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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09. 2022

마음은 우울하지만 떡볶이는 포기 못해.

교정 교열에 2달을 내리 쏟았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난 이 책을 낼 것인지에 대해서 끝까지 고민을 했다. 처음 내 메일로 온 출간 기고라는 소식에 난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잠시, 글이라는 게 음식이라고 하면 먹을 것을 식탁에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인데 내 글이 개다리소반에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희번덕 거리는 마음을 놓지 못해서 결국은 포기라는 단어를 들고 전화를 들어 "저 포기할게요"를 말하면 "작가님 작가님 그냥 하시죠"라고 나를 격려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하다. 결국 난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올여름은 과일로 버티었다. 입맛을 잃었다. 잘됐다. 어차피 물가도 올랐다는데 돈도 아낄 겸, 그래서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길거리 떡볶이였다. 일 인분을 사서 4일을 먹었다. 쌀떡으로 파는 일 인분으로 4일을 먹었으니 얼마나 내 선택에 대한 갈등이 있었는지 가늠이 될 것이라 본다.


길거리 떡볶이 장사만 30년을 하셨다는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겨울에는 아침부터 운영하시지만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아침에는 운영하시지 않는다. 한 번은 하셨다가 큰 병을 얻으시고 돈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얻으시고는 오후 장사에 새벽 장사를 하신다.


늘 계신 자리에 한 번은 저번 브런치에도 글을 적었지만 남편분의 입원으로 잠시 장사를 접으신 적도 있었다.

길거리 서울시 등록이라 자리가 없어진 건가 하고 몇 번을 봤지만 그건 아니고 결국은 개인 사정으로 잠시 영업을 중단하신 거였다.

단골 장사로 입지를 다지셨는데 이렇게 접히나 하고 걱정하던 차에 열었다.


난 이 가게 떡볶이를 좋아한다. 그냥 매콤하고 쌀떡에 내가 좋아하는 단맛이 거의 없다. 난 음식이 단것이 싫다. 그래서 가끔 여쭤본다. "떡볶이 안 달다고 뭐라고 안 하세요?" 아주머니는 "그러는 이들이 더러 있어, 그럼 뭐해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 하고 웃음을 보이시고는 "어차피 이 장사도 단골 장사야, 그러니 신경 안 쓴다면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스타일을 바꿔? 아니지 아니야" 하시며 어묵 국물을 권하셨다.

난 "요즘 사람들 단것 좋아해요" 하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주머니는 "그렇지, 당장 우리 딸만 해도 그래, 단 것을 좋아하더라고. 달고나 뭐 하는 거 마시는데 얼마나 단지 내가 아주 깜짝 놀랐어. 호호호"

난 웃으며 "그거 엄청 단데 맛있어요"

아주머니는 "아가씨도 음료는 단거 마시는구나?"

난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갑자기 아주머니는 믹스 커피를 들어 올리셨다.

난 놀라서 "왜 갑자기?"

아주머니는 "이거 단골들한테만 돌리는 음료수. 하하하"

난 "네?"

아주머니는 "아니 우리 떡볶이 드시러 오는 아주머니들 아저씨들 한 잔 씩 하고 오시는 분들 있거든 , 그럼 내가 마무리로 이거 한 잔 씩 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셔. 이게 더 잘 나가. 효자야."

역시 믹스커피는 절대지존이다.

난 "그렇네요"

난 내 앞에 있는 떡볶이가 남아"저 포장해주세요"

아주머니는 "참 적게 먹어, 다이어트 매일 하지?"

난 쑥스러워" 아뇨"

아주머니는 "뺄 것도 없는데 그만해"하시며 내가 먹던 떡볶이에 더 주셨다.

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렇게 냉장고로 넣었다가 4일을 먹었다.


떡볶이의 매력은 뭘까?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는 항상 학교 앞 떡볶이를 유심히 보셨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배운 떡볶이는 궁중 떡볶이였다. 그래서 우리 입맛에는 어려서 늘 거리감이 있어서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유심히 보신 거다. 하루는 엄마가 쌀을 들고 방앗간에 가셨다. 자주 가는 단골이라 우리 떡이 아니라도 먼저 나온 떡이 있으면 맛보기를 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동네 인심이다. 엄마는 잠시 그 동네 방앗간에서 떡을 드시면서 인사를 하시고는 집에 오셔서 장독을 열어 우리에게 달큼한 떡볶이를 해주셨다. 들어가는 재료는 파와 고기 대신 버섯을 충분히 넣어주셨다. 그리고 달걀을 넣어 주셨다. 그것이 맛있어서 우리는 '아 맵다' 하면서도 웃으면서 먹었다.


아빠는 그 양념에 비빔면을 만들어 드셨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시면서 "아이고 떡볶이가 뭐라고"

아빠는 "우리 집은 거의 사투야, 아들 5형제가 거의 숟가락 전쟁.ㅎㅎㅎ"

엄마는 "그렇네"

그렇게 우리는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호 거리면서 먹었다.


마음이 우울하면 난 떡볶이를 먹는다.

어제오늘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난 내 우산살이 부러졌다.

그래도 난 서서 떡볶이를 먹었고 지난날이 그리워 다시 그때의 추억으로 살며시 내 미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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