좋지 못해서 쓰레기봉투 값이 더 많이 나갔다. 결국 난 엄마에게 그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엄마의 정성은 그만 배달되었다.
그날은 엄청 비가 많이 내렸다. 학교도 끝났고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할 때 난 라면을 끓여서 밖은 비가 오고 안은 그저 그런 온도에 라디오를 틀었는데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이런 환상적인 사단 콤보를 느끼며 웃음이 만연했다. 그날은 정말 운이 좋은 거였다.
그리고 난 알뜰하게 살고 옥탑은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요즘 난 건면이나 고급라면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들을 많이 본다. 라면이 그냥 분식이 아닌 요리로 되는 장면을 보는 거다.
세상은 넓고 라면의 요리는 더 많다. 난 원래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칙 아닌 변칙을 하려니 모험이다. 하지만 휴직기간에 난 많은 음식을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난 도전을 하기로 했다.
'꽃게라면'이다. 난 고기는 즐겨하지 않는데 해산물은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도전의 라면은 꽃게라면이다.
중앙시장으로 가서 꽃게 두 마리를 사서 하나는 냉동고에 하나는 직접 분리를 해서 라면에 넣기로 했다.
대파를 냄비에 볶아서 일단 기름을 내고 그다음 물을 넣고 꽃게를 투하 그리고 우려 져 나오는 물에 면을 투하 그리고는 레시피에 순서로 라면을 끓였다.
유튜버가 된 것 마냥 신기했다. 호호 불어가면서 라면을 뒤적이는데 꽃게는 이미 그 자체를 잃었고 일단 꽃게살을 발라서 먹으며 신이 난 난 lp를 틀어서 음악 감상에 취해 내 영혼은 라면과 단짝이 되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을 왜 이제야 먹는 거지?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수란을 해서 국물을 포지션을 잡고 먹었다.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서 어차피 수프는 절반만 넣었기 때문에 다 먹지 않을 국물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 세상은 역시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역시 이런 자본주의 맛이란.
다음 주에 친구가 서울에 오기로 했다. 친구 결혼식이란다. 부산에 사는 친구인데 대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라 둘이 돌아다닌 면 "제들은 뭐야" 하는 분위기로 우리를 봤는데 정반대라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소심한 내 성격에 친구가 먼저 친구를 하자며 제안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단짝이 되어 지금도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일 년에 많이 봐야 2번을 보는 친구인데 오랜만에 온다니 설렌다.
늘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할까? 고민을 했는데 이번에 오면 이 라면을 끓여 줘야겠다. 물론 따수운 밥은 기본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외식도 좋지만 정성 어린 밥에 반찬이 더 좋은 나이가 들었다.
친구도 내심 싫어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