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친구가 놀러를 왔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놀러를 온 것이다. 그러다가 점심을 뭘 먹을까 하다가 친구와 난 고등학교 때 먹은 떡볶이 생각이 나서 메뉴를 떡볶이로 정했다.
우리 집 주변에는 많은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이 있다. 그래서 뭘로 먹을까 하다가 친구와 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일단 그 토론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우리는 모 떡볶이의 매운맛으로 시켜서 먹었다.
둘 다 맵 찔이면서 시켜서 콧물에 눈물에 기침에 삼단 콤보를 하면서 결국은 먹지를 못해서 버려야 했다.
처음에 배달이 왔을 때는 먹음직스러워서 "어 이거 좀 있어 보인다" 했다.
사실 난 프랜차이즈 떡볶이를 잘 먹지도 않고 주문하지도 않는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 프랜차이즈 떡볶이는 너무 많다. 그리고 내가 먹던 떡볶이는 이런 떡볶이가 아니다. 그래서 난 거리에서 서서 먹는 떡볶이집으로 간다.
10년째 자리를 지키며 어지간하면 여는 그 가게를 찾아가 "또 왔어 아가씨?" 하며 환하게 웃어주시는 주인아주머니와 수다를 하며 먹는 그 길거리 떡볶이를 먹는다. 사실 친구와 그렇게 먹을까도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온 친구를 쉬게 할 겸 해서 주문한 것이다. 치즈를 두 번이나 추가했지만 맵기는 여전했다.
결국 우리는 "야 우리가 고등학교 때 먹던 거랑 맛도 없고 야 이건 아니다" 하면서 숟가락을 놓았다.
친구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떡볶이를 먹으면서 화나기는 처음이다"
난 웃었다.
그리고 그 옛날 개나리 분식집 이야기를 하면서 뒷정리를 했다.
친구는 나에게 "사람들이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난 "그냥 매우니까 스트레스 풀려고 먹는 거겠지?"
친구는"매운데?"
난 "매우니까"
친구는"매우면 짜증 나잖아"
난"참으면서 먹는 거지, 우리는 못 참은거고"
친구는"야 그래도 이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프랜차이즈의 떡볶이 이름 앞에 붙은 맛을 보니 뭐 작명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친구는"이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난"그러게"
우리는 결국 근처 편의점 파라솔 밑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마비된 혀를 녹였다.
친구는"참 사람들은 별것에 화를 다 푼다"
난"그런데 이 체인점 우리 동네만 3곳이 넘는데?"
친구는"그래?"
난 "응"
그렇게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정말 3곳이 넘게 나왔다.
친구는"대박"
난"사람들은 음식에 화를 내고 화를 푸나 봐"
친구는"야 떡볶이는 뭐 좀 애정 있고 기억이나 회상의 추억의 음식 아니야?"
난 "그렇지 우리에게는"
친구는"우리 때는 1인분이면 야 그 개나리 분식집에서는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맵지도 짜지도 않은 절대미각의 아주머니의 솜씨 크~윽 죽였다"
난 "그때가...ㅋㅋ"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는 매운 음식이 많다. 그래서 더 많이 자극적으로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인기상품도 스코빌 지수가 높은 상품이란다.
맵찔이인 난 도전이겠지만 글쎄, 음식 먹으면서 매우면 기분이 안 좋은 나 같은 사람은 음식에 화를 내기에 먹지는 않겠지만 매운 걸 먹으면서 기분을 푸는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이겠다 싶다.
언제부터 우리는 맵기에 이렇게 점점 단련을 시켜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을까?
적어도 떡볶이만큼은 그냥 적정하게 달게 먹으면 안 될까?
많이 매운 걸 먹으면 주목을 받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이 시대가 제대로 된 건 맞을까?
잘 모르겠다. 비정상이라는 건 아니다, 그냥 그저 즐기면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뭔가 아닌 것 같은 이 스코빌 지수에 괜히 화를 내는 것이다.
친구와 그날 저녁은 냉면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우리는 웃었다.
친구는 "야 우리는 그냥 서서 먹는 떡볶이 먹자"
난 "응"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떡볶이에 대한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는 없는 개나리 분식에 대한 추억도 잠시 접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떡볶이도 다 다르겠거니 한다고. 그런데 너무 맵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