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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26. 2022

직장인이 인문학 모임에 나가는 이유.

난 인문학 모임에 일 년에 절반 이상을 나간다.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궁금한 게 많고 내 삶이 많이 변해서 나간다. 주제는 다양하다. 일단 1월부터 4월까지는 철학에 대한 강의였다. 현대철학의 정점에서 강의를 하는 거라 정말 가고 싶어서 회사 마치고 바로 고고!! 그런데 이런 철학 수업의 맹점은 신청자가 적으면 개강을 할 수 없다는 거다. 최소 인원이 적어도 8명은 있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딱 10명 커트라인을 넘을 수 있었다. 배운 철학자는 많았다. 아, 난 철학자를 많이 다루는 철학 수업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한 철학자를 파는 걸 좋아한다. 어차피 많이 한다고 해도 내가 잘 모른다. 다만 그 철학자를 어느 관점에서 파는가에 중점을 둘 뿐이다. 그래서 종강을 하고 다시 또 눈을 돌려 뭐가 없나 해서 한 달을 쉬고 다른 강의를 들었다. 5월부터 최근에 끝난 강의는 인문학 강의였는데 이건 합평도 있어서 공부가 필요한 강의였다. 다행 회사를 쉬면서 했기에 가능했지 아니었다면 아마 난 논문을 카피하는 사람으로 웃음거리가 되었을 거다.

토미 피케티를 비롯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과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하는 공부 스터디 모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문학보다는 사회 과학 계열에 더 눈을 돌리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책이 , 데이비드 하비가 쓴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라는 책이다. 뭐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토미 피게티를 하면서 워낙 펀치를 많이 받아서 그때 대학 때 읽은 미시 경제론과 거시 경제론 이론을 다시 공부하면서 다시 공부를 하는 산뜻한 경험을 하면서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를 느꼈다.

아주 오래전에 산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를 읽을 때도 벽을 느껴서 아, 어쩌지 하면서 읽어서 가끔 내가 사고도 읽지 못해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주로 그린비 서적에서 나온 책들이 공부를 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부러 사는 경우도 있다.


국문학 공부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신문 방송학 공부를 하는 건데?"라는 질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도 교수님이 내게 비평을 권하셨는데 아는 게 없어서 했다. 비평이라는 게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워낙 요구하는 분야인데 내가 아는 거라곤 쥐뿔도 없는데 하려니 너무 막막해서 나도 예전의 비평가들처럼 주례사 연설을 할 것 같아서 인문학은 교양은 다 빼고 전공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복수 전공을 신청해서 공부를 했다. 나름 만족했다. 신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매체 경제학> < 저널리즘학> 등 국문과에서 들을 수 없는 경제 경영 이론 수업이었다. 덕분에 난 멍 때리지 말자라는 소신으로 복수전공을 하면서 동아리에 가입하여 여름에 땀을 내며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때 고등학교 때 읽은 자본론을 다시 읽었다. 참 신기했다. 

공부라는 게 이렇게 돌고 도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뭐랄까 쾌감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하면서 신기해서 웃으면서 공부를 했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짐을 싸서 떠났지만 난 남아서 공부를 계속했고 틈만 나면 책을 찾고 논문을 뒤져서 대조 비교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난 졸업을 하고 회사를 가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다. 그랬다. 맛있는 걸 먹어도 허전했고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유튜브를 봐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다시 공부를 해 볼까?' 뭐 대단한가?라는 생각으로 교양수업을 듣기로 결심을 했다.

처음 교양 수업이 생각이 난다. 서양철학사인데 다들 직장인, 하지만 그 열기는 대단했다.

첫 서양철학사 주인공이 비트겐슈타인이었다. 아 이 비트겐슈타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철학자라 나중에 언어학 공부를 할 때도 인용할 정도였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어떤 분은 녹음을 하며 공부를 하시는 걸 보고 배웠다.


이때부터 난 재미를 느끼고 해마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교양 인문 수업을 찾아 듣는다. 가을학기 수업이 기대가 된다. 사회 과학계열인데 아직 미정이기는 하나 만약 열린다면 내가 여태 들어보지 못한 수업이다. 

늘 배움에는 그 이유가 있고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난 나를 더 단련하고 배움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돈을 쓰며 배운다.

문제는 행동이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아졌는가.

그래야 좋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아, 그리고 느낀 점이 있다. 배우고 행동하면 타인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이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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