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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01. 2022

즐거운 곳은 내 작은집, 웃음과 평화와 따뜻함이 있네.

얼마 전 부모님이 시골에서 더 시골로 들어가셨다. 당신들의 로망을 실현했다. 덕분에 하루에 두세 번 다닐까 말까 한 정거장이 있는 곳, 그래서 자연의 소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난 반대를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분들의 삶인 것을 그래서 결국은 난 그냥 묵묵히 봤다. 그리고 일 년의 기초공사를 끝내고 집도 짓고 조카들의 운동장도 만들고 두 분의 결말을 보겠다고 뚝심 있게 하셨다. 그리고 지난 어버이날 그 빛은 장관이었다.

비록 들어가는 입구는 작았어도 집은 원목에 주변 나무들은 많고 엄마가 꽃을 좋아하셔서 아빠는 직접 꽃을 심으셨고 자연 잔디를 심어서 곳곳이 다 손이 들어가 집이란 본시 이렇게 안락하고 멋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았다.


서울 살면서 빌라에 사는 내가 늘 그렇게 살면 손이 많이 가서 힘들다고 했는데 엄마 아빠는 그래도 사람은 사람 사는 집은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고 그래서 난 알겠다고 했다.

휴가 이야기가 솔솔 나왔다. 코로나에 근간 어디에도 가지 못했던 우리 집은 이번 휴가는 부모님 댁으로 정했다.

물론 밥은 우리가 하고 두 분은 쉬는 걸로 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엄마와 아빠는 벌써 흥에 취하셔서 "아니다 우리가 다 준비 하마, 미리 말해라" 하시며 싫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난 여동생과 의논을 했고 결국 난 과일과 기타 먹거리를 챙겨서 가기로 했다.

엄마는 늘 그렇듯 또 음식을 하시겠지만 다 같이 모이면 먹어도 먹어도 먹게 되는 우리 집만의 특징이 있어서 여유 있게 장을 봐야 한다.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을 하려고 눈도장을 찍고 난 준비를 했다. 그리고 휴가 전 미리 시뮬레이션을 했다. 생각만 해도 좋았다. 어릴 때야 휴가라는 글자가 그리 좋지 않았다. 가 봐야 할머니 댁인데 할머니 댁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할머니 댁은 늘 8월에 갔다. 오 형제가 미리 말을 맞춰서 가면 일단 첫 번째는 할머니 댁 근처 강가로 가서 물고기 몰이를 해서 물고기를 잡았다. 아빠는 바지를 반으로 동동 접어서 조카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으시겠다고 흙을 위에서 아래로 모아 다지셨고 작은 아버지들은 양동이를 준비하시면서 구덩이를 파서 다른 고기를 잡겠다고 내기를 했다. 많이 잡은 팀에게는 아이스크림이 덤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정말 해가 바짝 떠서 더워도 무조건 잡겠다고 매달렸다.


각자 팀에서 맞은 역할을 해내며 한 마리 잡을 때마다 함성을 질렀고 그렇게 잡은 고기를 집으로 가져가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그 석쇠에 물고기도 구워 먹었다. 절반은 해물탕으로 먹고 그럼 해가 저물어 저녁으로 가면 할머니는 가마솥에서 누룽지를 해오셔서 하루 마무리를 하셨다. 아! 모깃불을 피우시고는 저녁에 꼭 살구를 주셨다. 워낙 어두워서 살구에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먹으면 또 먹히는 그 살구 맛에 달큼하여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난 금방 잠이 들었다. 그렇게 후끈한 밤도 저녁이 되고 새벽이 되면 시원했다.


잠시 옛날을 회상하니 그때는 다 같이 모여 휴가를 보냈다. 지금은 각자의 삶이 있어서 그러지 않는다. 큰아버지는 며느리와 함께 이번에 다른 곳으로 가신다고 하셨고 작은 아버지 식구들도 이번엔 가족들끼리 어디로 간다 하시고 결국은 우리 집은 우리 집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난 여동생과 조율해서 가기로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엄마"응, 딸"

나"엄마 우리 휴가를 엄마 집으로 결정했어"

엄마"그래?"

나"왜 힘들어?"

엄마"아니 우리야 좋지만 , 다들 외국으로 간다는데?"

나"요즘  무슨 외국이야?"

엄마"그래 , 그럼 엄마가 맛 좋은걸 해야겠다"

나"아니 아니하지 마!!"

엄마"왜?"

나"요즘 세상 좋아서 어지간하면 팔아"

엄마"그래도 어디 엄마 손 맛 하니?"

나"그건... 그렇네"


갑자스러운 제안, 엄마"그러지 말고 휴가는 휴가고 주말에 놀러 와"

나"다 같이?"

엄마"응"

나"그런데 시간이 될지는..."

엄마"그런가?"

나"응.."

