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힘든 상황을 맞이 하면 상대에게 가장 많이 하고 많이 듣는 말이 "힘내"라는 말입니다.
저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힘내"라는 말을 남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힘이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내 조직문화에 적응이 힘들어서 바닥을 기었을 때였습니다. 전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였는데 어느 후배의 말에 휘둘리면서 늘 서 있는 경계심에 저를 힘들게 했고 전 그 경계심을 풀지 못해서 정신과를 다니며 버텼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친구의 부모님의 문상을 가게 되었습니다. 좀 이른 나이에 문상을 가느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구색만 맞춰서 갔습니다. 다들 침통한 분위기에서 친구를 다독이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며 위로와 힘을 주는 응원의 말을 주는데 한 친구는 그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그 친구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냥 정말 그 친구는 문상을 하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꽉 안아주며 어깨를 내어주며 포옹을 힘껏 해주며 그게 응원이라고 조용히 앉아 친구들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 뒤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전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 왜 힘내라는 말을 안 했니?"라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있잖아, 나 우리 조부모님이랑 작은아버지랑 우리 집 같이 산거 알지?"
전"응"
친구는 "그때 우리 할아버지가 내 나이 중학교 때 돌아가셨어. 연세가 있으시니까 돌아가셨겠지 했지. 그리고 작은아버지가 2년 뒤에 돌아가셨어, 사람들이 우리 엄마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그렇다는 거야. 그때부터인가 엄마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어. 난 말렸지. 그런데 힘들더라고.
그리고 나도 엄마에게 힘내라고 응원을 했거든. 그때뿐이었어. 그러다가 아빠가 또 3년 뒤에 돌아가셨어. 그때 우리 고등학교 때, 나 결석했잖아."
전 "알지 알지"
친구는 "그때였어, 할머니가 이제는 우리 엄마에게 모진 말과 욕설을 퍼부었어. 거의 저주에 가까웠어. 그래서 엄마는 견딜 수 없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하시는 거야. 난 한순간에 엄마 아빠가 없는 고아가 되는 건가? 했지. 그래서 그때 나 기숙사 나가겠다고 담임한테 이야기하겠다고 한 거고, 그런데 엄마는 내가 대학을 가서 성공하기를 바랐지. 그런데 아빠는 이미 간암 말기였어. 다 알고 있었으면서 엄마에게 그랬던 거지. 그리고 거짓말처럼 할머니가 일 년 뒤에 돌아가셨어. 이 정도니 동네에서는 약을 탄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지. 정말 끔찍했어. 그래서 난 그때부터 갖은 소문과 억측을 이겨내는 사람으로 살았거든, 그 동정의 눈빛을 이겨내느라 힘들었지."
전"그랬구나.."
친구는"그런데 그거 아니?"
전"뭘?"
친구"힘내라는 말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
전"그래?"
친구"응, 살기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이 너 죽어도 죽지 못할 거야라는 말로 들리더라고, 그래서 힘들었는데 우리 집 근처 슈퍼집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를 부르시는 거야, 그때 음료수를 주시면서 꽉 안아주시더라고. 나 그때 처음으로 맘 놓고 울었던 거 같아"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그래서 난 이제 누가 힘들다고 하면 그냥 안아줘, 아무 말하지 않고 이게 내가 상대에게 위로하는 방식이야"
전"깊구나.."
친구는"그렇니?.."
저와 친구는 술을 나누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전화를 나누며 요즘 제가 휴직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마음껏 즐겨, 난 요즘 고향에서 농사짓는데 이렇게 즐거울 수 없어"라며 웃더군요.
전 "축하해"라고 했습니다.
위로의 방식은 참 여러 가지인 듯합니다. 친구는 여전히 침묵을 위로의 방식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게 좋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말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묵직한 포옹이 더 위로가 된다면 아주 틀린 방식도 아닌 듯합니다.
주위를 둘러 봐주세요.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포옹해주세요.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저 꽉 안아주세요.
그럼 머리에서 심장까지 가장 먼 거리이지만 느낄 겁니다.
'아 이 사람이 나를 응원하고 있구나'
그게 당신이라면 스스로를 안아주세요.
그 또한 응원일 겁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