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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08. 2022

아침 8시 샌드위치 맛이란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제 잠을 일찍 잤다. 그동안 늦잠을 잤는데 잠시 책을 놓기로 했다. 정신과 상담에서 좋지 않은 결과지를 들었다. 독서가 잠을 방해해서 또 약알이 늘었다. 의사 선생님은 수면 전 최소 3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권하셨다. 그리고 약알이 증가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씀하셨다.


씁쓸한 기분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길 , 난 근처 마트에서 과자를 살려고 들어갔다. 하지만 난 언제나 프로 먹방러이다. 오랜만에 눈에 띈 토스터 식빵. 먹어본지가 언제였던가. 회사 생활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길거리에서 파는 토스터에 빠져서 고루 먹었는데 그것도 밀가루 맛이라 질려서 손을 스스로 떼었던 내가 아닌가, 그런 내가 토스터 빵을 집어 든걸 보니 쉬긴 쉬나 보다. 결국 난 양상추와 햄과 소시지 그리고 기타 과일을 좀 샀다. 


집에 들어와 내일 너희들을 반기리라 하고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난 시각은 세상에 아침 7시 최근 , 이렇게 일어 나 본 적이 없다. 항상 점심에 일어나서 난 스스로 하루 절반을 사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런 미라클 모닝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시간이지만 어쨌든 내 기준에서는 미라클 모닝, 난 토스터 빵을 노려보며 내 잔재주를 부려 보리라 생각하고 일단 달걀을 삶았다.


내가 좋아하는 토스터는 엄마가 어렸을 때 해주시던 계란과 햄이 들어가는 아주 전통적인 토스터다. 기본이다. 그래서 그런가? 난 모든 음식에 기본을 좋아해서 국에도 간을 하지 않고 심지어 계란 프라이에도 소금을 하지 않는다. 원래 집 자체가 싱겁게 먹기도 하지만 기본이라 양념을 잘하지 않는다. 뭐든 기본을 먹고 변형을 하는 걸 선호해서 그렇다.


달걀이 완숙이 되고 다 까서 난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갈았고 빵에다 한 칸 한 칸 올리며 사이사이 양상추와 방울토마토까지 완성,  아침 8시 나만의 토스트가 완성이 되었다. 얼마 만에 해 본 샌드위치인지 생각도 안 난다.


처음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가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거다. 엄마가 그날 학교를 마치면 바로 오라고 하셨다. 우리 집의 유일한 신호가 학교 마치면 바로와, 라는 건데 이유는 두 가지이다. 맛있는 걸 먹는 날, 아니면 집에 친척이 오시는 날이다. 그래서 그날 한 껏 기대를 하고 갔는데 엄마가 밥 대신 내놓으신 샌드위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빵에 계란에 야채 그리고 과일이 그냥 들어가 있는데 그게 환상의 맛이었다. 

꿀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달고, 그래서 난 결국 "엄마 하루만 더 먹으면 안 될까?" 하고 간절한 눈빛을 했다.

엄마는 못내 그 눈빛을 외면 못하시고 "그래 알았다" 하시며 다음날도 먹는 큰 행운을 잡았다.


다음날 난 동생과 함께 샌드위치를 엄청 먹었다. 뭐든 과식하면 안 된다. 난 배탈이 났고 동생은 그냥 설사를 했다. 아빠는 우리에게 잔소리를 하셨지만 마음이 불편하셨는지, "아이고 얼마나 오랜만에 먹었으면 기름기도 없는 음식에 이렇게들 아파" 하셨다.

엄마도 "그러게" 하시며 약국에서 간단한 약을 사 오셔서 우리들의 배를 매만져 주셨다.


난 엄마에게 그날 이후로 토스트는 한 줄만 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고 엄마에게 해 드리고 엄마의 평점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5점 만점에 2점이었다.

계란에 마요네즈가 너무 들어가서 엄마 당신의 입맛에는 느끼하다는 평이었다.

결국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애교로 엄마는 5점 만점에 5점이다라고 하셨는데 아마 난 이때부터 음식 하는 걸 즐겼던 것 같다.


샌드위치를 보니 엄마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어서 전송을 했더니 엄마는 " 잘했네" 하시며 좋아하셨고 아빠는 " 장하다" 하셨다.

뭐 이런 걸로 장하기까지, 하는데 아빠는 "놀러 와" 하시며 전화를 하셨다.

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고 오랜만에 나만의 미라클 모닝을 한 아침 8시의 샌드위치의 맛은 굿!


역시 때로는 인생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나 이렇게 8시에 일어날 수는 없을터, 가끔 있는 이런 변수가 삶의 재미를 준다.

나눔을 할 수 없으니 딱 내가 먹을 만큼만 만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질린다.


인생도 샌드위치 같다. 사이사이에 뭐가 들어가 있고 그 사이에 있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게 있을 수 있고 아닐 수 있는 변수와 상수가 있는 그래서 선택지가 있는 그런 음식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림이 있으니 내가 선택해서 먹는 샌드위치는 예전 엄마가 만들어 주셔서 내가 알 수 없는 샌드위치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난 생각을 한다.


삶도 내가 선택해서 살 수 있다면 모든 삶을 , 그러면 반칙이겠지. 그래 그래서 난 오늘 샌드위치를 보면서

내가 선택했지만 하나는 버릴 수 있을 것 같고 하나는 버리지 못할 것 같으니 인간의 삶과 어찌 다르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샌드위치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었는가, 모르겠다.

쉴 때가 더 많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지금 샌드위치를 덩그러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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