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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10. 2022

넌 누구에게 뜨거움을 나눠준 적 있느냐, 김치찌개

김치가 일을 다 한다는 김치찌개를 저녁 메뉴로 결정하고 엄마의 정성을 풀었다. 최근 엄마는 겉절이와 김치를 다시 만드셨다. 그리고 내게 보내셨다. 받을 때마다 '이런 정성은 어디서 나올까?' '내가 엄마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한다. 먹을 만큼만 했다시며 전화를 하시며 난 엄마에게 "엄마 이제는 우리도 김치 사서 먹자"라고 했다가 두배의 잔소리를 들었다. "무슨 소리야, 배추 기르고 먹을 농사 지으려고 시골로 귀촌했는데, 아빠 들으시면 쓰러지신다.ㅋㅋ 그리고 이거 재미야, 뭐 우리가 이걸로 인터넷에 등록해서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희들 먹거리 딱 그만큼만 하는 건데 " 난 "그래도 힘들잖아"

엄마는 물러서지 않으시고 "자고로 음식이란 우리 땅에서 나서 온 걸로 내손으로 비비며 짜고 해서 올려 먹는 거야" 난 "응 알겠어" 


그렇게 스토리 있는 김치를 난 좀 두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약간 익은 김치에 두부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 사실 우리나라 음식은 재료가 거의 다 해준다.

김치만 좋으면 뭐 다 필요 없다. 쭉쭉 찢어서 밥에다 올려 얹어 먹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찰밥을 해서 눈요기로 맛깔라게 먹어야겠다고 조미용 김도 샀다.

엄마는 항상 김에도 먹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먹은 것이다.


날은 더워지고 막상 하고 나니 더웠다.

선풍기 바람을 틀고 김치찌개를 먹으며 예전 도란도란 앉아서 같이 밥 먹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생각나는 그해는 겨울이었다.

우리 집은 연탄집이었다. 한겨울은 연탄을 3번을 갈아야 했는데 한 번이라도 놓치면 불을 다시 붙이기가 어려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좋은 거라면 연탄불에 김치찌개 먹는 거라는 거, 참 별것 아닌데 아빠나 엄마는 양은 냄비에 연탄불로 찌개를 끓여서 날은 춥고 방에 온기는 돌아가는데 "애들아 밥 먹자" 하면 다 같이 숟가락을 장착하고 국물에 건더기를 먹으며 "맛이 좋은데" 하면서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그 찌개는 일품이었다.


엄마는 금방 밑천이 드러나면 리필을 해 오시고는 "두부가 더 들어갔으면 맛있었겠다" 하셨고 아빠는 "다음에는 돼지고기를 좀 넣지. 약간이라도" 하시면 엄마는 "그래야겠어" 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뚝딱하고 배가 불러 돌아다니면 아빠는 겨울인데 밖에서 줄넘기를 하라고 하셨다.

눈이 내리면 같이 눈사람을 만들었고 그렇게 배는 꺼져가고 다 먹은 찌개 냄새가 방을 여전히 지배하면 나와 여동생은 잠을 청하면서 "언니 다시 그 찌개 먹고 싶다" 하면서 잠을 잤다.


예전 생각하면 그 찌개 맛은 아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김치찌개가 맛있는 이유는 그 추억의 맛도 있지만 엄마가 해 준 김치의 힘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김치가 포기가 안돼서 해 먹는다.  내게 용기와 위로가 되어 주는 것 같아서 먹는다. 대학에서 힘들어서 옥탑방에서 지옥의 나날을 보낼 때도 엄마가 올려 보내주신 김치를 먹으며 대충이라도 밥을 먹었고 대기업 퇴사를 하고 집에서 다음 먹고 살 생각을 하며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나름 노력할 때도 엄마의 김치를 먹으며 바깥을 돌아다니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휴직기간, 엄마가 다시 올려 보내 준 김치를 가지고 김치전에 김치찌개까지 난 그래서 생각한다.

"넌 누구에게 뜨거움을 나눠 준 적이 있느냐" 김치찌개에 대해서 이렇게 한 줄 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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