엄마"그래 그럼 알아보고 연락 줘"

난 결국 동생에게 카톡을 하고 안부와 함께 엄마의 심중을 이야기했다.

의외의 반응 동생은 그동안 지쳐 있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는지 가겠단다.

난 엄마에게 "엄마 주말에 갈게"

엄마는 "정말?"

난"응"

엄마는 "그래 그럼 엄마도 나름 준비할게"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가게 되었다.


아빠는 조카를 보시고 정말 기뻐하셨다. 사위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위와 늘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는 아빠는 늘 사위편이다. 못난 딸을 부탁한다시며, 일부러 져 주는 바둑은 늘 재미와 감동을 잡는다.


단둘이 살아서 신혼이라고 난 놀렸다. 하지만 긍정도 부정도 안 하시던 아빠는 우리를 키울 때보다 조카를 보는 게 더 좋다시며 손에서 놓지를 않으셨다. 저러다 지갑에 돈이 다 나가 할 때 아빠는"어째 다들 모인 거냐?"

난 "응 엄마와 모녀들의 어벤져스?"

아빠는"그래?"

난"아빠 집이라는 게 포근하고 뭔가 안락함 그런 건데 이제야 그런 것 같아. 나 어렸을 때는 주인집 눈치 보고 뭐 그런 거 있잖아. 불편했어"


아빠는 잠시 그때를 회상하시며 "말이 쉽지 그렇다. 자식을 키워보니 할머니 맘을 알겠고 할아버지 말씀을 이해하게 되더라. 그리고 너희들도 알겠지만 그 지겨운 빚 청산하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 아빠는 정말 그 윤수일의 아파트를 생각하고 아파트를 입주했을 때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답답하고 철없이 살았던 곳이 풀 있고 나무 있는 곳에 살았던 터라 이런 곳이 그리웠지, 내 땅 한평 없는 것이 어쩐지 짠했어. 그래서 너희 엄마와 들마루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 늘 그랬어. 너희 나이 들고 결혼하면 우리는 시골에 들어가서 이렇게 작은 땅이나마 밟고 지내자고 지금 이렇게 지내니 세월이 그렇게 무상하다..."

아빠는 눈 물을 훔치셨다.


조카는 "할아버지 울지 마" 하면서 고사리 손으로 아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긴 그랬다. 늘 불안했던 게 우리 집이었다. 그래서 난 어떨 땐 집이 무너지는 꿈을 구웠는데 꿈풀이는 복이 들어온다는데 그게 무슨 , 그렇게 따지자면 난 벌써 몇백억 주인이 되어야 한다.


지난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우리는 고기를 구우면서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고 웃으며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농사는 아니지만 작은 텃밭에 감사함을 느끼신다며 노래를 부르셨다.

그리고 작은 동네지만 텃세가 없어서 좋으시다며 지난번에는 떡을 직접 해서 돌리셨단다.

난 그 떡은 우리도 못 먹어본 떡이라서 아깝다고 했지만 엄마는 웃으시며 다시 해주겠다시며 아쉬움을 접으라셨다.




팍팍한 서울살이에 난 이렇게 집을 다녀오면 내가 가야 할 곳은 시골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부터 그랬다. 금의환향은 안 되겠지만 그냥 기와집을 사서 작은 텃밭을 꾸려서 엄마처럼 이렇게 살아야지, 그런데 내가 워낙 꽝손이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을 해뒀다. 엄마가 하시는 텃밭에 눈독을 두고 나도 따라 하기로, 뭐든 곁눈질이 한몫을 한다.


고향으로 간 김에 시내로 나와 고향 친구 두 명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며 빨리 리턴하라고 난리였다.

난 "고향으로 오면 뭐하냐?"

친구 한 명은 "너 책 많으니까 책방 해"

난 웃으며 "아무나 하냐?"

친구는 "살롱 북?"

난 "가게 이름도 벌써?ㅋㅋㅋ"

친구는"야 멋지지 않아, 그리고 커피도 팔고 너 자격증 있잖아. 그리고 예술을 함께 하고 좋기만 하고만"

난"그래?"

친구는"본시 유럽에서는 살롱 문화가 저변에서 고장 문화를 일으켰어. 딴생각 말고 내려와"

순간 맘이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은 휴직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 한 명은 "잘 됐네, 야 우리 가게 아르바이트 좀 "

난 "커피?

친구는 "응"

난"왜?'

친구"나 좀 쉬게"

난"아 뭐야!!ㅋㅋㅋ"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헤어진 친구들은 올해만 5명이 또 들어왔다며 더 늦기 전에 고향으로 오라고 했다. 난 돌아가면 할 게 없다고 했는데 친구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라며 커피까지 사줬다.

그레 집이란 그런 곳이지 평화와 안정 그리고 따뜻함 마지막 웃음이 늘 머무는 곳, 내가 사는 서울 집은 그런 건 없다. 그냥 그저 내 몸 피할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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