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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07. 2022

엄마의 언어가 나를 울리다

오랜만에 엄마가 올라오셨다. 다른 일은 아니고 그냥 놀러 오신 거란다. 바로 정류장으로 마중을 갔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는 웃으시며 반겨주셨다.

"잘 지냈지?"

난 "응"

엄마는 나의 용모를 보시더니 "어째 쉰다고 하는데 쉬는 게 아닌 것 같아"

난 "무슨"

그렇게 엄마와 난 정갈한 밥집을 가기로 했다.

엄마는 늘 웃으며 "남의 해 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라고 하셨다.

아직도 밥과 반찬을 신경 쓰며 사시는 엄마를 보며 "그냥 시장에서 사셔 드셔" 하면 "너희 아빠 귀신이야" 하면서 고개를 저으셨다.


최근 더 시골로 들어가서 작은 텃밭을 하느라 얼굴이 좀 그을려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다.

할머니가 다녀가신 이야기도 하고 할머니는 결국 시골에서 가셔서 용식이 할머니에게 자랑을 하시고 

용식이 할머니는 할머니에게 손녀를 잘 뒀다며 부러워하셨단다, 그래서 그날은 할머니가 내게 "내가 손녀 덕을 볼 줄 누가 알았겠냐?" 하시며 계속 웃으시며 "그래 먹고 싶은 건 없고?" 하시며 하이톤을 자랑하셨다.

난 "없어"라고 했다. 역시 할머니는 흥이 많으시다. 그리고 마지막은 압권이었다. "이 할머니는 올해 부녀회장에 선출이여" 난 "할머니가?"

할머니는 "응, 나 선출이야"


연세도 많은데 "왜?"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왜긴 여기 다들 80세 넘어" 난 헉하며 "축하해 할머니" 할머니는 "너 덕분이여, 그 사진 인사동 사진으로 내가 기를 팍 죽였지" 그렇게 웃고 끊었다. 엄마는 생각만 해도 할머니의 표정이 그려진다고 배를 잡고 웃으셨다.




주문한 돌솥밥에 보리굴비가 나왔다.

엄마는 "쉬는데 힘든 건 없고?"

난 "응"

엄마는 " 다들 너 쉬는 건데 논다고 하더라"

한숨을 쉬는 엄마에게 "다들 그러지, 당장 할머니도 그러시는데"

엄마는 "왜들 남의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난 "신경 쓰지 마"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무겁게 흐르는 분위기에 엄마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셨다.

"내가 너 살린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닐 때 사람들은 그랬지, 살 확률도 없는데 뭐 그리 뛰어다니냐고. 돈만 쓰는데. 난 그게 그리 밉더라. 그래서 난 반지고 뭐고 다 팔아서라도 너 살리겠다고 병원을 갔지. 너도 알지? 그래서 갔는데 너 수술이 된다는 거지. 그래서 난 이게 무슨 운이지? 했지. 그래서 아빠와 엄마는 너를 두고 그렇게 울었어. 살려만 주시면 착하게 살겠다부터 무슨 기도를 많이 했는지 몰라"


난 눈물이 났다. 죄송했다. 일 년이 넘도록 난 병원 생활을 했다. 그리고 돈도 그만큼 썼다. 건강보험도 잘 안되던 시절에 난 돈 먹는 하마였다.

엄마는 "사람들은 너를 돈만 잡아먹는다고 그러는데 난 그럴 때마다 악한 사람이 되어서 싸웠어. 엄마라는 사람이 되니 그렇게 되더라. 난 귀하게 커서 큰 소리 없이 자랐고 큰소리는 오빠들이 내는 소리라고 자랐는데 너를 키우면서 그렇게 되더라."


난 보리굴비에 굴비 살을 엄마에게 얹었다.

"쉬는 건데 논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마, 넌 언제나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잖니, 이번에도 아빠가 그러시더라. 오죽했으면 했겠냐고. 남들 아니 부모도 필요 없어. 네 인생 살아주는 거 아니니까 무조건 쉬어. 알겠지?. 그리고 돈 부족하면 말하고."


난 깔깔 웃으며 "엄마 나 돈 나온다니까"

엄마는 "알겠다"

그렇게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하염없이 울었다.

엄마의 언어는 늘 마술 같다. 어떨 때는 웃고 어떨 때는 이렇게 이렇게 울고, 엄마라서 그런가?

난 엄마에게 "엄마 그거 알아?"

엄마는 "뭘?"

난"브런치에 엄마가 해 준 음식들, 그리고 말들 많이 올려"

엄마는"창피하게"

난"아니 내 자산이야"

엄마는 "그래?"

환하게 웃는 엄마에게 난 "고마워 엄마"

콧물이 넘쳐흐르는데 엄마는 "울기는 얼른 먹어"


그렇게 난 엄마와 근처 카페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엄마는 남들에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며 늘 그렇듯 내가 결정한 일에 믿는 다시며 용돈까지 주고 가셨다. 난 필요 없다고 했지만 엄마는 "돈은 받아도 용돈을 언제 주었는지 기억이 가물해, 받아" 끝내 주고 가는 엄마를 보며 난 두 번을 울었다.


엄마의 언어에 난 울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또 울었다.

언제까지 자식은 이렇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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