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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30. 2022

저 휴직을 반납하겠습니다.

그동안 휴직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노는 것에 아니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월로 치자면 9월부터는 난 박사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연구원직에서 석사는 기본이었고 다른 이들은 이미 박사과정을 마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찍이 했어야 했지만 난 일을 익힌다는 이유가 가장 컸기에 이제야 박사를 한다. 그래서 늘 해야지 해야지 했으면서 미뤘다가 박사과정을 시작한다. 나름 비장한 각오를 했다.


박사과정을 하면 일은 좀 줄어든다. 아무래도 백업을 하는 일은 줄어들고 말이 박사이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심포지엄에 포럼의 일은 그대로 그리고 번역일도 그대로 진행하고 연구원으로의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휴직을 하면서 난 박사과정을 할까 생각을 안 한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휴직하기 전까지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선배들을 봤을 때 정말 뜨거운 열정으로 공부를 하며 일을 같이 수행하는 걸 보면서 "그렇지 저렇게 공부하면서 자신과의 사투를 하며 공부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동기는 내게 "저러다 우리는 죽겠다"라며 엄살 아닌 엄살의 발언을 했다. 이 동기는 정말 악으로 독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내가 배울게 정말 많은 동기이다. 그래서 난 늘 배운다.


어제 연구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연구원장님은 잘 쉬고 있냐고 물어보셨다.

"어 몽 연구원, 잘 쉬고 있지?"

난 "네 연구원장님"

연구원장님"그래 무슨 일이야?"


난"저 연구원장님 복직을 할까 하는데요"

연구원장님"복직을?"

난"네"

갑자기 흐르는 침묵

연구원장님" 왜 쉬는 게 힘든가?"

어떻게 아셨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연구원장님 " 몸은 어때?"

난"괜찮습니다"

연구원장님"그래... 그래.."


난"복직이 안됩니까?"

연구원장님"아니 그건 아니지, 하지만 쉬기로 한 거 제대로 쉬는 게 어때?"

난 "일이 좋은 건 아닌데 쉬는 게 제대로 안돼서 그냥 일을 할까 하고 박사 과정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제가 복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연구원장님이 웃으셨다.

"난 자네가 이렇게 중간에 전화를 할 거라 예상을 조금은 했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난"네?"

연구원장님 썰" 아니 갑자기 휴직을 말하는 자네를 보면서, 내가 알던 자네는 말이야. 응 그래 그 호랑이 사수에게서 버틴 자네가 휴직을 말하는 거 보니 참 ,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다. 했지. 그래서 난 말없이 바로 "응" 한 거지, 그런데 말이야 자네 기억나는가, 면접?"

갑자기 기억을 소환해야 했다.

난 "네"

연구원장님"자네는 서류에서 이미 합격을 했었어, 그리고 그 서류에 자네는 대기업을 그만둔 이유가 성실함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 그만두었고 자신은 연구원으로 남고 싶다고 적었지, 그래서 난 성실함이라면 이 연구직과 아주 맞겠다 싶어서 내가 자청해서 자네를 직접 면접에서 봤어"

난 "아 그러셨군요"

연구원장님은 더 이야기를 하셨다."그리고 내가 물었던 질문 기억나는가? 내가 물었잖아, 여기서 무엇을 할 거냐고?"

난 "저는 잘..."

연구원장님은"자네는 여기서 성실함과 자네의 죽을 때까지 공부의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가장 힘든 곳을 가고 싶다고 했지"

아차, 그랬다. 그때는 간절했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내뱉은 이야기가 그랬던 것 같다.


난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연구원장님은 "그래서 자네를 내가 호랑이 사수에게 보냈지, 그리고 난 중간중간 호랑이 사수에게 보고를 받았는데 자네는 집에도 가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다하고 나도 알고 있었어. 자네가 집에도 가지 않고 일을 한다는 걸, 그리고 난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고 기다렸는데 자네는 결국 심포지엄도 해내더군."

난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지난 일이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고 처음 주체를 한 포럼이었다.

연구원장님은 "난 그래서 참 성실하다 호랑이 사수가 칭찬을 할만하다, 생각을 했어. 지금 이렇게 복직을 신청하니 일단 허락을 하지.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와. 그런데 말이야. 돌아오면 일이 많아. 그건 알아두게"

난 "네"


난 이렇게 전화를 마치고 동기에게 전화를 했다.

동기는 소식을 듣고 "정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난 "응"

동기는 "빨리 복귀해 보고 싶어"라며 정말 좋아했다.

난 "내가 가면 네일이 두배는 줄지 않을까?"

동기는 "나 박사 끝났거든, 너 박사 때 내가 팍팍 밀어줄게"

난 "진짜?"

동기는"달리 동기니, 내가 학술 포럼 팍팍 도와줄게, 돌아와"

난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신발 끈을 묶으려고 한다.


다음 달 중순  복귀를 신청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지난했던 질문에 답은 복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열심히 살 것이다.

개미처럼 살았다. 그런데 베짱이처럼 살려니 너무 힘들었다.

이만큼 살았으면 되었다. 쉰다고 해도 더 많은 책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럼 된 거다.

자, 다시 시작이다.

그런데 주문한 책들을 아직 다 보지 못했다.

급하다,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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