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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11. 2022

가난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배려이다.

브런치에도 여러 번 적었지만 난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아빠 엄마였지만 가난하게 살았다.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선택이란 단어에 항상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가난했다고 해서 내가 삶이 불편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엄마 아빠는 가난은 언제든 벗어날 수 있고 , 가난이라는 단어는 상대적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그 책에는 조부모 가정에서 혼자서 밥하고 청소하고 할머니와 사는 친구의 담담한 생활을 적어 놓은 책이었다.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그 책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동생에게 화를 조금 덜 냈고 엄마 아빠가 계심을 상당히 감사하며 살았다.

사실 내가 초등학교 때 살았던 집은 좀 불편했다.

안채와 바깥채가 있었는데 안채는 주인이 쓰고 바깥은 우리가 썼는데 나와 동갑인 친구가 있었다.

자본주의를 너무 일찍 안 친구는 지금으로 말하면 갑질을 했다. 물 쓰기부터 음식까지 그래서 난 그 친구와 그리 친하지 않았다. 아니 그 친구의 행동은 꿀꿀이 슈퍼집 사람들과 친할 수 없었다.

뭐든 풍족해서 버리는 집과 그 집에서 버리는 시간을 알아서 주어 가는 사람들이 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그 친구를 보면서 '외롭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새로운 친구가 이사를 왔다.

연탄가게 집 딸이었다.

연탄가게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연탄을 피워서 하니 연탄을 파는 집이었다.

그래서 연탄가게 집 딸이라고 했다.

엄마와 딸 두 명이서 살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왜 아빠가 없을까 사람들은 말이 많았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연탄도 다른 곳에서 때와서 그리 남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옷도 늘 입던 옷을 입고 다녀서 철없는 녀석들과 친구들은 늘 놀렸다.


그날은 이렇게 더운 날이었다.

엄마와 난 장을 보고 골목을 들어서는데 친구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엄마는 "무슨 일 있니?"

친구는 마침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엄마가 아파요" 하며 엉엉 울었다.

엄마는 내게 짐을 집에 두고 오라고 하시며 급히 들어가셨다.

나도 짐을 냉큼 집에 두고 집에 들어가니 그렇다. 연탄가게 아주머니는  경미한 교통사고로 힘드셨다.

엄마는 "이를 어째, 병원 가야지"

아주머니는 "비싸지"

엄마는 "애 생각해야지"

아주머니는 "견뎌보고"

엄마는 "알겠어"

그렇게 지나가는가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눈치껏 다들 꿀꿀이 슈퍼집에 모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연탄가게 집 아주머니의 병원행이었다.

그때 두 번째 아저씨로 기억한다.


"그러지 말고 각자 형편으로 내자고"

아빠도 "그래요 그래요, 뭐 돈이 중요한가 일단 사람부터 살아야지"

하고 그렇게 흰 봉투에 그다음 날 아주머니에게 돈을 전달하고 일거리가 없는 우리 엄마와 다른 아주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셨다. 결과는 뼈에 금이 갔다.

엄마는 안 갔으면 어쩔 뻔했냐며 한숨을 쉬셨고 동네에서는 뼈에는 사골이라며 여름에 더위와의 전쟁을 불사하고 그렇게 고아서 다들 한 그릇씩 했다.


박 씨 아저씨는 "야 이거 뭐 누구 덕에 먹네, 아주 좋네. 더운데 땀 빼고 좋다" 하시며 웃으셨고 당연히 연탄가게 아주머니는 인사를 여러 번 하셨다.

난 그때 생각했다. 가난은 서로를 배려하는 거구나, 그래서 우리 엄마는 뭐든 사면 덤으로 받는 건 나눠 주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는 덤으로 받은 과일이나 야채는 꼭 나눠 가지셨다.

난 물었다.

"엄마 그러면 우리 먹을 건?" 하고 물으면 

"원래 있잖아"

난 "아니 덤으로 받은 건?" 하면 엄마는 

"그건 나눠 먹으라고 주신 거야"

그렇다. 엄마도 나눠 드셨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가난하고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렇게 나눠먹고 나눠 받는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가난이 내게 물려준 것은 나눔이었다.

그래서 나도 잘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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