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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08. 2022

살면서 하늘을 몇 번 보시나요?

살면서 하늘을 보면서 산 건 전 최근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하늘과 땅을 구분하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친구들과 공기를 하고 고무줄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기에 굳이 내가 하늘을 봤다, 하면서 살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어느덧 제 가방은 무거워졌고 시험이라는 단어가 제 가방을 점점 무겁게 하고 저는 땅을 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하늘을 보면서 살았습니다.


뉴스에서 흔치 않은 별똥별 쇼가 있으면 가족은 그 시간을 기다리며 밖에 나와 구경을 했으니까요. 그 구경을 하며 엄마에게 "엄마 우주는 얼마나 큰 걸까?" 하며 물으면 엄마는 "공부를 해 봐, 그럼 답이 나오겠지?" 하면서 신기하다고 저와 제 동생은 끼약하면서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하늘을 봤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가서는 하늘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수업 시작에 밤 12시에 수업을 마치는 학교였습니다. 물론 야간 자율학습은 자유였다는 명목이 있었지만 그건 명목이었고 다 해야 하는 암묵적인 분위기에서 저같이 기숙사 학생들은 무조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하늘은 그저 시간이었습니다. 캄캄한 밤이 오면 드디어 하루가 가는구나, 슬펐습니다. 제 인생이 그렇게 가는 게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 고등학교 생활이라면 국민 누구나 거치는 생활인데요.


그리고 대학을 가서는 딱 한 번 하늘을 봤습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나설 때요. 하늘은 컴컴하고 사람들은 별로 없는 새벽 2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통닭집 아르바이트 각종 아르바이트를 오후에서 새벽까지 하는 걸 했는데 그때 딱 한 번 하늘을 봤습니다. '아 이렇게 사는 게 고단하구나. 아 힘들다' 하면서 신발 끈을 매며 내일 숙제도 많은데 하면서 그렇게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땅을 보고 살았습니다. 공부하느라 회사 다니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잘 없는 회식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땅을 보며 집에 들어와 미친 듯이 물을 마시며 얼마 남지 않은 수면을 하고 또 그렇게 좀비처럼 나가서 회사생활을 하고 결국 사직을 하고서 전 약간의 하늘을 봤는데 그리 기쁘지 않았습니다. 뭔가 하나가 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반포 한강공원에 갔습니다. 돗자리를 들고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사람들은 코로나 속에도 많더군요. 대낮에 그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과자 한 봉지에 음료수 하나를 사서 돗자리를 깔고 누웠습니다. 구름은 가고 바람은 불고 그동안 '이 좋은 구경을 못 했네' 하면서 속으로 말을 하는데 참 인생은 별것 없는데 라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법정스님이 절에 계실 때 가장 좋았던 게 물이라고 하셨습니다. 깨끗한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이 천상 극락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차 공부를 하셨다고 하십니다. 뭐든 하나에서 시작해서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말씀하시기 위해서 책에 그리 적어 놓으셨더군요.


요즘 전 저녁에 간단하게 동네를 걸어 다닙니다. 덥기도 하지만 걷기 좋은 날씨라서요. 그리고 잊지 않고 하늘을 봅니다. 달도 보고 별도 보고,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땅을 보고 걷겠지요.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오늘은 잠시 하늘을 보시지요.

그리고 반짝이는 별에게 소원을 빌어보세요.

가끔 말도 안 되는 낭만이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치가 때로는 현실이라면 이만한 위로도 없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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