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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2. 2022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선물 "계영배"

내겐 인생의 스승님이 계신다. 어렵게 삼고초려 아니 백고초려 했다. 철학사 수업으로 인연을 맺어 이분이 인생에 스승님이 되셨으면 좋겠다 싶었다. 계기는 특별히 없었고 그냥 정말 필부필녀이시다. 그런데 워낙 인간적이시고 내가 배울 것이 많았다. 철학사 수업 때 별명이 죄송합니다,였다. 늘 바쁜 스케줄로 겨우 오셔서 백팩을 들고 오시며 죄송합니다, 하시며 수업을 들으셨고 어떨 땐 팬이 여의치 않으셔서 나에게 "저기 팬 있어요?, 미안해요" 하시며 머리를 긁적이시며 빌려가신 적도 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마지막 인문학 쫑파티에서 인사를 끝내고 그래도 여운이 남아서 우리들은 단톡방을 만들어서 오래가자고 했지만 그렇게 만난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이 선생님과는 오래갔다. 이유는 주역을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공부를 하시고 싶었지만 공부 메이트가 없어서 바쁘니 핑계가 없었다 하시며, 나에게 권하셨고 나도 오케이 했다.

더 자세한 썰은 이렇다.


마지막 쫑파티에서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러다 이 선생님께서 중국에서 2년 정도 회사차원에서 가서 살고 오셨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결혼가정이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셨는데 난 중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음식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코드가 맞아서 이야기가 이어졌고 나중에는 중국을 여행한 가장 나이 많으신 그룹의 연장자 분이 회사를 은퇴하시고 세계 여행을 하시면서 즐기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흥이 올라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짝 분위기를 달구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헤어지면 안 된다며 각자의 휴대폰에 번호를 저장했고 다음 철학수업을 같이 듣자고 했지만 그게 안된 거다.


선생님은 내게 기대가 많으셨다. 중국에서 유학을 했으면 한자를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하셨다. 오산이었다. 주역은 정말 어려웠다. 점치는 주역이 아니라 그냥 원본의 주역을 공부하는데 단순히 한자만 알아서가 아니라 외워야 할 순리와 이치를 공부를  해야 하는 거라 진땀을 뺐고 선생님은 지하철을 타시고 만나는 장소까지 오시면서 눈으로 쓱 보셨다며 괜히 엄살을 피우셨다. 하지만 정말 잘하셨다. 난 내심 죄송했지만 지기는 싫어서 "저 열심히 했는데 오늘도.."라고 했더니 "더 열심히" 라며 용기를 주셨다.

그리고 난 용기를 내서 그날이다.


그날은 주역의 절반을 하고 시간이 남아서 근처 고깃집을 가기로 했다.

가방을 메고 고깃집으로 가서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놓고 고기가 구워지는데 난 가방에서 큰 것을 꺼냈다.

선생님은 "이게 뭐예요?"

난 "풀어 보세요?"

선생님은"제건 가요?"

난"네"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아니 이게.."

하시더니 "도자기 같은데.." 하시며 포장을 풀으셨다. 그리고 막 입구가 열리려고 할 때 "저 제자로 받아주세요"

라고 폭탄 같은 발언을 했다.

선생님은 "그 이야기는 안된다고 백번을 넘게 말했는데.."

그렇다.


주역을 하면서 난 늘 청을 했다.

인생에 스승으로 남아달라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 자신은 그럴만한 그릇도 안되고 그럴만한 자격도 없다고

턱도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주역을 그럴 목적으로 하는 거면 접자고 강수를 두셨다.

난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말로는 알겠다고 하고 늘 수업을 마치면 "다시 한번 숙고해주세요, 후회하지 않는 제자로 남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래도 늘 "아니"라고 하시고 말없이 지하철을 타셨다.


그날 난 이제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술을 즐겨하시는 선생님께 계영배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영배는 안에 술이 조금이라도 넘치면 안 되는 책으로 치자면 중용과 같은 그런 도자기과이다.

나 나름의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선생님은 한숨을 쉬시며 "일단 열어 봅시다"

하시며 보셨는데 "이건..."

난 "뭔지 아세요?"

선생님은 "아니.. 그런데 비슷한걸 어디서 봤는데"

난 "에이..."

난 약간 웃으며 실망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있었다.

선생님은 "이거 못 맞추면 스승이야?" 하시며 웃으셨다.

난 "네, 오케이"

그때 선생님은 "참 질기다, 내가 백번도 넘게 거절한 것 같은데"

난 "계영배입니다"

선생님은 손으로 이마를 치시며 "아 맞다!" 하시며 네이버로 검색을 하셨다.

그러시고는 "이 귀한 걸..."

하시며 난 "술을 즐겨 드시니 제가 중용의 자세로 드립니다, 살면서 이걸 언제 받아 보시겠습니까?" 하면서 웃으며 난 넉살 좋게 말을 하니 그게 예뻐 보였는지 "졌다 졌어" 하시며 "그래 이제 제자 해라" 하셨다.

사실 그 후로도 스승이라고 부르면 어색해하셔서 얼굴에 민망함이 묻어나셨지만 츤데레 성격이라 늘 챙겨 주셨다.


지금은 나와 친구 같은 사이다. 중국에서는 스승과 제자는 친구 같은 사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격 없이 지낸다는 뜻도 있지만 서로가 배운다는 뜻도 포함이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가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난 늘 선생님께 배운다.



우리 선생님은 매우 소탈하시고 인간적이시다.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으시다. 늘 파전에 동동주 드시면서 돈 없다고 말씀하셔서 난 연세도 있으셔서 퇴직 때문에 고민이신가 했더니 퇴직은 무슨 미국 지사 팀장이다. 난 이런 능력자에게 고민 상담을 들었으니 정말 웃긴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잘 도우신다. 그리고 상대를 잘 배려하시고 단점이 있다면 모든 일을 혼자서 하신다. 예를 들어 힘든 일이 아랫사람에게 있으면 혼자서 하신다. 그래서 아랫사람은 편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하시니 업무가 과해서 건강이 가끔 안 좋으실 때가 있다. 너무 많아서 못 적겠다. 제일 중요한 건 내게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가장 중요한 "와이"를  말씀하신다.


내가 왜 살아야 하며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를 강조하신다. 그래서 "와이"를 강조하신다. 질문을 하면 "와이"라고 보내신다.

지금은 딸처럼 생각해주신다. 그래서 늘 건강도 물어보시고 훗날 난 물어봤다.

"선생님 계영배가 큰 도움이 된 건 아닐까요?"

선생님은 "그렇지.ㅋㅋㅋ"

난 "제가 생각해도 기특해요"

선생님은 "이사 갈 때 내가 계영배 제일 먼저 챙겼어,ㅋㅋ"

난 "감사합니다"


선생님"제자 그런데 우리 좀 닮아 가는 거 알아?"

난 "뭐가요?"

선생님"노는 사람"

난"제가요?"

선생님"응"

난"왜요?"

선생님" 그냥 공부도 안 하고 술만 마시잖아, 다시 공부하자 우리"

난 "좋죠"

선생님 "그럼 다음 주부터 합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주역을 공부한다.

피 같은 시간을 다시 인문학 강좌도 있는데 포기하고 스승과 하반기 주역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 즐거운 시간을 즐겨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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