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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16. 2022

젓가락 사용법 그 사소함에 대하여

난 항상 젓가락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다. 어릴 때 교육에서 숟가락 젓가락은 기본인데 젓가락을 이용하는 건 그렇게 어려웠다. 그래서 늘 밥상머리 교육에서 엄마의 매의 눈은 내 젓가락에 꽂혀 있었다.

한 번이라도 틀리면 "딸 이렇게" 당신이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다시 하라고 고치게 하셨다.

아빠도 "딸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그게 큰 단점이야, 지금 고쳐" 그렇게 부모님은 내 젓가락의 기술을 한 1년은 고치게 노력을 해주셨던 듯싶다.


제일 중요한 건 설날이나 추석에 다 같이 모이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보시니 엄마는 늘 긴장을 하셨다.

조부모님도 워낙 깐깐하셔서 웃고 넘기시는 분들이 아니셔서 아마 더 그렇게 하신 것 같다.

그렇게 난 1년 동안 밀착 감시를 받고 고칠 수 있었다.


며칠 전 엄마와 함께 골뱅이 무침을 먹었다. 물론 소면과 함께, 그러면서 예전의 추억을 소환했다.

난"엄마 내가 골뱅이 무침을 처음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

엄마는"아니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니?"

난"난 기억할 것 같아"

엄마는 놀란 눈으로 "그래?"

난"그날 여름이었는데 아빠가 이상한 캔을 따시면서 여기에 꼬들한 거 들어있다, 하시면서 물에다 콸콸 쏟으시면서 이상한 걸 꺼내셨거든 아빠가 막걸리 좋아하시잖아 , 안주용으로 사 오신 거지. 그때 아빠가 초장으로 범벅으로 먹는 거라고 주셨어"

엄마는 "몇 학년이지?"

난"아마 내가 5학년 때인 거 같아, 왜냐면 내가 5학년 때 반장이었잖아. 그때 아빠가 우리 딸 반장 기념이다 하시면서 선물로 하나를 더 사셔서 주셨거든"

엄마는 "참 너는 별걸 다 기억한다"


그렇게 엄마와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엄마는 어느새 골뱅이를 꺼내시고 소면을 고르게 말고 계셨다.

그리고 나에게 "먹어봐, 맛 좀"

난 "뭐 맛이야 좋겠지"

엄마는"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 좀 짜게 먹는다? 그런 게 있어"

난"그래? 우리 집은 싱겁잖아"

엄마는"그런데 그게 또 아니야"

난"그런가.."

난 한입을 먹었다.

이런 맛은 정말 좋았다.

난"엄마 양파를 좀 더 넣을까?"

엄마는"그러자"

그렇게 비벼진 골병이 소면을 젓가락으로 올리면서 돌돌 돌려가며 먹었다.




엄마는 "딸 젓가락이 많이 늘었네?"

난"그 스파르타 교육을 이겨냈거든"

엄마는"그렇지?"

난"엄마 그게 그렇게 중요해?"

엄마는"그럼, 엄마는 원래 왼손잡이였어. 그런데 엄마 시절에는 왼손잡이도 흉이어서 외할머니가 오른손잡이도 필요하다고 일부러 오른손도 쓰게 하셨지. 그래서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양손 잡이지. "

난"진짜? 엄마 원래 양손잡이 아니야?"

엄마는 "그건 너희 아빠고"

정말 몰랐다.

엄마는 "아빠는 또 왼손잡이가 편해서 쓰다가 할머니에게 걸려서 오른손을 쓰고 안 보시면 왼손 쓰고 그랬데, 하여튼 우리 때는 관습이라는 게 있어서 그랬지."


난"엄마 젓가락을 잘 이용하는 것도 기술이야"

엄마는"그럼 얼마나 중요한데, 엄마 친구는 좀 양념을 하면 상견례에서 젓가락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 자리에서 성사가 안됐지. 물론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 하지만 쪼잔하게 그런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거지. 그래서 난 내 딸이 그런 이야기 들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오랜 생각이었어. 그런데 네가 그런 거야. 그래서 덜컹했지. 바로 고쳐줘야겠구나. 아빠도 그러시더라고, 우리 딸 고쳐야겠다고. 어른들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난 비빔면을 먹으면서 "이것도 기술이네"

엄마는 "그럼 오죽했으면 광고 문구가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나오겠니?, 그렇게 비비는 것도 기술이고 그렇게 젓가락을 쓰는 것도 기술이야"


그렇게 엄마와 지난한 이야기를 하며 소면을 다 먹을 때 즈음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한국사회를 살려면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엄마는"그럴 수 있는데 기본이니까"


생각을 해보니 그렇다. 내 친구는 자신의 젓가락 사용법에 대해서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화를 냈는데 결국은 고치지 못해서 지금은 굳어진 그 습관에 남들 신경 안 쓰고 산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넌 좋겠다 고쳐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도 완벽하게 고친 건 아니다. 가끔 틀릴 때도 있다.

그럼 어김없이 귓전에 스친다. "딸 고쳐"

사소함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유추할 수 있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그렇다.

그래서 난 요즘 옷을 입을 때에도 단추 하나 깃 하나도 신경을 쓴다. 그냥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쓴다기보다 나 자신을 신경 쓴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것 같다. 내가 나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 "너 뭐하고 살았니?"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 난 스스로에게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아야 한다.


사소함에 무게를 두고 더 잦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 내게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감사드린다. 부모님께, 부모님은 아마도 젓가락을 이용하는 것을 하나만 보신 게 아니실 것이다. 그 사소함으로 나를 판단하는 수많은 눈들을 예상하시고 부단하게 고쳐주셨을 것이다.

역시 부모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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